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2] 우리말) 축제와 축전, 그리고 잔치

조회 수 4268 추천 수 113 2008.04.03 12:27:34
축제(祝祭)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1.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 '잔치', '축전'으로 순화.
문화 축제, 거리 축제, 개교 기념 축제, 축제 분위기에 싸이다, 축제가 열리다, 축제를 벌이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2.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붙인 파일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들이 계셔서 다시 붙입니다.

봄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축제'가 참 많네요.
오늘은 '축제' 이야기를 해 볼게요.

먼저,
축제(祝祭)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1.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 '잔치', '축전'으로 순화.
문화 축제, 거리 축제, 개교 기념 축제, 축제 분위기에 싸이다, 축제가 열리다, 축제를 벌이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2.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곧, 요즘처럼 꽃 필 때에 맞춰 벌이는 것은 축제가 아니라 '잔치'나 '축전'이 맞다는 말씀입니다.
사전에서 다듬은 말로 올리지는 않았지만 '한마당'도 좋을 겁니다.

제가 알기에는,
영어 festival을 일본사람들이 祝祭로 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festival을 영일사전에서 찾아보면,
종교적인 행사나 일반(정기적) 축제, 제사, 제일, 축일을 뜻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런 일본어 투 '축제'와 뜻이 같은 말이 축전(祝典)입니다.
"축하하는 뜻으로 행하는 의식이나 행사"죠.

그러나 축제나 축하는 한자말이고, 우리말로는 '잔치'가 있습니다.
잔치는 "기쁜 일이 있을 때에 음식을 차려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이고,
한마당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잔치와 같은 뜻으로 쓰일 수 있을 겁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벚꽃축제 보다는
벚꽃 잔치나 벚꽃 한마당이 더 낫지 않나요?

이번 주말에는 애들과 함께 여기저기 잔치하는 곳이나 찾아다녀야겠네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일본말에서 祭는 '제사'라는 뜻 말고도 '축제'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축제가 축하하는 잔치라는 뜻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사전에 보면,
옛날에는 나라가 정한 축일, 또는 축제였지만,
지금은 「국민의 축일」이라고 해서 축제, 축일로 쓴다고 나와 있습니다.
제사는 엄숙하고 경건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벚꽃 필 때 여는 잔치는 엄숙하거나 경건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벚꽃축제(祝祭)가 아니라 벚꽃 잔치마당이나 벚꽃 놀이마당이라고 해야 제 뜻에 맞습니다.


2.
축제에는 제사라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일본말 사전에서 祭(제사 제 자)를 찾아보니,
일부 이름씨(명사)에 붙어 의식, 축전의 뜻을 더한다고 나와 있으며
보기로 축제(祝祭)와 사육제(謝肉祭)를 들어 놨네요.

그러나 우리가 하는, 벚꽃 필 때 여는 잔치는 제사와는 관련이 없잖아요.
그런 뜻에서도 축제(祝祭)가 아니라 축전(祝典)이 맞습니다.

3.
축제의 제는 제사를 뜻하므로,
춘향제, 의병제처럼 돌아가신 분을 위한 제사부터 지낸 다음,
문화예술 행사를 여는 것을 두고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제사를 받는 주체가 있어야 쓸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가 하는, 벚꽃 필 때 여는 잔치는 제사도 아닐뿐더러 제사라 하더라도 받는 주체가 없잖아요.
그런 뜻에서도 벚꽃축제는 말이 안 됩니다.


4.
어떤 학자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축제는 축하와 제사가 합쳐진 말이긴 하지만, 제사를 더 강조한 낱말이고
축하를 더 강조한 낱말은 宴이라고 합니다. 곧, 잔치죠.

우리가 요즘 곳곳에서 벌이는 것은 제사가 아니라 잔치이므로 '축제'와는 거리가 멉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쉽상이다 >> 십상이다]

새로운 한 주가 밝았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어머니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어제 늦게 올라왔습니다.
혼자 계시는 어머니가 갑자기 편찮으셔서
제가 혼 좀 났었죠.

어머니가 혼자 계시다 보니 드시는 것도 부실하고,
갑자기 태풍이 몰려온다고 해서 이 일 저 일 좀 무리를 하셨었나 봅니다.
그러다 보면 탈이 나기 십상이죠.

날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드리지만,
그래도 부족하더군요.
자칫 깜빡하면 어머니 건강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오늘, 아니 지금 당장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리는 것은 어때요?

흔히,
“-하기 아주 쉬운 일이나 상태”를 두고,
‘-하기 쉽상’이라는 말을 쓰는데요.
‘쉽상’이 아니고 ‘십상’입니다.

‘십상’은,
十常八九에서 온 말입니다.
열 가운데 여덟이나 아홉 정도로 거의 대부분이거나 거의 틀림없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하기 쉽다고 해서 ‘쉽상’이 아닙니다.

벌써 가을입니다.
곧 한가위이고...
이렇게 게으름 피우다가는
올 농사 망치기 십상인데, 이래저래 걱정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일이 많이 생기시길 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530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0757
1876 [2014/02/10] 우리말) 발자국 소리 머니북 2014-02-10 4660
1875 [2014/02/07] 우리말) 불임이 아니라 난임 머니북 2014-02-10 4295
1874 [2014/02/06] 우리말) 본데없다 머니북 2014-02-06 4202
1873 [2014/02/05] 우리말) 오뎅과 돈가스 머니북 2014-02-05 4204
1872 [2014/02/04] 우리말) 말갈망 머니북 2014-02-04 3606
1871 [2014/02/03] 우리말) 설 잘 쇠셨나요? 머니북 2014-02-03 4255
1870 [2014/01/29] 우리말) 커피 나오셨습니다 머니북 2014-01-29 3607
1869 [2014/01/28] 우리말) 우리말 속 일본말 머니북 2014-01-28 4161
1868 [2014/01/27] 우리말) 엔간하다와 웬만하다 머니북 2014-01-28 4256
1867 [2014/01/24] 우리말) 사람을 제대로 높일 때 나도 존중받습니다 머니북 2014-01-24 4258
1866 [2014/01/23] 우리말)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머니북 2014-01-23 7328
1865 [2014/01/22] 우리말) 윤슬 머니북 2014-01-22 4293
1864 [2014/01/21] 우리말) 사전 머니북 2014-01-21 4064
1863 [2014/01/20] 우리말) 건달, 놈팡이, 깡패는 다국적 언어 머니북 2014-01-20 4128
1862 [2014/01/17] 우리말) 메모와 적바림 머니북 2014-01-17 4171
1861 [2014/01/16] 우리말) '곯아떨어지다' '골탕' '곯다' 머니북 2014-01-16 4443
1860 [2014/01/15] 우리말) 담합/짬짜미/카르텔 머니북 2014-01-15 3599
1859 [2014/01/14] 우리말) 예수남은 머니북 2014-01-14 4026
1858 [2014/01/13] 우리말) 할머니께서 아프십니다? 머니북 2014-01-13 3782
1857 [2014/01/10] 우리말) 사물 존대 동영상 머니북 2014-01-10 144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