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07] 우리말) 안스럽다와 안쓰럽다

조회 수 5125 추천 수 175 2008.11.07 11:38:08
'안쓰럽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손아랫사람이나 약자의 딱한 형편이 마음에 언짢고 가엾다."는 뜻입니다.
흔히 안스럽다로 잘못 쓰기도 하지만,
안쓰럽다는 '안 스럽다'가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도 여기저기서 터지는 폭탄 제거하느라 이제야 자리에 앉았습니다.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제는 오랜만에 10시에 퇴근했습니다. 출근한 날 퇴근한 게 몇 달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시간에만 퇴근해도 여유가 있더군요. 무엇보다도 식구들이 아직 안 자고 있잖아요. ^^*
어제는 10시 넘어서 아내와 애들 손잡고 경기 도청 뒤에 있는 팔달산에 올라 안개 낀 화성을 걸었습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도 밟고, 나무 뒤에 숨어 "나 잡아 봐라~"라고 장난도 치면서 놀았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애들과 밤늦게까지 깔깔거리고 장난치며 놀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비록 새벽에 잠들었지만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났습니다.

저는 기분이 좋아 벌떡 일어났지만 애들은 늦게 자서 그런지 못 일어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애들을 깨워 해롱대는 채 차로 같이 나올 때는 무척 안쓰럽습니다.

'안쓰럽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손아랫사람이나 약자의 딱한 형편이 마음에 언짢고 가엾다."는 뜻입니다.
흔히 안스럽다로 잘못 쓰기도 하지만,
안쓰럽다는 '안 스럽다'가 아닙니다.
'안쓰럽다' 자체가 하나의 낱말입니다.
복스럽다나 우스꽝스럽다처럼 어떤 낱말에 '-스럽다'가 붙은 게 아닙니다.
따라서 '안쓰럽다'고 쓰시는 게 바릅니다.

애들 이야기 쓰다 보니 애들이 보고 싶네요.
오늘도 일찍 들어가서 애들과 놀 수 있기를 빕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어제 편지를 보시고 여러분이 댓글을 주셨습니다.
여러분의 뜻에 따라 될 수 있으면 편지 보내는 시간을 일정하게 맞추겠습니다.
그렇게 며칠 해 보다 제가 너무 힘들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편지를 쓰고 예약해 두면 힘들다기보다는 좀 딱딱할 것 같습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주기/주년]

이번 주말에 고향에 갑니다.
내일이 돌아가신 아버지 제사거든요.

당신이 타고나신 복을 당신이 누리지 않으시고 자식들에게 다 주고 먼저 가신 아버지입니다.
참 깨끗하신 선비셨죠.
저만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라 고향 마을 어르신들이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런 아버지의 자식으로,
아버지가 남겨주신 복을 저희 자식들이 잘 누리고 있습니다.
그 고마운 마음을 깊게 간직하고자 저는 지금도 제 지갑에 부모님 사진을 가지고 다닙니다.

오늘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주기'와 '주년'의 차이를 설명드릴게요.

'주기(周忌/週忌)'는,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내일이 바로 아버지의 십이 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주년(周年/週年)'은,
"일 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입니다.
'동학 농민 운동 1백 주년, 결혼 오십 주년'처럼 쓸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주기'는 죽은 사람의 제사에만 쓸 수 있는 낱말이므로,
'결혼 5주기'라는 말은 얼토당토않은 말이고,
'결혼 5주년'이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당연히 회사 창립 10주기가 아니라, 회사 창립 10주년이 맞죠.

고향 잘 다녀올게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912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4603
2216 [2008/03/27] 우리말) 짓북새를 놓으며 짓먹다 id: moneyplan 2008-03-27 4746
2215 [2008/03/28] 우리말) 만날 뗑그렁 id: moneyplan 2008-03-30 3891
2214 [2008/03/31] 우리말) 틀린 말 몇 개 id: moneyplan 2008-03-31 4566
2213 [2008/04/01] 우리말) 인삿말이 아니라 인사말 id: moneyplan 2008-04-01 4501
2212 [2008/04/03] 우리말) 쎄쎄쎄, 아침바람 찬바람에 id: moneyplan 2008-04-03 4396
2211 [2008/04/02] 우리말) 축제와 축전, 그리고 잔치 id: moneyplan 2008-04-03 4715
2210 [2008/04/04] 우리말) 알음장과 알림장 id: moneyplan 2008-04-06 5352
2209 [2008/04/07] 우리말) 꽃보라 id: moneyplan 2008-04-07 4384
2208 [2008/04/08] 우리말) 꽃소식과 꽃소금 id: moneyplan 2008-04-10 4724
2207 [2008/04/10] 우리말) 곰바지런한 국회의원 id: moneyplan 2008-04-10 3893
2206 [2008/04/11] 우리말) 하기 마련이다와 하게 마련이다 id: moneyplan 2008-04-13 4170
2205 [2008/04/14] 우리말)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id: moneyplan 2008-04-14 8191
2204 [2008/04/15] 우리말) 헛가래질과 헹가래 id: moneyplan 2008-04-15 4229
2203 [2008/04/16]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04-16 4474
2202 [2008/04/17] 우리말) 눈가에 생긴 잔주름 id: moneyplan 2008-04-18 4466
2201 [2008/04/18] 우리말) 눈시울과 가선 id: moneyplan 2008-04-21 3946
2200 [2008/04/19] 우리말) 미스킴과 라일락 id: moneyplan 2008-04-21 4395
2199 [2008/04/21] 우리말) 틀린 말 몇 개 id: moneyplan 2008-04-22 4468
2198 [2008/04/22] 우리말) 저는 9시에 연속극을 봅니다 ^^* id: moneyplan 2008-04-22 3857
2197 [2008/04/23] 우리말) 꽃잎이 떨어지더라도 아쉬워 말자 id: moneyplan 2008-04-23 4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