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뭔지 아시고 '핏줄'이 뭔지도 다 아시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핏줄을 찾아보면
관용구로 '핏줄 쓰이다'를 들고 있습니다.
"혈연의 친밀감을 느끼다."는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이 5월 31일입니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말씀과 함께 제 수첩 이야기를 보내드린 적이 있죠?

오늘은 토요일이라 편지를 쓰지 않는데도
가는 5월이 아쉬워 편지 하나 더 씁니다.

'피'가 뭔지 아시고 '핏줄'이 뭔지도 다 아시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핏줄을 찾아보면
관용구로 '핏줄 쓰이다'를 들고 있습니다.
"혈연의 친밀감을 느끼다."는 뜻입니다.
어려서 헤어진 자식이나 형제 자매를 나중에 서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다 핏줄 쓰이는 데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나를 이 세상에 보냈고,
또 이 세상에서 살아가게 만드는 게 피가 아닌지 싶습니다.

오늘은 누리집에서 떠도는 글 세 개를 소개할게요.
설마 저작권법이니 뭐니 하는 것에 걸리는 거 아니겠죠?
아래에 붙인 글 세 개는 제가 쓴 게 아니라 누리집에 떠도는 글입니다.

글은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살아있는, 산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1.
아범아! 내 아들아!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을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는 며느리
대학을 다니고 있는 손자,
그러한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아서
양로원을 찾아가야만 했던 어머니,

어느날 오후에 아들 며느리가 함께 동승하여
차에 태워서 이름 모를 길에 내려 주면서
하는말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라고 해 놓고
다음날 새벽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 아들과 며느리...

양로원에 갔다가 어느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 없었단다.
어머니의 말씀 한 마디면 공무원과 교육자라는
신분을 그대로 지탱하고 있었을까?
그러나 그 할머니는 자식이 그리워 눈물로
지내 시면서도 우리 아들이 잘 돼야 한다고 하시니
도대체 부모님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아범아 내 아들아 날 제발 데려 가다오.
밥 굶어도 나는 좋고 헐벗어도 나는 좋단다.
너의 얼굴 바라보면 밥 먹은 듯 배가 부르고,
너와 함께 사는 것은 옷 입은 듯 나를 감싸니"
이 곡의 1절 가사 일부다.

스님께서 19년 전 예천 연꽃 마을 방생법회를
갔을 때 만난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로써
하루하루 아들을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구구절절한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였단다.


그 노래의 악보를 우리말 편지 맨 밑에 그림으로 붙입니다.




2.

어느 시어머니의 고백

얼마전 뉴스를 듣는데 90살 노모가 치매에 걸려서 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들었습니다. 지금 내 나이보다 30여년을 더 사시면서 얼마나 힘들고 고달펐겠는가 싶더군요.

저는 얼마전까지는 그래도 하루하루 사는 기대를 가졌었답니다... 차마 제 주위에 아는 사람들에겐 부끄러워 말할 수 없었던 한 달 여 동안의 내 가슴속 멍을 털어 보고자 이렇게 어렵게 글을 적어 봅니다.

내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 고등학교때 남편을 잃고 혼자 몸으로 대학 보내고 집장만해서 장가를 보냈죠. 이만큼이 부모로써 할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아들놈 장가 보내 놓았으니 효도 한 번 받아보자 싶은 욕심에 아들놈 내외를 끼고 살고 있습니다. 집 장만 따로해 줄 형편이 안되어 내 명의로 있던 집을 아들명의로 바꿔 놓고는 함께 살고 있지요.

남편 먼저 세상 떠난 후 아들 대학까지 공부 가르치느라 공장일이며 때밀이며 파출부며. 안해 본 일이 없이 고생을 해서인지 몸이 성한데가 없어도 어쩐지 아들 내외한테는 쉽게 어디 아프다란 말하기가 왜그렇게 눈치가 보이는지.....

무릎관절이 안좋아서 매번 며느리한테 병원비 타서 병원 다니는 내 신세가 왜 그렇게 한스럽던지.....

참, 모든 시어머니들이 이렇게 며느리랑 함께 살면서 눈치 보면서 알게 모르게 병들고 있을겁니다. 어디 식당에 일이라도 다니고 싶어도 다리가 아파서 서서 일을 할 수가 없으니 아들한테 짐만 된거 같은 생각마져 듭니다.

며느리가 용돈을 처음엔 꼬박 잘 챙겨 주더니 이년전 다리가 아파서 병원을 다니면서부터는 제 병원비 탓인지 용돈도 뜸해지더라구요, 그래도 아따금씩 아들놈이 지 용돈 쪼개서 꼬깃꼬깃주는 그 만원짜리 서너장에 내가 아들놈은 잘 키웠지 하며 스스로를 달래며 살았지요.

그런데 이따금씩 만나는 초등학교 친구들한테 밥한끼 사주지 못하고 얻어만 먹는게 너무 미안해서 용돈을 조금씩 모았는데 간혹 며느리한테 미안해서 병원비 달라 소리 못할때마다 그 모아둔 용돈 다 들어쓰고 또 빈털털이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친구들한테 맘먹고 밥한번 사야겠단 생각에 아들놈 퇴근 길목을 지키고 서있다가 "야야, 용돈 좀 다오. 엄마 친구들한테 매번 밥 얻어 먹기 미안해서 조만간 밥 한끼 꼭 좀 사야 안되겠나." 어렵게 말을 꺼냈더니만 아들놈 하는말이 "엄마, 집사람한테 이야기 할께요." 그러곤 들어가지 뭐예요.

