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5] 우리말) 리더쉽과 리더십

조회 수 8074 추천 수 117 2008.08.05 14:12:29
오늘은 오랜만에 외래어표기법을 좀 알아볼게요.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영어로 leadership이라 하고 이를 '리더십'이라 씁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지도력이나 통솔력으로 다듬었습니다.
이 '리더십'을 '리더쉽'이라고 쓰시는 분이 많습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자리를 옮기시는 분이 많습니다. 다들 똑똑하시고 지도력이 좋으신 분들이시겠죠?

오늘은 오랜만에 외래어표기법을 좀 알아볼게요.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영어로 leadership이라 하고 이를 '리더십'이라 씁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지도력이나 통솔력으로 다듬었습니다.
이 '리더십'을 '리더쉽'이라고 쓰시는 분이 많습니다.
네이버 웹문서에서 리더십을 검색하니 2,616,314건이 나오고, 리더쉽을 검색하니 709,592건이 나오네요.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낱말 끝에 오는 [∫], [t∫]를 '시, 치'로 적어야 합니다.
따라서 리더쉽이 아니라 리더십이 맞고, 벤취가 아니라 벤치가 맞으며 브리티쉬가 아니라 브리티시가 맞습니다.

leadership, bench, British를 영국사람이 어떻게 발음하고 미국사람이 어떻게 소리 내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쓰는 말을 우리끼리 어떻게 쓰고 읽을지가 중요합니다. 그 원칙이 외래어표기법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쓰는 말을 우리말로 바꿀 일이 없으면 더 좋겠지만,
그럴 때 쓰라고 만든 규정이 외래어표기법이고, 꼭 필요해서 만든 규정이라면 지키는 게 옳다고 봅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외래어표기법에 있는 규칙 몇 개 더 볼게요.
다른 나라에서 쓰는 말을 우리말로 적을 때 원칙적으로 된소리를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브로찌가 아니라 브로치고, 뻐쓰가 아니라 버스고, 빠리가 아니라 파리고, 싸이버가 아니라 사이버고, 싸이트가 아니라 사이트며, 싸인이 아니라 사인입니다.

또 알파벳 'f'는 모음 앞에서 'ㅍ'으로 써야 합니다.
그래서 훼밀리가 아니라 패밀리고 화이팅이 아니라 파이팅이며, 홱스가 아니라 팩스며, 후라이가 아니라 프라이입니다.

모음 앞의 [t∫], [d3(이런 비슷한 모양)]는 'ㅊ', 'ㅈ'으로 적어야 하는데 이때 이중모음을 쓰지 않습니다.
실은 우리말에서도 ㅊ, ㅈ과 함께 쓰는 이중모음은 소리를 가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레져가 아니라 레저가 맞고, 비젼이 아니라 비전이 맞으며, 챠트가 아니라 차트가 맞고, 텔레비젼이 아니라 텔레비전이 맞습니다.
사실 레져나 레저나 소리내 보면 거의 같잖아죠. 비전이나 비젼이나...

외래어표기법은 다른 나라 말을 우리말로 어떻게 적을지에 관한 규정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쓰는 말을 꼭 써야 한다면,
우리 나름의 규정을 만들어 놓고 그 규정에 맞게 쓰는 게 바르다고 봅니다.
그래야 우리말이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규정도 없이 마구잡이로 쓰다 보면, 우리말이 여기서 터지고 저기서 멍들어 나중에는 다 없어지고 말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포클레인/굴착기]

며칠 전 일입니다.
어떤 분의 부탁으로 짧은 글을 하나 써서 보냈더니,
몇 가지 교정을 해서 보내왔더군요.
그 중 하나가 제가 쓴 '포클레인'을 '굴착기'로 바꾼 겁니다.

제가 '굴착기'를 두 줄로 긋고 '포클레인'으로 다시 수정해서 보냈더니,
이번에는 전화를 하셨더군요.
'포클레인은 '굴착기'를 만드는 프랑스 한 회사의 이름일 뿐이다. 굴착기로 써야 한다.'

