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기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건, 새우 싸움에 고래 등이 터지건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다고 봅니다.


안녕하세요.

그제 밤 12시 SBS에서 '문제를 맞춘다'고 했습니다.
맞추다가 아니라 맞히다입니다.
그제 밤에 써 놓은 쪽지를 오늘 아침에야 봤습니다.
저희 집에는 곳곳에 쪽지가 있거든요. ^^*

연말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훈훈한 소식이 많이 들리네요. 참 좋은 일입니다.
옛 속담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죠?
왼손이 알건 오른손이 알건 간에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누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가만...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건가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건가요?
새우 싸움에 고래 등이 터지나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나요? ^^*

경전하사(鯨戰蝦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뜻으로 국어사전에도 있는 낱말입니다.
강한 자끼리 서로 싸우는 통에 아무 상관도 없는 약한 자가 해를 입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죠.

그러나 하전경사(蝦戰鯨死)라는 말은 없습니다.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는 속담은 없는 거죠.

그러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 를 올리고
"아랫사람이 저지른 일로 인하여 윗사람에게 해가 미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어놨습니다.

제가 보기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건, 새우 싸움에 고래 등이 터지건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 모르게 하라는 좀 다릅니다.
이는 마태복음 6장에 나오는 말인데,
좋은 일을 할 때 주위에 떠벌리지 말고 남모르게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이를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 모르게 하라고 하면 안 됩니다.
전통적으로 서양문화에서 오른쪽은 좋고 착한 쪽, 왼쪽은 나쁜 쪽을 뜻합니다.
이런 전통에서 나온 속담이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 모르게 하라는 겁니다.
따라서 이를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 모르게 하라고 하면 틀립니다.

속담은 그 유래와, 바탕 뜻 그리고 교훈적이고 비유적인 뜻을 아울러 밝혀야 맛이 난다고 봅니다.
속담의 뿌리는 민속적 배경, 속담이 나온 지역 등을 이해해야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나 더 궁금한 거...
얌전한 개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가 맞나요,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가 맞나요?
얌전한 강아지인가요? ^^*

참,
저 오늘 점심을 부뚜막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자는 뜻으로 식당에서 점심을 들지 않고 밖에 나가서 먹기로 했거든요.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조림/졸임]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그렇죠?
참으로 멋진 경기였고, 짜릿한 감동을 준 경기였습니다.
경기 시작 9분만에 한 골을 내준 뒤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 버렸습니다.

오늘은,
우리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졸이다와 조리다의 차이를 말씀드릴게요.

졸이다의 명사형인 '졸임'과
'조림'은 발음이 같아 많이 헷갈리는데요.

'졸임'은 '졸이다'의 명사형으로
'마음을 졸이다'처럼 조마조마한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말이고,
갈치조림처럼 국물 없이 바특하게 끓이는 것은 '조리다'의 명사형인 '조림'입니다.

따라서,
축구 경기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는 것이고,
술안주로 좋은 것은 생선 조림입니다.

구별하기 쉽죠?

다음 스위스전에서는 마음 졸이지 않게
초반부터 점수를 좀 많이 뽑아주길 주길 빕니다.
믿어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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