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1] 우리말) 리터당과 리터에...

조회 수 3420 추천 수 93 2008.07.02 09:38:09
옛 어르신은 말을 배운다고 하지 않고 말문이 트인다고 했습니다.
자전거 타는 것처럼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본래 안에 있던 게 한순간에 드러나는 것이라고 본 거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편지가 좀 늦었죠?
아침부터 농업공학연구소, 원예연구소, 축산연구소를 싸돌아다니느라 늦었습니다.

먼저,
지난주 편지를 보시고 한 분이 답장을 보내셨네요.

kjgg**@
같이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니 너무 서운해 하지마세요. 터럭만큼의 사심도 없습니다.
'놈팽이처럼 일 생각 않고'에서 '않고'는 부정을 뜻하는 것으로
'않다'는 보조 용언입니다. 그러므로 본용언이 있어야 합니다. '아니하다'의 준말은 '안하다'이며, 이는 본용언입니다. 즉, '않다'는 '아니하다'의 준말이 아니고 부정을 뜻하는 보조 용언입니다.
예) 공부 않다 (X) -> 공부하지 않다 (O), 공부를 하지 않다 (O)

고맙습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제 잘못을 짚어주셔야 그런 잘못을 나누지 않게 됩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요즘 기름 값 너무 비싸죠?
노는 것은 좋은데 기름 값 비싸서 밖에 나가기는 겁납니다.
오늘은 기름 값 이야기로 두 가지를 풀어볼게요.

먼저,
기름값 표시입니다.
모든 주유소는 기름 가격을 표시해야 하는데 대부분 1,800원/l(필기체)라고 씁니다.
액체의 단위인 리터는 l(필기체)가 아니라 소문자 엘(l) 이나 대문자 엘(L)로 써야 바릅니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주유소에서 필기체 엘(l)을 단위로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생수도 대부분 필기체 엘(l)을 단위로 쓰고 있습니다.
제가 뭘 잘못 알고 있나 봅니다.
분명히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액체의 단위인 리터는 l(필기체)가 아니라 소문자 엘(l) 이나 대문자 엘(L)로 써야 바르다고 나와 있는데 그것도 틀렸나 봅니다.

다른 하나는 그것을 읽는 방법입니다.
'1,800원/l'를 대부분 [리터당 천팔백원]이라고 읽습니다.
뉴스건 신문이건 그렇게 읽고 씁니다.
아시는 것처럼 '당(當)'은 씨가지(접사)로 수 또는 단위 뒤에 붙어 '마다'의 뜻을 더하는 뒷가지(접미사)입니다.
마리당 삼천 원, 시간당 얼마, 열 마리당, 40명당으로 쓸 수 있습니다.
'1,800원/l'를 [리터당 천팔백원]이라고 읽는 게 맞춤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당(當)', 한자 당을 쓰지 않으면 읽을 수 없을까요?
저라면
'1,800원/l'를 [일리터에 천팔백원]이라고 읽거나 [리터마다 천팔백원]이라고 읽겠습니다.

우리말로 바꿀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말로 쉽게 바꿔쓸 수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우리말로 바꿔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조바심]

어제에 이어 오늘도 황 교수님 이야기네요.
이제는 많은 분이 조바심을 버리고 차분하게 기다리시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라고 하지 마세요.)
사실 조바심 갖고 덤벼봐야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10일에서 보름 정도 후면 결과가 나온다니,
진득하게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조바심을 버리시라고 조바심 어원을 좀 말씀드릴게요.

‘조바심’에서 ‘조’는
오곡의 한 가지인 곡식으로,
밥을 짓기도 하고 떡, 과자, 엿, 술 따위를 만드는 원료입니다.
볏과의 한해살이 식물로 9월에 줄기 끝에 이삭이 나와 원통 모양의 가는 꽃이 피고 열매는 노란색의 작은 구형입니다.

‘조바심’에서 ‘바심’은
“곡식의 이삭을 떨어서 낟알을 거두는 일”인 타작(打作)에 맞대는 순 우리말입니다.
따라서 ‘조바심’은 “조를 타작하는 일”이 되겠죠.

이 조는 잎이 어긋나 좁고 길게 생겼고, 귀가 질겨 떨어내기가 어렵습니다.
타작하기가 어려운 거죠.
그래서 조를 떨 때는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여기저기에 비비고 두드리고 문지르며 쳐댑니다.
게다가 낱알이 작고 가벼워서 한 곳에 모으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조를 타작하는 일은,
타작 과정이 조심스럽고,
마음먹은 대로 쉽게 떨어지지도 않으니,
조급해지고 초조해지기 일쑤인 거죠.
바로 이런 어원을 가지고 태어난 ‘조바심’이
지금은,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임. 또는 그렇게 졸이는 마음”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무척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이죠.

이번 일의 진실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바심을 버리고 진득하게 조금만 참으면
곧 진실을 알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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