거기에 대고 제가 잔소리를 좀 했는데요. 여기에 소개하면,
1. 포클레인이 굴착기를 만드는 프랑스 회사이름인 것은 맞다.
2. 일본에서는 '굴착기'에서 어려운 뚫을 착(鑿) 자 대신에 발음이 [사쿠]로 같은 깍을 삭(削)자를 쓴다. 따라서 '굴삭기'라고 하면 안 된다. 그것은 일본에서 온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굴삭'은 '땅파기'로 바꾸고, '굴삭기'는 '굴착기'로 바꿔서 쓰도록 나와있다.
3. 표준국어대서전에서 '굴착기'를 찾아보면, '땅이나 암석 따위를 파거나 파낸 것을 처리하는 기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나온다. 우리가 생각하는 '포클레인'은 그 굴착기의 한 종류다.
굴착기에는 불도저, 삽차, 착암기, 심지어 준설선까지 다 포함된다. 굴착기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넓다.
4. 따라서, 흔히 우리가 말하는 오무렸다 폈다 하는 거대한 팔뚝에다 큰 바가지를 달아 흙을 파거나 옮기는 기계는 '포클레인'이라고 쓰는 게 맞다.
더군다나 표준국어대사전에 '포클레인'이 올라있다. 포클레인(Poclain) : 삽차. 포클레인을 조작하다/포클레인 한 대로 흙을 파헤치다.
포클레인처럼 일반명사화한 말은 굳이 다듬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주장을 했지만, 결국 제가 졌습니다.
그 사람이 만드는 책이니 그 사람 뜻에 따라 알아서 교정하겠죠.
여러분은 어떻게 쓰실래요?

저는 좀 다른 이야기나 하면서 오늘 편지를 마칠게요.
앞에서 제가 쓴 글에 몇 가지 교정을 해서 보내왔다고 했는데요.
'교정'이 뭐죠?
글을 고치는 것이죠?
교정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14가지 뜻이 나오는데, 출판과 관련된 뜻만 보면,

교정(校正)은,
'교정쇄와 원고를 대조하여 오자, 오식, 배열, 색 따위를 바르게 고침.'입니다.

교정(校定)은,
'출판물의 글자나 글귀를 검토하여 바르게 정하는 일.'입니다.

교정(校訂)은,
'남의 문장 또는 출판물의 잘못된 글자나 글귀 따위를 바르게 고침.'입니다.

비슷비슷하죠?
좀 쉽게 풀어보면,
교정(校正)은 가장 단순한 '바로잡기'고,
교정(校訂)은 문장 전체를 '뜯어 고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맞춤법 틀린 곳만 수정하는 게 아니라 문맥에 맞게 다시 쓰는 것도 포함하고 있죠.

여기에 교열(校閱)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문서나 원고의 내용 가운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고치며 검열함.'이라는 뜻으로,
교정(校定) 교정(校訂) 정도 될 것 같네요.

복잡하죠?
그냥 쉽게 '고침'하면 될텐데...


보태기)
이 편지를 받으신 분이 아래와 같은 답장을 보내오셨습니다.

이 말엔 저도 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농대 농공학과(지금은 지역건설공학과)에 근무합니다.
국어대사전을 이야기하시는 것 좀 웃깁니다.
우리말을 살려 쓴다면 이런 사전 인용하면 안 됩니다.
영덕 '대(大)게'는 큰 게라서 대게가 아닙니다.
게 이름이지요. 이건 생물학자에게 물어 보십시오.
영덕 게가 작으면 소게라고 해야 하나요.
모두 쓴다고 그게 표준말은 아닙니다.
그럼 모두 '멍게'라고 하니 멍게가 표준말인가요.
'우렁쉥이'가 표준말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포클레인(이건 회사이름 맞습니다)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power shovel, back hoe
우리말로 동력삽, 뒷호미(뒤로 파는 호미)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삽질과 호미질이 우리하고 반대입니다.
기계 본체 앞으로 파내는 기계는 back hoe,
기계로부터 앞으로 퍼 올리는 기계는 power shovel.
전에는 기계가 별도 였는데, 지금은 바가지(작업기) 바꾸면 둘 다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 구멍을 뚫기도 해요.
그렇다고 포클레인 하면 주방세재는 퐁퐁, 조미료는 미원...... 하는 것과 같지요.
좋은 우리말로 만들어 주시면 토목 건축현장에서 쓰도록 가르치겠습니다.

저는 파고뚫고퍼는 기계라는 뜻으로 '파뚫퍼기' 하면 좋겠는데
안 되나요.
용어제정 위원회 만들면 안 되나?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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