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14] 우리말) 날름과 낼름

조회 수 3257 추천 수 95 2008.08.14 09:25:02
이를 좀 세게 소리 내고 싶어서인지 '낼름'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잘못입니다. '낼름'이 아니라 '날름'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에 댓글이 있네요.

오늘 메일에 쓴 낱말 가운데
고쳐 쓰면 어떨까 하는 게 있네요.

단어 -> 낱말
쓰이는 -> 쓰는(입음움직씨로 쓰면 왜놈말이라고 이오덕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문법적 -> 문법(的을 안 써야 우리말이라고 이오덕 선생님이 말씀하셨고 여기서 굳이的을 써야 할지요?)
음절 -> 소리마디

고맙습니다.
앞으로 조심하면서 편지를 쓰겠습니다.



아침부터 찌는 게 오늘도 무척 더울 것 같네요.

어제는 일터에서 직원 환송회를 했습니다.
가난한 말단 공무원이라 삼겹살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돈이 좀 많다면 군치리집에 가서 오구탕을 칠텐데...

우리말에 '군치리'라는 게 있습니다.
"개고기를 안주로 술을 파는 집"을 뜻합니다.
이런 낱말이 있는 것을 보면 예전부터 그런 집이 많았나 봅니다. ^^*

삼겹살을 구우며 술을 마시다 보면,
처음에는 술 한 잔에 고기 한 점을 먹지만,
나중에는 술 반 잔에 고기 한 점 먹게 됩니다. 되도록 덜 취하고 싶어서...^^*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고기는 부족하고, 그걸 먹으려는 입은 많고...
그렇다고 점잖은 체면에 젓가락으로 고기를 누르고 있을 수도 없고...
실리냐 체면이냐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다 보면 누군가 날름 그 고기를 채가고 있습니다.
뭐라고 말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입에 들어간 것을 빼앗아 올 수도 없고...

"무엇을 날쌔게 받아 가지는 모양."을 '날름'이라고 합니다.
거지는 내 손에 든 돈을 날름 가져갔다, 가게 주인 몰래 사탕 한 알을 주머니에 날름 집어넣었다처럼 씁니다.

이를 좀 세게 소리 내고 싶어서인지 '낼름'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잘못입니다. '낼름'이 아니라 '날름'입니다.
'널름'이나 '늘름'도 같은 뜻입니다.

문법으로 보면,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것은 바뀐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에 따라 '낼름'을 버리고 '날름'을 표준어로 삼았습니다.

좀 더 나가,
날름날름, 널름널름, 늘름늘름도 같은 뜻으로 표준어입니다.

제발 오늘은 술 마실 일이 없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머뭇거리지 않고 가볍게 빨리"라는 뜻의 낱말은 '냉큼'이 맞고,
비슷한 뜻으로 '늬ㅇ큼'도 맞는 말입니다.
당연히, '냉큼냉큼'과 '늬ㅇ큼늬ㅇ큼'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


오늘아침에 본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제 눈길을 끄네요.

내가 만약 사십대라면
만사 제쳐놓고 규칙적인 산행을 할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평균 주 1회의 산행을 해서
가보지 못한 전국의 많은 산을 둘러볼 것이다.
건강에도 좋고 정신력을 기르는 데도
그만한 방책이 없다.


- 유종호의《내 마음의 망명지》중에서 -


* 마흔살, 뒤를 돌아볼 나이입니다.
무엇보다 건강을 챙겨야 할 때입니다.
계속해서 마냥 달리다 때를 놓치면 어느 순간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됩니다. 건강을 위해 투자하십시오.
적어도 한 주에 한 번은 산을 오르거나
달리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2004년7월1일자 앙코르메일)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빠대다/삐대다]

눈이 좀 덜 내리네요.
오전에 넉가래로 실험실 앞에 있는 눈을 좀 치웠습니다.
오랜만에 내린 눈이라 많은 사람이 빠대고 다녀,
발자국이 난 곳은 눈이 굳어서 잘 밀리지 않네요.

'빠대다'는 말 아시죠?
"아무 할 일 없이 이리저리 쏘다니다."라는 뜻으로,
일정한 직업 없이 허구한 날 빠대는 것도 못할 노릇이다처럼 씁니다.
발음이 강해서 좀 어색한 감도 있지만, 순 우리말이고 표준어입니다.

'빠대다'와 발음이 비슷한 '삐대다'도 표준업니다.
"한군데 오래 눌어붙어서 끈덕지게 굴다."라는 뜻으로,
선배에게 삐대다. 하는 일 없이 남의 집에 오래 삐대고 있을 수도 없었다처럼 씁니다.
마찬가지 순 우리말이자 표준어입니다.

오늘 저녁 퇴근길에 발자국이 없는 눈 위를 빠대보세요.
오랜만에 '뽀드득' 눈 밟는 소리도 들어보시고...
저는 오늘도 사무실에서 삐대다 늦게 들어갈 것 같네요.

퇴근길 조심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66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190
396 [2015/12/27] 우리말) 차지다/찰지다 머니북 2015-12-28 3067
395 [2015/12/28] 우리말) 무엇이든 '가져야' 할까? 머니북 2015-12-28 3166
394 [2016/01/04] 우리말) 순우리말 지명 점차 사라져 머니북 2016-01-04 3496
393 [2016/01/05] 우리말) 알은척 머니북 2016-01-06 3458
392 [2016/01/06] 우리말) 사과나무 머니북 2016-01-06 3895
391 [2016/01/07] 우리말) 마을/마실 머니북 2016-01-09 3246
390 [2016/01/08] 우리말) 엉덩이와 궁둥이 머니북 2016-01-09 3542
389 [2016/01/11] 우리말) 굼적/꿈적/꿈쩍 머니북 2016-01-11 3499
388 [2016/01/12] 우리말) 병충해/병해충 머니북 2016-01-13 3274
387 [2016/01/13] 우리말) 대갚음/되갚음 머니북 2016-01-14 3208
386 [2016/01/14] 우리말) 게으르다/개으르다 머니북 2016-01-17 3518
385 [2016/01/15] 우리말) 드셔 보세요 머니북 2016-01-17 2981
384 [2016/01/18] 우리말) 안틀다 머니북 2016-01-19 3060
383 [2016/01/20] 우리말) 엔간하다 머니북 2016-01-21 3756
382 [2016/01/21] 우리말) 갑부 머니북 2016-01-21 3710
381 [2016/01/22] 우리말) 불빛 비칠 때와 비출 때 머니북 2016-01-22 3478
380 [2016/01/25] 우리말) 망고하다 머니북 2016-01-26 2920
379 [2016/01/26] 우리말) 말하다/소하다 머니북 2016-01-26 3257
378 [2016/01/27] 우리말) 일하다/이하다 머니북 2016-01-28 3281
377 [2016/01/28] 우리말) 일다/이다 머니북 2016-01-28 3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