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6] 우리말) 어리눅다

조회 수 4213 추천 수 110 2008.12.01 22:03:30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습니다.
가진 사람이 가진 티 안 내고 어려운 사람과 함께 나누고,
똑똑한 사람이 너무 잘난 체하지 않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얼굴과 마음이 모두 아름답지만 남 앞에서 너무 뽐내지 않는 게 좋다고 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저녁에 일터 동료와 소주를 한잔했습니다. 오랜만에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어제도 느낀 거지만, 저는 복이 참 많습니다. 제 동료는 다들 겸손하고 착하거든요.
흙과 함께 사니 다들 이렇게 마음씨가 곱고 바르나 봅니다.

오늘은 겸손 이야기를 해 볼게요.
우리 선조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겸양을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잘난척하고 으스대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취급 당하기 일쑤였죠.

우리말에 '어리눅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일부러 어리석은 체하다."는 뜻입니다.
실은 잘났으면서도 짐짓 못난 체하는 것이죠.
제 동료가 다 그렇습니다.
살아 있는 풀과 나무를 다루고, 말 못하는 숨탄것과 같이 살다 보면 다 그렇게 되나 봅니다.
(숨탄것 : 숨을 받은 것이라는 뜻으로, 여러 가지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습니다.
가진 사람이 가진 티 안 내고 어려운 사람과 함께 나누고,
똑똑한 사람이 너무 잘난 체하지 않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얼굴과 마음이 모두 아름답지만 남 앞에서 너무 뽐내지 않는 게 좋다고 봅니다.

아무리 제 잘난 맛에 산다고 하지만 스스로 자기가 잘났다고 으스대는 것은 어리석다고 봅니다.
사람은 때에 따라 어리눅게 움직이거나 말할 필요가 있지 싶습니다.
그렇다고 언제나 그러면 진짜로 어리석은 사람 취급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죠. ^^*


어제 중국에서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중국에서 무역을 하고 계시는 분인데,
허리 보호대 100개를 보내셨네요.
이웃 어르신께 드리거나 우리말 편지에서 선물을 드릴 때 쓰라면서요.

그 선물을 나눠드리고자 내일 문제를 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한창/한참]

며칠 전에 모내기가 한창이라면서 벼농사 이야기를 보내드렸는데요.
오늘은 그때 쓴, '한창'과 '한참'을 구별해 볼게요.

'한창'은,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때.'를 말합니다.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요즘 앞산에는 진달래가 한창이다.'처럼 씁니다.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을 뜻합니다.
'한참 뒤, 한참 동안 기다리다, 그는 한참 말이 없었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한창'과 '한참'은 발음은 비슷해도 뜻은 전혀 다릅니다.

잘 구별해서 쓰셔야 합니다.

요즘 논에서는 모내기가 '한참이다'고 하면 안 되고, 모내기가 '한창이다'고 해야 합니다.

새로운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고,
좋은 일 많이 만드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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