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5] 우리말) 늙은호박과 청둥호박

조회 수 3571 추천 수 84 2008.11.25 10:38:41
5시 40분, 사회자와 출연자가 '늙은호박'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늙어서 겉이 굳고 씨가 잘 여문 호박."은 '청둥호박'입니다.
이런 멋진 낱말을 두고 '늙은호박'이라뇨...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에서
겉으로 똑똑해 보이지도 않고, 실제로 일을 딱 부러지게 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실제로 똑똑한 것도 아니고...
그런 사람을 이르는 낱말은 없나요? ^^*
라고 했는데요.

농촌진흥청 식당 영양사 선생님이 그 답을 알려주시네요.
'맹물'이라고...^^*

근데, 이 말이 진짜 맞습니다.
사전에서 맹물을 뒤져보면
"하는 짓이 야무지지 못하고 싱거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나와 있습니다.
이명숙 선생님! 저 맹물 맞습니다. ^^*

어젯밤 1시 25분에 KBS 텔레비전에서 '뱃속에 든 쌍둥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창자가 들어 있는 배의 속은 '배 속'입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죠.

어제 오후에 서울 출장 갔다 되돌아오는 길에 MBC라디오를 들었는데,
엉터리 말이 좀 들리네요.

5시 40분, 사회자와 출연자가 '늙은호박'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늙어서 겉이 굳고 씨가 잘 여문 호박."은 '청둥호박'입니다.
이런 멋진 낱말을 두고 '늙은호박'이라뇨...

배추 담그는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청취자와 연결했는데,
한 청취자가 "다마가 작은 귤"이라고 했습니다.(5시 44분)
그러면 사회자가 바로 "아, 알이 작은(또는 크기가 작은) 귤이요?"라고 받아줬어야 합니다.
다마라뇨..

곧이어, 다른 청취자는 '엑기스'라고도 했습니다.
그럼 바로 '진액'이라고 바로잡아 줬어야 합니다.

누군가 '저희나라는 어쩌고 저쩌고'하면
그 말을 받아서 '우리나라는 어쩌고 저쩌고한다는 말이죠?'라고 청취자 기분 상하지 않게 바로잡아주는 게 사회자의 할 일이라고 봅니다.

아침부터 옆에서 건드는 인간들이 많네요.
오늘도 만만찮은 전투가 될 것 같습니다. 세상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분향소/빈소]

어떤 분은 저에게 조심스럽게 조언을 하십니다.
하루에 두 번씩 우리말편지를 보내면 읽는 사람이 소화불량에 걸린다고...
그러나 저는 꼭 보내고 싶은 내용을 보내지 않으면,
밤에 잠이 안 오고,
낮에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마 어젯밤에 상상플러스 내용을 보내지 않았으면 잠을 자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 이 우리말편지를 보내지 않으면 오늘 하루가 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제가 싫으시면 '수신거부'를 살포시 눌러주세요.

오늘은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셨던 고 이종욱 님의 장례가 있는 날입니다.
평생을 빈곤국가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세계보건기구에 몸을 바친 고 이종욱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에
세계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애도에 동참하면서,
'빈소'와 '분향소'의 차이를 알아볼게요.

'빈소'는,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방'으로,
사람이 죽으면 빈소는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고 이종욱 님의 빈소는 아마도 제네바에 있을 겁니다.

'분향소'는,
'영정을 모셔놓고 향을 피우면서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곳'으로,
여기저기에 많이 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 이종욱 님의 분향소가 UN 본부에도 있고, 서울대학교에도 있을 수 있는 겁니다.

어제, 5월 23일 자 경향신문 1면에 '이종욱 WHO 사무총장 순직'이라는 꼭지의 기사가 있는데,
맨 끝 문장이,
'빈소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의대 구내 함춘회관 1층 사랑방에 마련됐다.'이네요.

아마도,
기사를 쓴 기자가 '빈소'와 '분향소'를 착각했나 봅니다.

인터넷에서 보니, 연합뉴스도 그런 착각을 했네요.

서울대 의대에 있는 것은,
고 이종욱 님의 시신이 있는 '빈소'가 아니라,
명복을 비는 '분향소'입니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애도(哀悼) : 사람의 죽음을 슬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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