내가 괜히 말을 꺼냈는가 싶기도 하고 며느리 눈치 볼 일이 또 까마득 했어요. 그렇게 아들놈한테 용돈 이야길 한지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답이 없길래 직접 며느리한테 "아가야, 내 용돈 쫌만 다오. 친구들한테 하도 밥을 얻어 먹었더니 미안해서 밥 한끼 살라한다." 했더니 며느리 아무 표정도 없이 4만원을 챙겨 들고 와서는 내밀더라구요.

4만원가지고는 15명이나 되는 모임친구들 5000원짜리 국밥 한그릇도 못먹이겠다 싶어서 다음날 또 며느리를 붙들고 용돈좀 다오 했더니 2만원을 챙겨 주었어요.

그렇게 세차례나 용돈 이야길 꺼내서 받은 돈이 채 10만원이 안되었지요. 그래서 어차피 내가 밥사긴 틀렸다 싶어서 괜한짓을 했나 후회도 되고 가만 생각해 보니깐 괜히 돈을 달랬나 싶어지길래 며느리한테 세번에 거쳐 받은 10만원 안되는 돈을 들고 며느리 방으로 가서 화장대 서랍에 돈을 넣어 뒀지요.

그런데 그 서랍속에 며느리 가계부가 있더라구요. 난 그냥 우리 며느리가 알뜰살뜰 가계부도 다쓰는구나 싶은 생각에 가계부를 열어 읽어 나가기 시작을 했는데. 그 순간이 지금까지 평생 후회할 순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글쎄, 9월14일 왠수 40000원 9월15일 왠수 20000원 9월17일 또 왠수 20000원 처음엔 이 글이 뭔가 한참을 들여다 봤는데 날짜며 금액이 내가 며느리한테 용돈을 달래서 받아 간 걸 적어 둔 거였어요.

나는 그 순간 하늘이 노랗고 숨이 탁 막혀서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남편 생각에.. 아니, 인생 헛살았구나 싶은 생각에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어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들고 들어갔던 돈을 다시 집어들고 나와서 이걸 아들한테 이야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가 생각을 했는데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이 이야길 하면 난 다시는 며느리랑 아들 얼굴을 보고 함께 한집에서 살 수가 없을거 같았으니까요. 그런 생각에 더 비참해지더라구요, 그렇게 한달 전 내 가슴속에 멍이 들어 한10년은 더 늙은 듯 하네요.

얼마 전 들은 그 90대 노부부의 기사를 듣고 나니깐 그 노부부의 심정이 이해가 가더군요. 아마도 자식들 짐 덜어 주고자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어요. 며느리랑 아들한테 평생의 짐이 된 단 생각이 들때면 가끔 더 추해지기 전에 죽어야 할텐데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이제 곧 손자녀석도 태어 날텐데 자꾸 그때 그 며느리의 가계부 한마디 때문에 이렇게 멍들어서 더 늙어가면 안되지 싶은생각에 오늘도 수십번도 더 마음을 달래며 고치며 그 가계부의 왠수란 두글자를 잊어보려 합니다

차라리 우리 며느리가 이 방송을 들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젠 자식 뒷바라지에 다 늙고 몸 어디 성한데도 없고 일거리도 없이 이렇게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지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과 인지 모르시죠?

이 세상 부모로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자식한테 받는 소외감은 사는 의미 뿐만 아니라 지금껏 살아 왔던 의미까지도 무의미해진다라고 말입니다.

이제라도 이렇게 방송을 통해서 가슴 아팠던 심정을 털어 놓았느니 며느리 눈치 안보고 곧 태어날 손주녀석만 생각하렵니다.

요즘은 내가 혹시 치매에 걸리지나 않을까 싶은 두려움에 책도 읽고 인터넷 고스톱도 치면서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이글은 MBC라디오 여성시대에서 방영한 글이며 인터넷에서 글 옮겨 편집하였습니다.


3.
늙은 아버지의 질문


82 세의 노인이 52 세된 아들과 거실에 마주 앉아있었다.
그 때 우연히 까마귀 한마리가 창가의 나무에 날아와 앉았다.


노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저게 뭐냐?”
아들은 다정하게 말했다.
“까마귀에요. 아버지”


아버지는 그런데 조금 후 다시 물었다.
“저게 뭐냐?”
아들은 다시,
“까마귀라니까요.”
노인은 조금 뒤 또 물었다. 세 번째였다.


“저게 뭐냐?”
아들은 짜증이 났다.
“글쎄 까마귀라구요.”
아들의 음성엔 아버지가 느낄 만큼 분명하게 짜증이 섞여있었다.


그런데 조금 뒤 아버지는 다시 물었다.

네 번째였다.
“저게 뭐냐?”
아들은 그만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까마귀, 까마귀라구요. 그 말도 이해가 안돼요.

왜 자꾸만 같은 질문을 반복해 하세요?”


조금 뒤였다.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 때가 묻고 찢어진 일기장을 들고 나왔다.
그 일기장을 펴서 아들에게 주며 읽어보라고 말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었다.
거기엔 자기가 세 살짜리 애기였을 때의 이야기였다.
-“오늘은 까마귀 한마리가 창가에 날아와 앉았다.


어린 아들은
“저게 뭐야?”
하고 물었다.

나는 까마귀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아들은 연거푸 23번을 똑 같이 물었다.

나는 귀여운 아들을 안아주며 끝까지 다정하게 대답해주었다.

나는 까마귀라고 똑같은 대답을 23 번을 하면서도 즐거웠다.


아들이 새로운 것에 관심이 있다는 거에 대해 감사했고
아들에게 사랑을 준다는 게 즐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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