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나름이다'는 맞고, '하게 나름이다'는 틀립니다.
'하기 때문이다'는 맞고, '하게 때문이다'는 틀립니다.
'하기 십상이다'는 맞고, '하게 십상이다'는 틀립니다.
그러나
'하기 마련이다'와 '하게 마련이다'는 둘 다 맞습니다.



"아빠, 누가 이걸 버렸지? 지구가 아파하겠네?"
"그러게 누가 엘리베이터 안에 쓰레기를 버렸을까? 그러면 안 되는데... 그치?"

오늘 아침에 저와 34개월 된 세 살배기 제 아들이 나눈 이야기입니다.
이 녀석은 길을 가다가도 쓰레기만 보면 "지구가 아파하는데... 누가 버렸지?"라면서 안타까워합니다.
어젯밤에는 뜬금없이,
"아빠랑 같이 자니 행복해요."라고 말해 제 코끝을 찡하게 만든 귀여운 녀석입니다. ^^*

이런 고운 마음을 오래도록 지니고 있으면 좋으련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되바라지겠죠?
당연히 그렇게 되기 마련이지만, 그 게 좀 늦으면 좋겠습니다.
착한 제 아들 입에서 "지구가 아파한다."는 고운 말을 오래도록 듣고 싶습니다. ^^*

나이가 들면서 까지기 마련인가요? 그게 당연하겠죠? 아닌가요?
'까지기' 마련인가요, '까지게' 마련인가요?

사전에 보면,
'기'는 씨끝(어미)으로 그 말이 이름씨(명사) 노릇을 하게 합니다.
혼자이기는 해도 외롭지 않다, 밥을 먹기 싫다, 사람이 많기도 하다처럼 씁니다.
곧, 이름씨(명사) 이다로 쓰여 어떤 것을 지정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게'도 씨끝입니다.
앞의 내용이 뒤에서 가리키는 사태의 목적이나 결과, 방식, 정도 따위가 됨을 나타내죠.
추운데 따뜻하게 입어, 든든하게 먹어야지, 행복하게 살아라처럼 씁니다.

문법으로 따지면 그런데 실제 쓰임은
'하기 나름이다'는 맞고, '하게 나름이다'는 틀립니다.
'하기 때문이다'는 맞고, '하게 때문이다'는 틀립니다.
'하기 십상이다'는 맞고, '하게 십상이다'는 틀립니다.
그러나
'하기 마련이다'와 '하게 마련이다'는 둘 다 맞습니다.
왜 그런지는 설명을 못하겠습니다.
그냥 그래요... ^^*

깔끔하게 설명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반듯이 / 반드시]

어제는 하루 종일 논에서 벼를 세우는 일을 했습니다.
며칠 전에 내린 비에 벼가 많이 쓰러졌거든요.

네 포기나 여섯 포기씩 잡고 볏짚으로 묶어주는데,
한 시간 정도 하고 나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픕니다.
하긴, 저야 이런 일을 가끔 하지만,
농사짓는 우리 부모님은 날마다 이런 일을 하셔서
우리 밥상에 먹을거리를 올려주십니다.
오늘 다시 한번 농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밥을 먹어야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벼는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약한 바람에도 쉽게 쓰러지는데요.
제가 관리하는 논도 비료를 너무 많이 주었는지,
이번 비바람에 벼가 한쪽 방향으로 반듯하게 누워있더군요.

“작은 물체, 또는 생각이나 행동 따위가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아니하고 바르다”는 뜻의 낱말은,
‘반듯하다’입니다.
‘반듯한 사각형/반듯하게 개어 넣은 국기/반듯하게 눕다/모자를 반듯하게 쓰다’처럼 쓰죠.

이 ‘반듯이’와 ‘반드시’를 헷갈리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발음이 [반드시]로 같거든요.
‘반듯이’는 앞에서 말한 대로, “반듯하게”라는 뜻이고,
‘반드시’는 “틀림없이 꼭”이라는 뜻입니다.
발음은 같아도 뜻은 전혀 다르죠.

누가 뭐래도 사람은,
반드시(틀림없이 꼭) 반듯하게(생각이나 행동 따위가 굽지 아니하게) 살아야겠죠?

오늘도 반듯하게 사시길 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3982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651
476 [2008/04/19] 우리말) 미스킴과 라일락 id: moneyplan 2008-04-21 6189
475 [2008/04/18] 우리말) 눈시울과 가선 id: moneyplan 2008-04-21 5642
474 [2008/04/17] 우리말) 눈가에 생긴 잔주름 id: moneyplan 2008-04-18 6848
473 [2008/04/16]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04-16 6672
472 [2008/04/15] 우리말) 헛가래질과 헹가래 id: moneyplan 2008-04-15 5844
471 [2008/04/14] 우리말)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id: moneyplan 2008-04-14 9370
» [2008/04/11] 우리말) 하기 마련이다와 하게 마련이다 id: moneyplan 2008-04-13 5802
469 [2008/04/10] 우리말) 곰바지런한 국회의원 id: moneyplan 2008-04-10 5397
468 [2008/04/08] 우리말) 꽃소식과 꽃소금 id: moneyplan 2008-04-10 7286
467 [2008/04/07] 우리말) 꽃보라 id: moneyplan 2008-04-07 7160
466 [2008/04/04] 우리말) 알음장과 알림장 id: moneyplan 2008-04-06 7719
465 [2008/04/02] 우리말) 축제와 축전, 그리고 잔치 id: moneyplan 2008-04-03 7468
464 [2008/04/03] 우리말) 쎄쎄쎄, 아침바람 찬바람에 id: moneyplan 2008-04-03 7301
463 [2008/04/01] 우리말) 인삿말이 아니라 인사말 id: moneyplan 2008-04-01 6825
462 [2008/03/31] 우리말) 틀린 말 몇 개 id: moneyplan 2008-03-31 7595
461 [2008/03/28] 우리말) 만날 뗑그렁 id: moneyplan 2008-03-30 6682
460 [2008/03/27] 우리말) 짓북새를 놓으며 짓먹다 id: moneyplan 2008-03-27 8606
459 [2008/03/26] 우리말) 삐끼와 여리꾼 id: moneyplan 2008-03-26 7245
458 [2008/03/25] 우리말) 막서고 뒵드는 부집 id: moneyplan 2008-03-25 9877
457 [2008/03/24] 우리말) 삶과 죽음 그리고 죽살이 id: moneyplan 2008-03-25 5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