[2008/01/30] 우리말) 좀이 쑤시다

조회 수 8099 추천 수 79 2008.01.30 05:30:27
좀을 아시죠? 작은 곤충입니다.
이 좀은 우리가 입는 옷에 달라붙어 옷을 갉아먹으며 삽니다.
이 좀이 몸에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작은 좀이 몸에 달라붙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으면 얼마나 간지럽고 짜증 나고 쑤셔댈까요?
바로 여기서 온 말이
좀이 쑤시다입니다.
"마음이 들뜨거나 초조하여 가만히 있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눈이 조금 내릴 거라네요. ^^*

오늘은 편지를 먼저 소개할게요.
어제 한 고등학생이 보낸 편지인데요.

... 요즘 우리말 편지는 정치적, 이념적 성향이 다분...
... 일방적인 부서 폐지에 분을 표할 수도 있습...
... 미움이 섞인 편지의 우리말은 아무리 뜻이 좋고 참신하더라도 배울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한 글은 인터넷 신문에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오마이뉴스 등 새 정부를 극도로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 곳에서만큼은 최소한 저 같은 반대자는 없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제 일터 이야기를 많이 했고, 인수위 이야기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꾸중도 많이 듣고, 이제는 좀 참아 달라는 말씀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부터는 그런 편지를 안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 편지를 받고 이렇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편지를 그날그날 읽으시나요?
아무래도 그렇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최근에 보낸, 아니 지난주부터 보낸 편지를 날짜별로 읽어 보시면 이런 말씀은 안 하실 것 같은데요.


그랬더니 오늘 아침에 이런 답장이 와 있네요.

읽었습니다.
공무원의 red tape 사고방식을 직접 느끼는 메스꺼움을 참으면서 읽었습니다만?
이거 뭐 신경 써서 쓸 필요가 없었네요.
혹시 우리말에 집착하시는 이유가 영어를 못해서인가요?

이런 답장이 왔네요.
아침부터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편지입니다.
정말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네요.


아시는 것처럼
요즘 제 일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터 사정이야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우리말편지를 사랑하시는 분들께 걱정 끼치지 않고자 참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이 쑤십니다. 말하고 싶어서...^^*

좀이 쑤시다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말뿌리를 좀 볼게요.
좀을 아시죠? 작은 곤충입니다.
이 좀은 우리가 입는 옷에 달라붙어 옷을 갉아먹으며 삽니다.
이 좀이 몸에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작은 좀이 몸에 달라붙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으면 얼마나 간지럽고 짜증 나고 쑤셔댈까요?
바로 여기서 온 말이
좀이 쑤시다입니다.
"마음이 들뜨거나 초조하여 가만히 있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제 일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좀이 쑤시네요. ^^*

좀이 옷을 갉아먹는 것은 '쏠다'고 합니다.
좀이 옷을 쏠아 못쓰게 되었다처럼 씁니다.

참,
좀을 좀벌레라고 하면 안 됩니다.
북한에서는 좀을 좀벌레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좀만 인정합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저는 지금처럼 편지를 보낼 겁니다.
며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제 식구 이야기도 하고, 제 일터 이야기도하고...
화가나면 화가 났다고 편지에 쓰고,
기분이 좋으면 이래서 기분이 좋다고 편지에 쓸겁니다.
제가 돈을 벌고자 편지를 쓴다면 그래서는 안 되겠죠.
그러나 제가 공부한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보내는 편지이니 저는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겁니다.
그게 싫으시면 '수신거부'를 해 주십시오.
수신자가 많고 적음이 저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늘 편지를 읽으시고 가슴 아파하거나 짜증 내실 분이 계실 것 같아 마음 아프네요.
그래도 꼭 드려야 할 말씀이기에... 보내는 저도 짠한 마음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짜집기]

어제 한 잡지사에서 글을 좀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전화한 기자 말로는,
새로 쓸 것까지는 없고 그동안 써 놓은 글을 독자 수준에 맞게 짜집기해 달라더군요.
시간 많이 들일 필요 없이 그냥 짜집기해 달라고...

“직물의 찢어진 곳을 그 감의 올을 살려 본디대로 흠집 없이 짜서 깁는 일”이나,
“기존의 글이나 영화 따위를 편집하여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일”을
말하는 낱말은,
‘짜집기’가 아니라 ‘짜깁기’입니다.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에 다른 조각을 대거나 또는 그대로 꿰매다”라는 뜻의 낱말은
‘깁다’이지 ‘집다’가 아니잖아요.
당연히, ‘짜집기’가 아니라 ‘짜깁기’로 써야합니다.

벌써 주말입니다.
한 일은 없지만 시간은 잘 가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

저는 주말에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좋은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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