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토요일이라 느지막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우리말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 좀 해 볼게요.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라일락이라는 꽃 아시죠?
이 라일락은 우리나라에서만 사는 수수꽃다리라는 꽃나무를
한 미국인이 미국으로 가져가서 품종을 개량하고 나서 ‘미스킴라일락’이라고 이름을 붙인 겁니다.
우리나라 수수꽃다리는 하얀색이고,
'미스킴라일락'은 보라색입니다.
생긴 것은 같습니다.
미스킴이라고 이름 붙임 것은 미국사람이 볼 때 한국에 가장 많은 성씨가 김씨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 꽃씨를 받는데 도움을 준 사람이 미스김이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꽃이 있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해 지금은 그 꽃이 미국 꽃이 되어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는 것이죠.
우리는 돈을 내고 그것을 사오고...
이게 기껏해야 50-60년 전 일입니다.
꽃이나 식물의 품종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원종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특징의 원종이 많아야 새로운 품종을 만들고 개발하기 쉬운 것은 당연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원종을 확보하고자 눈에 불을 켜고 있으며,
그래서 '종자전쟁'이니 '유전자전쟁'이니 하는 말이 생긴 겁니다.
우리가 수수꽃다리를 잘 다듬어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었다면
라일락이 아니라 '수수꽃다리'라는 멋진 이름으로 세계 꽃시장을 주름잡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 못하기에
보라색 라일락을 보는 제 마음이 아픕니다.
외국에서 장미, 카네이션, 튤립을 사다 잘 키워 세계 시장에 내다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들꽃을 잘 다듬어 세계적인 꽃으로 만드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우리 꽃 속에는 우리 문화가 들어 있고, 우리 넋이 들어 있고, 우리 삶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꽃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것, 그게 곧 세계화입니다.
세계화가 거창한 게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종자의 소중함과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깊이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농촌진흥청에서 작년에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다음 이야기입니다.
앞에 붙인 사진에 있는 꽃이 수수꽃다리입니다.
수수에 꽃이 달린 것처럼 보이고,
수수모양으로 꽃이 달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멋지죠?
우리말은 이렇게 멋집니다.
선플라워보다는 해바라기가 멋지고,
클로버보다는 시계풀이 예쁘고, 코스모스보다는 살살이가 더 곱지 않나요?
에델바이스는 솜다리꽃이고, 아이리스는 붓꽃입니다.
담쟁이덩굴을 아이비라고 해야 교양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베사메무초라는 노래에 나오는 '리라꽃'이 수수꽃다리인 라일락의 프랑스말이라는 것을 알고 가슴 아파하는 것이 더 교양있어 보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 것의 소중함을 맘껏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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