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11] 우리말) 애오라지

조회 수 5176 추천 수 89 2008.08.13 09:22:31
우리말에 '애오라지'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
아주 넘쳐 남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적당한' 정도를 나타내는 낱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쉬셨나요?
저는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

몽산포 해수욕장에서 이틀 보내면서 오랜만에 텐트에서 잠도 자고,
주말에는 고향에 가서 벌초도 하고,
어머니 모시고 대흥사 골짜기에다 발도 담그고 왔습니다.

우리말에 '애오라지'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어찌씨(부사)로
'겨우'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로
주머니엔 애오라지 동전 두 닢뿐이다,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자가 애오라지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처럼 씁니다.
또,
'오로지'나 '오직'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로도 쓰입니다.
애오라지 자식을 위하는 부모 마음, 그의 핼쑥한 표정이 애오라지 미순이 자기의 문제 때문만이 아님을 그녀는 또한 알고 있었다처럼 씁니다.

좀 쉽게 풀자면,
아주 넘쳐 남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적당한' 정도를 나타내는 낱말입니다.

저는 애오라지(겨우)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휴가를 다녀왔지만,
애오라지(오로지) 식구와 함께하는 시간이라 참 좋았습니다. ^^*

애들과 맘껏 놀고, 아내와 이야기도 하고,
틈을 내 장석주 님의 '그 많은 느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를 읽었습니다.
빠른 것만 찾는 요즘, 최고와 일등만 찾는 요즘,
휴가 가서 읽어볼 만한 책으로 그 책을 권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따 논 당상 --> 떼어 놓은 당상]

오늘, 제가 근무하는 회사의 모든 직원이 올에 무슨 일을 하겠다고 발표하는데,
저만 발표하지 않습니다.
발표하지 않으니, 자료를 만들 필요도 없고,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그래도 뭔가 일은 해야 하니,
오늘은 우리말편지나 하나 더 보내겠습니다.

어젯밤에 축구 보셨어요?
비록 지긴 했지만 참 잘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나가면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은 물론 8강도 떼어 논 당상일 겁니다.

어떤 일이 확실하여 조금도 틀림없이 진행될 것이란 의미로
'떼어 놓은 당상'이나, '따 논 당상'이라는 말을 합니다.

'당상'은,
조선시대의 높은 벼슬인데,
어떤 사람을 위해, 꼭 어떤 사람에게만 주려고,
따로 떼어 놓은 당상 자리라는 뜻이,
'떼어 놓은 당상'입니다.
곧, '맡아 놓은 일, 확실한 일'이죠.
따라서, '떼어 놓은 당상'이나, '떼 논 당상'이라고 써야지,
'따 논 당상'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따다'는,
붙어 있는 것을 잡아떼다,
노름, 내기, 경기 따위에서 이겨 돈이나 상품 따위를 얻다,
꽉 봉한 것을 뜯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떼다'는,
붙어 있거나 잇닿은 것을 떨어지게 하다,
전체에서 한 부분을 덜어 내다,
함께 있던 것을 홀로 남기다,
걸음을 옮기어 놓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사과 따듯 나무에 걸린 당상 벼슬을 따거나,
고스톱 쳐서 벼슬을 따거나,
봉투 속에 든 벼슬을 꺼낸 게 아니니,
당연히 '따 논 당상'이 아니라, '떼어 논 당상'이라고 써야 합니다.

"떼어 둔 당상 좀 먹으랴."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하늘이 우리를 위해서
이미 월드컵 8강을 따로 떼어 놨는데,
그게 어디 가겠어요?
우리 선수들이 가끔 흔들려도 월드컵 8강은 이미 우리를 위해 떼어 둔 거니,
걱정하지 마시고, 응원이나 열심히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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