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3] 우리말) 졸리다와 졸립다

조회 수 2793 추천 수 96 2008.05.13 10:44:41
근데 이상하게도 '졸리다'를 안 쓰고 '졸립다'를 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 졸리다."라고 말하면 될 텐데, "아 졸립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졸려서, 졸리니, 졸리거든은 또 똑바로 씁니다.
이상하게 '졸립다'만 그렇게 씁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새벽 3시에 해남 고향에서 나와 차로 열심히 달려서
조금전에 일터에 나왔습니다.
오늘은 낮에 좀 졸 것 같네요. ^^*

"자고 싶은 느낌이 들다."는 뜻의 낱말을 '졸리다'입니다.
아마 이것을 모르는 분은 안 계실 겁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졸리다'를 안 쓰고 '졸립다'를 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 졸리다."라고 말하면 될 텐데, "아 졸립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졸려서, 졸리니, 졸리거든은 또 똑바로 씁니다.
이상하게 '졸립다'만 그렇게 씁니다.

제 생각에,
오줌 마렵다, 위력이 실로 놀랍다, 어르신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그립습니다처럼
마렵다, 놀랍다, 그립다가 입에 배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게 입에 익어서 그렇더라도,
현재는 '졸리다'만 표준어이고 '졸립다'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네이버 웹문서에서
졸립다를 검색하니 48,273건이 나오고,
졸리다를 검색하니 51,762건이 나오네요.
거의 비슷하게 쓰고 있나 봅니다.

따뜻한 봄이라 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정 졸릴 때는 잠시 눈을 붙이는 것도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게 아닐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껍질/껍데기]

주말 잘 보내셨어요?
저는 금요일 저녁에 부천에 가서 일요일 오전까지 퍼지게 잘 놀았습니다.

혹시 SBS에서 주말 저녁에 방송하는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 보세요?
지난 토요일 저녁에 저도 그 드라마를 봤는데요.
드라마 대사가 참 재밌더군요. 감칠맛 난다는 표현이 딱 어울려요.
주인공들 연기도 좋고...

지난 토요일 방송 내용 중,
여자 주인공이 홍합을 애써 까고 있는 것을 보고,
남자 주인공이 날름 가져가서 알맹이는 자기가 먹고 껍데기만 여자 주인공에게 주면서,
“조개는 껍질이 맛있데...”라면서 깐죽거리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좋은데, 맞춤법은 틀렸네요.

한 20여 년 전에 유행하던 노래 중에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라는 가사를 가진 노래가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조개껍질‘이라는 말도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껍질’과 ‘껍데기’는 그 뜻이 비슷한 것 같지만 사용하는 데는 분명한 차이가 있죠.
우선 ‘껍질’이라는 말은 딱딱하지 않은,
무른 물체의 거죽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사과 껍질을 벗긴다.’나 ‘포도를 껍질째 먹는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죠.
때로는 ‘껍질’이라는 말 대신에 ‘깍지’라는 말을 사용할 때도 있고요.
콩 따위의 알맹이를 까낸 꼬투리를 가리켜 ’콩깍지‘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콩깍지를 깐다’는 것도 말이 안 되죠.
알맹이를 까 낸 꼬투리가 ‘깍지’인데, 이를 어떻게 더 깔 수가 있겠어요.

반면에, ‘껍데기’라는 말은 달걀이나 조개 같은 것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조개껍질’이 아니라 ‘조개껍데기’고,
‘달걀 껍질’이 아니라 ‘달걀 껍데기’가 옳은 표현입니다.
또 ‘껍데기’는,
알맹이는 빼내고 겉에 남은 것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불의 속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이불을 쌌던 것을 ‘이불 껍데기’라고도 부릅니다.

정리해 보면,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은 ‘껍데기’고,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말합니다.

이번 주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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