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8] 우리말) 안전선 안과 밖

조회 수 3367 추천 수 93 2008.05.08 11:22:28
무심코 지나치는 말이지만,
'안전선 밖'은 위험하고 '안전선 안'은 안전한 곳으로 두 말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어떤 시인이 하나님은 모든 곳에 갈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오늘따라 어머니 생각이 나네요.
저는 지금 제 지갑에 있는 부모님 사진을 보면서 우리말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6:29 KBS 뉴스에서 "많이 덥다."라고 했습니다. '무척 덥다.'고 하시는 게 맞습니다.
7:32 MBC뉴스에서는 '3천억원 영화'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단위를 나타내는 이름씨(명사)는 앞에 오는 말과 띄어 써야 하므로 '3천억 원'이 맞습니다.
7:55 MBC라디오에서도 "많이 덥다"라고 했습니다.
쩝... 제대로 좀 하지...


며칠 전에는 우연한 기회에 서울에 있는 국방부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해변대'를 나와서 국방부 근처에만 가도 기가 좀 죽습니다. ^^*

저는 서울에 갈 때 전철을 탑니다. 촌놈이라 서울 길을 잘 모르거든요.
역에서 전철을 기다릴 때 듣는 소리가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은 안전선 안으로 한 걸음씩 들어와..."라는 안내방송입니다.

이게 몇 년 전에는
"지금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은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씩 물러나..."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다른지 아시겠어요?

무심코 지나치는 말이지만,
'안전선 밖'은 위험하고 '안전선 안'은 안전한 곳으로 두 말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씩 물러나'라고 하면 안전한 곳으로 들어오지 말고 안전선 밖에 있는 철길로 한 걸음 더 들어가라는 말이 됩니다.
엉터리죠.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안내하는 말을 '말이 되게' 바꾼 겁니다.

또한, 그 김에 도착도 들어온다로 바꿨습니다.
도착은 이미 차가 들어온 것을 뜻합니다. 지금 들어오고 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게다가 들어온다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일본어투 도착(とうちゃく[도우샤쿠])을 쓸 까닭이 없잖아요.

오늘도 별 탈 없이 '안전하게' 잘 보내시길 빕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해변대'는 제가 만든 낱말입니다.
해변을 지키는 방위라는 뜻입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조지다]

어제 보낸 편지에,
‘언론이 사회의 어두운 곳, 더럽고 썩은 곳만을 찾아 조지는데 열을 올리지 말고,..’라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 중 ‘조지다’라는 낱말을 쓴 게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많은 분이 해 주셨네요.
많은 사람이 읽는 편지에서 비속어를 쓰면 안 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이왕 말 나왔으니, 이참에 ‘조지다’라는 낱말의 뜻을 알아보기로 하죠.

일반적으로는 ‘조지다’를,
‘신세를 조지다’처럼 속어로 쓰는 것만 알고 있는데요.
실은 ‘조지다’에는 그 뜻 말고도 다른 뜻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1. 짜임새가 느슨하지 않도록 단단히 맞추어서 박다.
2. 일이나 말이 허술하게 되지 않도록 단단히 단속하다.
3. (…을) 호되게 때리다.
4. (속되게) 일신상의 형편이나 일정한 일을 망치다. 보기)신세를 조지다.
라고 나와 있습니다.
1, 2, 3번에 나온 뜻은 속어가 아니고, 4번에 나온 뜻만 속어입니다.

‘신세를 조지다’에 쓰는 ‘조지다’는 ‘조지다’의 네 가지 뜻 중 맨 마지막에 있습니다.

다시 맨 처음으로 가서,
‘언론이 사회의 어두운 곳, 더럽고 썩은 곳만을 찾아 조지는데...’에서 쓰인
‘조지다’는 국어사전에 나온 네 가지 뜻 중 어떤 뜻으로 쓰였을까요?
바로 3번, ‘호되게 때리다’는 의미로 썼습니다.

‘언론이 사회의 어두운 곳, 더럽고 썩은 곳만을 찾아 호되게 때리고 고발하는데만 열을 올리지 말고,..’라는 의미로 쓴 겁니다.
속어로 쓰는 ‘신세를 조지다’의 ‘조지다’와는 다른 뜻입니다.

‘조지다’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24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800
2676 [2015/02/06] 우리말) 터앝 머니북 2015-02-09 2686
2675 [2016/06/01] 우리말) 국보 1호? 머니북 2016-06-02 2699
2674 [2015/10/13] 우리말) 찌푸리다 머니북 2015-10-15 2741
2673 [2009/04/24] 우리말) 탈크와 탤크, 그리고 식약청 답변 id: moneyplan 2009-04-24 2748
2672 [2015/01/12] 우리말) 우리는 한국인인가?(박남 님 편지) 머니북 2015-01-12 2754
2671 [2015/08/24] 우리말) 풋낯과 풋인사 머니북 2015-08-25 2781
2670 [2014/05/23] 우리말) 다이어트 머니북 2014-05-23 2782
2669 [2015/05/11] 우리말) 일부와 일대 머니북 2015-05-12 2788
2668 [2016/04/25] 우리말) 선물과 물선 머니북 2016-04-26 2791
2667 [2013/12/02] 우리말) 녘 머니북 2013-12-02 2793
2666 [2015/03/11] 우리말) 무수다 머니북 2015-03-11 2800
2665 [2015/08/20] 우리말) 배지 머니북 2015-08-20 2807
2664 [2016/03/31] 우리말) 감치다 머니북 2016-04-01 2809
2663 [2016/07/27] 우리말) 볏과 벼슬 머니북 2016-08-10 2819
2662 [2016/01/25] 우리말) 망고하다 머니북 2016-01-26 2822
2661 [2015/02/02] 우리말) 되갚을 것은 없다 머니북 2015-02-02 2826
2660 [2016/07/04] 우리말) 욱여넣다 머니북 2016-07-06 2826
2659 [2013/11/22] 우리말) '가다'와 '하다'의 쓰임이 다른 까닭은? 머니북 2013-11-22 2827
2658 [2015/08/26] 우리말) 붓다(2) 머니북 2015-08-26 2827
2657 [2016/07/08] 우리말) 깝살리다 머니북 2016-07-11 2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