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8] 우리말) 제치다와 제끼다

조회 수 6041 추천 수 79 2008.02.28 10:38:35
'제치다'는 "거치적거리지 않게 처리하다."는 뜻으로
그 선수는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었다처럼 씁니다.
또 "일을 미루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는 제집 일을 제쳐 두고 남의 집 일에 발 벗고 나선다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고향에서 아는 분이 오셔서 저녁을 함께했습니다.
저는 아무리 바빠도 고향에서 손님이 오셨다면 만사 제치고 나갑니다. ^^*

오늘은 제끼다와 제치다를 알아볼게요.
제가 어제 만사 제끼고 나갔을까요, 제치고 나갔을까요?

'제치다'는 "거치적거리지 않게 처리하다."는 뜻으로
그 선수는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었다처럼 씁니다.
또 "일을 미루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는 제집 일을 제쳐 두고 남의 집 일에 발 벗고 나선다처럼 씁니다.

그러나 '제끼다'는 낱말은 없습니다.
북한에서 쓰는 문화어에는 있는데 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습니다.

소리가 비슷한 '제키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소리만 비슷할 뿐 뜻은 전혀 다릅니다.
"살갗이 조금 다쳐서 벗겨지다."는 뜻입니다.

저는 어제 모든 일은 '제쳐' 두고 고향 사람을 만났습니다. ^^*

"왔다, 시방 몇 신디 인자 오냐!"
"그래도 너 온당께 딸싹않고 기다렸다. 좋제? 언능 앉아라, 한잔하자."

저는 말할 틈도 없었습니다.
고향 분들은 언제 봬도 그저 좋기만 합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재끼다'는
"일을 솜씨 있게 쉽게 처리하거나 빨리 해 버림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재치다'는 북한에서 쓰는 문화어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향년 82세]

남부지방은 오늘도 비가 올 거라죠?

어제 뉴스에서 들으니 사우디 국왕이 죽었다고 하더군요.
어느 나라 국왕이 죽든 저는 상관없지만, 그래도 맞춤법은 따져야죠?

뉴스에서 그 국왕의 죽음을 소개하면서,
“향년 82세”라고 하더군요.

향년(享年)은,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로,
죽을 때의 나이를 말할 때 씁니다. 산사람에게는 쓰지 않습니다.
‘향년 82세를 일기(一期)로 어디 국왕이 별세하다.’처럼 쓰죠.
뉴스에서 ‘향년’이라는 낱말을 참 적절하게 쓴 겁니다.

어떤 경우에는
나이를 말할 때,
‘방년(芳年)’이라는 낱말을 쓰기도 합니다.
‘방년 십팔 세/방년 스물의 꽃다운 나이’처럼 쓰죠.
그러나 이 ‘방년’은
“이십 세 전후의 한창 젊은 꽃다운 여자의 나이”를 의미합니다.
남자에게는 ‘방년’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방년의 방 자가 향기로울 방(芳) 이잖아요.
꽃다운 여자에게서 향기가 나지,
남자에게서는 땀 냄새밖에 더 나겠어요?

얼마 전에 보내드린,
‘재원’도 여자에게만 쓴다고 했죠.
‘방년’도 마찬가집니다. 남자에게는 쓰지 마세요.

참,
어제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 새로 온 신입사원 세 명을 봤는데,
모두 남자더군요.
‘재원’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었는데...
‘재원’이 아니라 ‘재자(才子)인 것 같더군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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