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09] 우리말) 능놀다

조회 수 4267 추천 수 103 2008.06.09 09:28:45
이 '능'과 '놀다'가 합쳐지면 '능놀다'가 되어
"쉬어 가며 일을 천천히 하다."는 뜻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세상은 참 여러 면이 있나 봅니다.
주말에는 놀러 가는 사람도 있고, 집에서 자는 사람도 있고, 교회 나가는 사람도 있고, 서울로 가는 사람도 있고...

'놀이'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즐거움을 얻으려고 자발적으로 행하는 모든 활동"을 뜻합니다.
놀이 공간, 건전한 놀이 문화처럼 씁니다.
요즘 ㅅㄱㄱ문제로 ㅊㅂㅈㅎ...

'놀'은 한 가지 일에 집착하여 온 정신을 기울인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흥이나 멋과도 통하는 말이지 싶습니다.
그래서 놀이를 놀았다고 하고 무당이 굿하는 것도 놀았다고 하나 봅니다.

'능'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빠듯하지 아니하게 넉넉히 잡은 여유."라는 뜻으로
능을 두어 옷을 짓다처럼 씁니다.

이 '능'과 '놀다'가 합쳐지면 '능놀다'가 되어
"쉬어 가며 일을 천천히 하다."는 뜻이 됩니다.

능놀다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매우 많지만, 여기서는 참겠습니다.

저는 오늘 출장 갑니다.
일터 일로 양평, 서산, 부여, 함양, 진주를 다녀와야 합니다.
내일 오후에 돌아오니 모레는 편지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어제 오후에 일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전화가 울어 받아보니 3060이라는 번호의 차가 제 것이 맞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다고 했더니,
무려 한 시간이 넘게 계속 시동이 걸려 있는데, 무슨 이유가 있냐고 묻더군요.
이런... 제가 이유는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놈의 건망증 때문이죠.
비가 올때 사무실에 나오는 바람에 우산 챙기느라 차 열쇠 빼는 것을 깜빡한 겁니다.
요즘처럼 기름 값이 비쌀 때...

이 머리도 이제 다 되었나 봅니다.

말 나온 김에 건망증과 치매의 다른 점을 알려 드릴까요?
건망증은 열쇠를 손에 들고 "내 열쇠가 어딨지?"라고 찾는 것이고,
치매는 열쇠를 손에 들고 "이게 뭐 하는 물건인고?"라고 하는 것이라네요. ^^*

저는 열쇠가 뭐하는 물건인지는 압니다. 아직은... ^___^*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독불장군]

며칠 전에
저희 회사 대장님이 사무실에 오셔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퇴직까지는 50여 일 남았다고 하시면서,
떠나시기 전에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좋은 조언을 많이 해 주셨죠.

충고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연구원이니만큼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는 말씀이었고,
두 번째는 세상에 독불장군 없으니 더불어 살라는 말씀이셨죠.

오늘은 독불장군 말씀 좀 드릴게요. 그 대장님을 생각하면서...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독불장군을 찾아보면 세 가지 뜻이 나옵니다.
1. 무슨 일이든 자기 생각대로 혼자서 처리하는 사람.
2. 다른 사람에게 따돌림을 받는 외로운 사람.
3.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남과 의논하고 협조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

이렇게 세 가지 뜻이 있는데,
본래 독불장군(獨不將軍)의 뜻은,
혼자 힘으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주위에 거느릴 졸병도 있고 따르는 충신도 있어야 장군이 되는 것이지,
따르는 사람도 없고 거느리는 사람도 없이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뜻이 요즘은 조금 변해서,
혼자 어떤 일을 처리하거나,
홀로 버티며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나,
여러 사람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따돌림을 받는 외톨이를 뜻하는 말로
그 뜻이 바뀌어 쓰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어사전에서도,
본래의 뜻이 세 번째로 들어가고,
바뀐 뜻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저희 회사의 대장님은,
남과 의논하고 서로 협조해야만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으니,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라는 뜻으로 독불장군이라는 낱말을 쓰셨는데요.
본래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쓰셔서 오늘 소개드린 겁니다.

날씨가 무척 추워졌죠?
저는 오늘 대전을 거쳐, 광주, 해남까지 긴 여행을 떠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522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0688
1836 [2009/09/24] 우리말) 옛날과 예전 id: moneyplan 2009-09-24 3622
1835 [2009/09/25] 우리말) 대중요법과 대증요법 id: moneyplan 2009-09-25 3798
1834 [2009/09/28] 우리말) 주말에 본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9-09-28 4005
1833 [2009/09/29] 우리말) 햇감자와 해땅콩 id: moneyplan 2009-09-29 3615
1832 [2009/09/30] 우리말) 해쌀과 햅쌀 id: moneyplan 2009-09-30 3581
1831 [2009/10/01] 우리말)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한가위로 보내시길 빕니다 id: moneyplan 2009-10-01 4001
1830 [2009/10/05] 우리말) 얼토당토않다 id: moneyplan 2009-10-06 5003
1829 [2009/10/06] 우리말) 내숭 id: moneyplan 2009-10-06 6348
1828 [2009/10/07] 우리말) 알맹이와 알갱이 id: moneyplan 2009-10-07 3607
1827 [2009/10/08] 우리말) 씁쓸하다 id: moneyplan 2009-10-08 4070
1826 [2009/10/09] 우리말) 코스모스와 살사리 id: moneyplan 2009-10-09 3682
1825 [2009/10/12] 우리말) 살살이와 살사리 id: moneyplan 2009-10-12 3509
1824 [2009/10/13] 우리말) 반죽과 변죽 id: moneyplan 2009-10-13 4035
1823 [2009/10/14] 우리말) 노총 id: moneyplan 2009-10-14 4084
1822 [2009/10/15] 우리말) 도세 id: moneyplan 2009-10-15 3391
1821 [2009/10/16] 우리말) 공공언어는 쉬워야 한다 id: moneyplan 2009-10-19 5106
1820 [2009/10/19] 우리말) 가차없다 id: moneyplan 2009-10-19 3974
1819 [2009/10/20] 우리말) '가차없다'와 '가차 없다' id: moneyplan 2009-10-20 4078
1818 [2009/10/21] 우리말) 수자와 숫자 id: moneyplan 2009-10-21 3587
1817 [2009/10/22] 우리말) 활개 치다와 활개 펴다 id: moneyplan 2009-10-22 4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