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27] 우리말) 늘키다(억지로 참으며 울다)

조회 수 7769 추천 수 98 2008.05.28 00:28:18
'늘키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시원하게 울지 못하고 꿀꺽꿀꺽 참으면서 느끼어 울다."는 뜻으로
앞을 여미고 윽 한 번 어깨를 움츠리며 늘켰다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예전에 보낸 편지에서 제가 눈물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던 일 하나 소개할게요.
전자우편으로 온 '아빠의 이야기'라는 글을 보고 있는데 마침 팀장님이 저를 부르시더군요.
저를 부르시면서 저와 눈이 마주쳤는데 제가 또 소리없이 울고 있었던 겁니다.
편지에 실린 글이 너무 슬퍼서 늘키며 울고 있는데 팀장님에게 딱 걸린 겁니다. ^^*

'늘키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시원하게 울지 못하고 꿀꺽꿀꺽 참으면서 느끼어 울다."는 뜻으로
앞을 여미고 윽 한 번 어깨를 움츠리며 늘켰다처럼 씁니다.

지난주에 제가 늘키며 울다가 걸린 거죠. ^^*
쑥스러워서 제가 읽던 편지를 주위 분들에게 돌렸습니다. 제가 이것 보다가 이렇게 늘켰노라고...

여러분도 같이 읽어보실래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지난 주에 저를 늘킨 편지입니다.




아빠의 이야기.......


아내가 어이없이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
지금도 아내의 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어느 날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챙겨주지 못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와 인사를 나눈 뒤 양복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침대에 벌렁 누워 버렸습니다. 그 순간, 뭔가 느껴졌습니다.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만한 라면이 이불에 퍼질러진 게 아니겠습니까?
컵라면이 이불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 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붙잡아
장단지며 엉덩이며 마구 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
하며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들 녀석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아빠가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서는 안 된다는 말,
보일러 온도를 높여서 데어진 물을 컵라면에 부어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 드릴려고 식을까봐 이불속에 넣어둔 것이라고.....

가슴이 메어왔습니다.
아들 앞에서 눈물 보이기 싫어 화장실가서 수돗물을 틀어놓고 울었습니다.
일 년 전에 그 일이 있고 난 후
저 나름대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7살, 내년이면 학교 갈 나이죠...
얼마 전 아이에게 또 매를 들었습니다.
일하고 있는데 회사로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나오지 않았다고...
너무 다급해진 마음에 회사에서 조퇴를 맞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찾았죠. 동네를 이 잡듯 뒤지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놈이 혼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더군요..
집으로 데리고 와서 화가 나서 마구 때렸습니다.
하지만 단 한 차례의 변명도 하지 않고 잘못했다고만 빌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부모님을 불러놓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자를 배웠다며 하루 종일 자기 방에서
꼼작도 하지 않은 채 글을 써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아이는 학교에 진학했죠.
그런데 또 한 차례 사고를 쳤습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전전 날로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 아이가 주소도 쓰지 않고
우표도 부치지 않은 채 편지 300 여 통을 넣는 바람에 년 말에 우체국 업무가
지장이 된다고 온 전화였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또 일 저질렀다는 생각에 불러서 또 매를 들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맞는데도 한 마디 변명도 하지 않은채 잘못했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리고 우체국가서 편지를 받아온 후 아이를 불러놓고 왜 이런 짓을 했냐고 하니
아이는 울먹이며 엄마한테 쓴 편지라구.....

순간, 울컥하며 나의 눈시울이 빨개졌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그럼 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편지를 보냈냐고....
그러자 아이는 그동안 키가 닿지 않아 써오기만 했는데 오늘 가보니깐
손이 닿아서 다시 돌아와 다 들고 갔다고.....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는 하늘나라에 있다고 다음부턴 적어서 태워버리면
엄마가 볼 수 있다고....
밖으로 편지를 들고 나간뒤, 라이터 불을 켰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 하나의 편지를 들었습니다.

.

.

보고 싶은 엄마에게....
엄마 지난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잔치 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한테 말하면 엄마생각 날까봐 하지 않았어.
아빠가 날 막 찾는 소리에 그냥 혼자서 재미있게 노는척했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 때렸는데 얘기하면 아빠가 울까봐 절대로 얘기 안 했어..
나 매일 아빠가 엄마생각하면서 우는 것 봤어
근데 나는 이제 엄마 생각 안 나...
나 엄마 얼굴이 기억이 안 나...
보고 싶은 사람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고 아빠가 그랬어..
그러니깐 엄마 내 꿈에 한 번만 나타나...
그렇게 해줄 수 있지? 약속해야 돼.... .
.


편지를 보고 또 한 번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아내의 빈자리를 제가 채울 순 없는 걸까요..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우리 아이는 사랑받기위해 태어났는데 엄마사랑을 못 받아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이지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
.

현수야..아빠야
우리 현수한테 정말 미안하구나. 아빠는 그런 것도 하나도 모르고....
엄마의 빈자리 아빠가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거니?
남자끼린 통한다고 하잖아..
현수야.. 너 요즘에도 엄마한테 편지 쓰지?
아빠가 너 하늘로 편지 보내는 거 많이 봤다.

엄마가 하늘에서 그 편지 받으면 즐거워하고 때론 슬퍼서 울기도 하겠지...
현수야..넌 사랑받기위해 태어났어.
그걸 잊지마.. 아빠가 널 때린다고, 엄마가 현수를 놔두고 갔다고
섭섭해 하지마.....알겠지?
끝으로 사랑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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