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8] 우리말) 자막 틀린 거 몇 개

조회 수 6971 추천 수 86 2008.02.18 02:41:51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들다."는 뜻의 낱말이 '벼리다'입니다.
대장간에서 낫과 호미를 벼리다, 식칼을 벼려 달라고 대장간으로 가지고 나왔다처럼 씁니다.
'벼리다'에는
"마음이나 의지를 가다듬고 단련하여 강하게 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투지를 벼리다가 바로 그런 때 쓰죠.


안녕하세요.

지난주 금요일에 낸 문제,
간첩과 뜻이 비슷한
"같은 편인 체하면서 남의 염탐꾼 노릇을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은 '검정새치'입니다.
새치는 "젊은 사람의 검은 머리에 드문드문 섞여서 난 흰 머리카락"이므로 새치 색은 흰색입니다.
그런데도 검은색 머리가 새치처럼 굴면 그건 간첩이죠. ^^*
검정새치라는 낱말을 제가 만든 게 아니냐고요? 그런 낱말이 진짜로 있냐고요?
사전 찾아보세요. 진짜로 사전에 있습니다. ^^*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정부조직개편안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냥 넘어가고 마네요.
오늘 오전에 다시 만난다는데......

주말에 텔레비전을 보면서 찾은 자막 틀린 것이나 지적하면서 이번 주를 시작하겠습니다.

토요일 오전 11:16
SBS에서 "간발의 차이"라고 했습니다.
무슨 겨루기에서 상대편이 조금 늦게 끝난 것을 두고 그렇게 말했는데,
'간발의 차이'로 진 게 아니라, 아쉽게 진 겁니다.
간발(間髮, かんはつ[간바쯔])은 사이 간 자와 터럭 발 자를 써서 '터럭 하나 차이'라는 뜻의 일본말입니다.
같은 방송 11:44에
체육관에서 물통 던지는 것을 하면서
물통을 쌓아두고 3M, 5M라고 그 거리를 썼더군요.
다행히 자막에는 3m, 5m라고 나왔습니다.

일요일 오전 10시 넘어
MBC라디오에서 진행자가
'노란자가 두 개 든 에그 프라이'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알의 흰자위에 둘러싸인 동글고 노란 부분"은 '노란자'가 아니라 '노른자위'나 '노른자'가 맞습니다.
그리고 달걀 프라이를 꼭 '에그 프라이'라고 해야 품위있는 진행자인가요?

토요일 밤 KBS '대왕 세종'에서 황희 정승이 성균관 유생들에게
"칼을 벼리듯 붓을 벼려라"라는 말을 했습니다.
좋은 낱말이라서 소개합니다.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들다."는 뜻의 낱말이 '벼리다'입니다.
대장간에서 낫과 호미를 벼리다, 식칼을 벼려 달라고 대장간으로 가지고 나왔다처럼 씁니다.
'벼리다'에는
"마음이나 의지를 가다듬고 단련하여 강하게 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투지를 벼리다가 바로 그런 때 쓰죠.

따라서, 황희 정승이 말씀하신
"칼을 벼리듯 붓을 벼려라"라는 말을 여기저기 참 잘 어울리게 쓴 말입니다.

대왕 세종에서는 토요일 밤에 '뒷배'라는 낱말도 썼습니다.
"든든한 뒷배를 지녔다"고 했는데,
'뒷배'는 "겉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보살펴 주는 일"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빽이나 배경이라고 하는 게 바로 이 낱말입니다.

일요일 밤 KBS2 11:17 비타민에서 상체들어올리기를 하면서 뒤에 간판을 놨는데 '1M'라고 써져 있었습니다. '1m'로 써야 합니다.

SBS 11:32
남극에서 운석을 찾는 이야기를 하면서 '운석 발견률'이라고 했습니다.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서는 '율'로 써야 합니다.

이번 주에는 좋은 소식이 좀 많이 나오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한겨레신문 기사하나 연결합니다. 어른으로서 창피하네요.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270110.html

2.
프라이를 국립국어원에서 '부침'이나 '튀김'으로 다듬었습니다.
달걀프라이는 달걀부침으로 다듬었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날씨가 끄물끄물하네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며칠 전에 받은 한 방송국 기자님의 편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끄물끄물하네요.
어제 퇴근길에 우리말 바로쓰기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날씨가 활짝 개지 아니하고 자꾸 흐려지는 모양은 끄물끄물 인데,
흔히 사물이 느리게 움직임을 나타내는 ‘꾸물꾸물’로 잘못 쓰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
우리말 편지를 생각을 했다우.

맞습니다.
‘꾸물꾸물’은
“매우 느리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고,
‘끄물끄물’은
같은 부사지만,
“날씨가 활짝 개지 아니하고 자꾸 흐려지는 모양”을 나타냅니다.

당연히 두 개를 갈라서 달리 써야죠.

실은 예전에 제가 보내드린 편지 중에
‘끄물끄물’을 ‘꾸물꾸물’로 잘못 쓴 게 있는데,
그걸 이렇게 돌려서 지적해 주신 겁니다.
고맙습니다.

하늘이 갑자기 끄물끄물 흐려지네요.
굼벵이처럼 사무실에서 꾸물대지 말고 바로 논에 나가야겠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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