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4] 우리말) 윤똑똑이와 헛똑똑이

조회 수 4137 추천 수 165 2008.11.24 09:26:33
윤똑똑이는 실제로는 똑똑한데 심보가 좀 고약한 경우에 쓰고,
가똑똑이와 과똑똑이는
"실제는 보잘것없으면서 겉으로만 똑똑한 체하는 사람"을 이릅니다.
말로는 무슨 일이든 다 잘하나 실제로는 실속이 없는 허구뿐인 사람을 일컫는 거죠.


안녕하세요.

주말 잘 쉬셨나요?
저는 오랜만에 푹 쉬었습니다.
토요일에는 애들 어린이집에서 하는 열린 학교에 다녀왔고,
일요일은 온 식구가 찜질방에서 뒹굴었습니다.

저는 네 살배기 아들이 있는데요.
이 녀석이 집에서는 누나를 가르치려 들며 큰소리치더니 어린이집에서는 그렇게 수줍음을 타더군요.
저는 몰랐습니다. 애가 그렇게 수줍음을 잘 타고 헛똑똑이라는 것을...

'윤똑똑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자기만 혼자 잘나고 영악한 체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비슷한 뜻을 지닌 낱말에
헛똑똑이, 겉똑똑이, 가똑똑이, 과똑똑이, 갓똑똑이가 있습니다.

말 맛이 조금씩은 다릅니다.
윤똑똑이는 실제로는 똑똑한데 심보가 좀 고약한 경우에 쓰고,
가똑똑이와 과똑똑이는
"실제는 보잘것없으면서 겉으로만 똑똑한 체하는 사람"을 이릅니다.
말로는 무슨 일이든 다 잘하나 실제로는 실속이 없는 허구뿐인 사람을 일컫는 거죠.

앞에 쓴 낱말이 모두 겉으로는 똑똑해 보이지만 실상은 별 볼일 없는 바보를 이른다면,
그보다는 조금 나은 게 '허릅숭이' 정도 됩니다.
"일을 실답게 하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을 잘하게 보이지만 막상 같이 일을 해 보면 답답한 경우에 쓸 수 있을 겁니다.

제 생각에,
허릅숭이보다 조금 더 바보가 '어림쟁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정한 주견이 없는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실제 일을 못할 뿐만 아니라 겉으로 보기에도 투미한 그런 사람을 이르죠.

글을 쓰다 보니 저는 어디에 들어가는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겉으로 똑똑해 보이지도 않고, 실제로 일을 딱 부러지게 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실제로 똑똑한 것도 아니고...
그런 사람을 이르는 낱말은 없나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평가전을 치루다 >> 평가전을 치르다]

안개가 끼었네요.
출근 잘하셨죠?
오늘 낮에도 스님들이 좀 힘드시겠네요.

오늘 저녁입니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과 세네갈 축구 대표팀이 한판 붙는 게...
월드컵에서 맞붙게 될 토고 전을 대비해
토고와 비슷한 점이 많은 세네갈 대표팀과 국내 평가전을 치릅니다.

평가전이긴 하지만, 우리 팀의 우승을 빌며,
'평가전을 치르다'를 좀 볼게요.

흔히,
평가전을 치루다, 값을 치루다, 초상을 치루다, 전쟁을 치루다, 시험을 치루다처럼
무슨 일을 겪거나 마치는 것을 두고 '치루다'고 하는데, 이건 틀린 겁니다.
'치르다'가 맞습니다.

'치르다'는,
'주어야 할 돈을 내주다.'는 뜻으로, 잔금을 치러야 한다, 옷값을 치르고 가게를 나왔다처럼 쓰고,
'무슨 일을 겪어 내다.'는 뜻으로, 시험을 치르다, 잔치를 치르다, 큰일을 치렀으니 몸살이 날만도 하지처럼 쓰며,
'아침, 점심 따위를 먹다.'는 뜻으로, 아침을 치르고 대문을 나서던 참이었다처럼 씁니다.

'치루다'는 '치르다'의 잘못입니다.
따라서,
'물건값을 치뤘다'가 아니라, '물건값을 치렀다'로 써야 하고,
'평가전을 치룹니다'가 아니라, '평가전을 치릅니다'가 맞습니다.

'치루다'는 아마도 의사선생님들만 쓸 수 있는 말일 겁니다.
치질 환자를 보는 의사선생님이 '어, 이거 치핵이 아니라 치루다'라고 하실 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오늘 우리말편지는 조금 지저분했나요?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평가전을 잘 치러,
월드컵에서 토고를 꼭 이기길 빕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평가전 : 평가전(評價戰, [평ː까전]) 실력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하여 하는 운동 경기.

2. 우리 속담에,
'아침 안개가 중 대가리 깬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침에 안개가 낀 날은 낮이 되면 중의 머리를 깰 정도로 햇빛이 쨍쨍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낮에도 스님들이 좀 힘드실 거라는 농담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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