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5] 우리말) 가르치다의 말뿌리

조회 수 4696 추천 수 154 2008.04.27 06:50:36
우리가 정보화사회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고작 30년쯤 전부터입니다.
그전에는 산업화 사회였지만 이 또한 기껏 200년쯤 전입니다.
그전 수천 년, 수만 년은 농경사회였습니다.
그러니 우리 삶에 농업문화가 녹아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몇 년 전 제가 일했던 연구소 소장님을 뵀습니다.
퇴직하시고서 뒤 3년 가까이 지났으니 참으로 오랜만에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소장님이 퇴직하신 뒤에 연구소에 들어온 신입 직원들과 함께
기관장으로 모셨던 분을 선배님으로 만나뵌 거죠. ^^*
건강한 모습으로 활발히 움직이시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조쌀하신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가르침 주시길 비손합니다.
(조쌀하다 : 늙었어도 얼굴이 깨끗하고 맵시 있다.)

'가르치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지식이나 기능, 이치 따위를 깨닫거나 익히게 하다."는 뜻이라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 낱말은
밭을 갈고, 가축을 치는 데서 온 낱말입니다.
땅이나 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하는 것이니,
마음의 밭을 갈고 사람을 키우듯 정성스럽게 후배를 기르는 게 가르치는 겁니다.

얼마 전에 북돋우다와 헹가래가 농업에서 왔다는 말씀드렸죠?
이렇게 우리 삶에는 농업에서 온 게 많습니다.

우리가 정보화사회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고작 30년쯤 전부터입니다.
그전에는 산업화 사회였지만 이 또한 기껏 200년쯤 전입니다.
그전 수천 년, 수만 년은 농경사회였습니다.
그러니 우리 삶에 농업문화가 녹아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저같이 농대 나와서 농업을 하는 사람이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 또한 당연하며,
우리 문화의 큰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인 우리말을 여기저기 알리려 힘쓰는 것 또한 당연합니다.

조영길 소장님!
앞으로도 가끔 저희를 불러서 좋은 가르침 주실 거죠?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이 밤의 끝을 잡고]

어제는 외부에서 손님이 오셔서
늦게까지 주(酒)님과 함께했습니다.
한 노래 제목처럼
‘이 밤의 끝을 잡고’ 몸부림을 쳤던 하루였습니다.

이 밤의 끝을 잡고...
여러분은 이 문장을 어떻게 읽으세요?
[끄슬]? [끄츨]? 아니 [끄틀]인가?

우리 국어에는, 연음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앞 음절의 받침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형식 형태소가 이어지면,
앞의 받침이 뒤 음절의 첫소리로 발음되는 음운 법칙이죠.
이 법칙에 따라, ‘하늘이’가 [하느리]로 소리 납니다.

이 연음법칙에 따라,
‘끝을’을 [끄틀]로 읽어야 합니다.
[끄슬]이나 [끄츨]로 읽을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끄’ 밑에 ㅌ은 있어도 ㅅ이나 ㅊ은 없잖아요.
그럼 당연히 [끄틀]로 읽어야지 [끄슬]이나 [끄츨]로 읽으면 안 되죠.

‘꽃이 예쁘다’도, [꼬치] 예쁜 것이고,
빚을 많이 지면 생활이 힘든 것도, [비즐] 많이 진 겁니다.
이것을 [꼬시] 예쁘다나,
[비슬] 많이 진다고 발음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술 취해도 발음은 똑바로 해야겠죠?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는 아내가 아들턱 낸다고 몇 집을 초대한 것 같던데...
몇 시에나 끝날지...
오늘은 이 밤의 [끄틀]잡고 몸부림 치고싶지 않네요.
제발.........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9500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5006
1836 [2011/12/09] 우리말) 안전사고 머니북 2011-12-09 4823
1835 [2011/04/08] 우리말) 파근하다 moneybook 2011-04-08 4823
1834 [2011/10/27] 우리말) 아웅다웅 머니북 2011-10-27 4822
1833 [2011/05/11] 우리말) 외래어 표기법 기초 몇 가지 moneybook 2011-05-11 4822
1832 [2012/08/16] 우리말) 올림픽 때 보낸 편지 머니북 2012-08-18 4821
1831 [2007/07/04] 우리말) 과반수와 반수 id: moneyplan 2007-07-04 4821
1830 [2007/03/23] 우리말) 귓속말과 귀엣말 id: moneyplan 2007-03-26 4820
1829 [2007/03/20] 우리말) 오늘은 문제를 냈습니다. 상품도 있습니다. ^^* id: moneyplan 2007-03-20 4819
1828 [2011/10/31] 우리말) '입구와 출구'를 읽고 머니북 2011-10-31 4817
1827 [2014/01/22] 우리말) 윤슬 머니북 2014-01-22 4817
1826 [2010/11/05] 우리말) 초련 moneybook 2010-11-05 4817
1825 [2017/03/17] 우리말) 나무 심기 좋은 때 머니북 2017-03-17 4816
1824 [2012/06/11] 우리말) 집념과 집착 머니북 2012-06-11 4816
1823 [2014/01/16] 우리말) '곯아떨어지다' '골탕' '곯다' 머니북 2014-01-16 4816
1822 [2008/10/22]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10-22 4816
1821 [2011/07/18] 우리말) 말과 글은 쉽게... 머니북 2011-07-18 4815
1820 [2015/01/21] 우리말) 중년과 장년 머니북 2015-01-21 4814
1819 [2011/06/23] 우리말) 사이시옷 문제 머니북 2011-06-23 4814
1818 [2014/11/21] 우리말) 발밭다 머니북 2014-11-21 4813
1817 [2011/08/08] 우리말) 토씨(조사) '의' 쓰임 머니북 2011-08-08 4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