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운동 종류별로 이름 쓰는 법을 달리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선수들 이름을 왜 이렇게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올림픽에서 좋은 소식이 많이 날아오네요.
오늘도 박태환 선수 목에 금메달이 걸리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볼게요.
올림픽은 많은 사람이 모여 운동으로 겨루는 전 세계인의 잔치입니다.
이 잔치에 쓰이는 우리나라 국기가 제대로 된 게 아니라고 합니다.
효가 규격보다 얇게 그려졌다고 합니다.
국기는 한 나라의 얼굴이고,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자존심입니다.
세계인의 잔치에 엉터리 태극기가 쓰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가기관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것은 백 번 천 번 욕을 들어도 쌉니다.

하나 더 짚을게요.
올림픽에 나간 선수들 등에는 큼지막한 로마자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제가 본 몇 개를 소개하면,
양궁 윤옥희 선수는 YUN. O. H,
역도 윤진희 선수는 Yun Jinhee, 전광판에는 YOON Jinhee,
핸드볼 박진규 선수는 J. G. Park,
하키는 KIM. E. S, GIM. S. H
수영 정슬기 선수는 텔레비전 자막에 JUNG Seulki,
수영 박태환 선수 모자에는 PARK T. H,
여자 배드민턴 전재현 선수는 Jun J H,
축구 박민수 선수는 MINSOO 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올림픽에서 운동 종류별로 이름 쓰는 법을 달리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선수들 이름을 왜 이렇게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쓰고,
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민용하는 Min Yongha라고 쓰거나 Min Yong-ha라고 써야 하며,
송나리는 Song Nari로 쓰거나 Song Na-ri로 써야 합니다.

우리 말법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도 선수들 등에는 그 모양 그 꼴로 제멋대로 갈긴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우리 로마자 표기법이 없다면 모를까, 분명히 표기법이 있는대도 그 모양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창피한 노릇입니다.

대한체육회가 잘못을 한 건지, 올림픽 위원회가 잘못한 건인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잘못을 한 건지, 국립국어원이 잘못한 건인지, 올림픽 선수촌이 잘못을 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것을 저만 꼬집은 게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 많은 이들이 그런 것을 바로잡고자 힘썼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이 모양입니다.

자료 하나 붙입니다.
송춘종 님이 2004년에 고희기념산문집에 쓰신 글입니다.
이분은 국어학자도 아니고 체육전문가도 아니며 올림픽 위원도 아닙니다.
농대를 나와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다 퇴직하신 조쌀하신 어르신입니다.
이런 분들이 그렇게 악을 쓰고 힘써도 안 됩니다.
왜 그럴까요?
뭐가 문제일까요?
학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해서 무시한 것일까요?

참으로 가슴이 아픈 일입니다.
송춘종 님의 글을 읽어보시면 가슴이 더 아파지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홍길동을 Hong Gildong으로 쓰는 것은
우리 이름을 '영어'로 쓰는 게 아닙니다. '로마자'로 쓰는 겁니다.

2.
붙임 글은 송춘종 님의 허락을 받고 우리말편지에 붙인 겁니다.
우리말편지에 글을 소개해도 좋을지를 여쭤보는 편지를 보시고 보낸 답장입니다.

앞글 지움...

운동선수 이름 로마자 표기는 내가 포기했던 일이네요. 성 박사가 끝장을 내시기 바랍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책 149쪽)에서 보다시피.
요즘은 더 나가서 축구선수는 성도 없고 이름만 있는 동물로 만들어 버렸고...
모자란 데는 보충하며 활용하기 바랍니다. 관심 가져 주어서 고맙습니다.
한자나 영어는 점 하나, 획 하나만 틀려도 야단들이면서, 내 나라 우리 글은 함부로 하는 세태가 더럽고 부끄럽습니다.
영어 광풍은 어떤가요.
보람 늘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송춘종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빠삭하다]

저도 십여 년 전에는 컴퓨터 잘 다룬다는 말을 들었는데,
요즘은 어디 가서 컴퓨터 'ㅋ'자도 못 꺼냅니다.
도저히 못 따라가겠더군요.

어제 한 후배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컴퓨터에 대해 빠삭합니다.
특히 프로그램 짜는 데는 따라갈 사람이 없죠.

요즘 그 친구가 애가 없어서 고생이 많은데,
다음 주에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기대합니다.
다음 주에 듣게 될 그 친구의 '시험관 임신 성공' 소식을 기대하면서
오늘은 '빠삭하다'를 소개드릴게요.

'빠삭하다'의 뜻은 다 아시죠?
어떤 일에 대해 아주 잘 알거나, 통달한 것을 말합니다.
왠지 사투리 같죠?

'빠삭'에는,
"가랑잎이나 마른 검불 따위의 잘 마른 물건을 가볍게 밟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라는 뜻이 있고,
'빠삭하다'에는,
1. 어떤 일을 자세히 알고 있어서 그 일에 대하여 환하다. 그는 컴퓨터에 빠삭하다. 이분은 자동차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꿰고 있다. 대중가요는 빠삭한 모양이야.
2. 조금 빳빳하다. 만져보니 빠삭한 새 돈이야. 돌이는 빠삭하게 생긴 종이에 글씨를 쓴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모두 표준어입니다.

'거시기'와 마찬가지로 '빠삭하다'도 표준어니까,
맘 편하게 쓰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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