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이 2008년 마지막 날이네요.
올 한 해 어떠셨어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저는 무척 힘든 한해였습니다.
내년에는 농촌진흥청을 없앤다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서 누가 어떻게 농사지었는지도 모르는 것으로 만든 먹을거리를 내 입과 내 식구 입에 넣을 수는 없잖아요.
올 초에 세운 계획은 다 이루셨나요? 저는 이룬 게 별로 없네요.
꾸준히 우리말 편지 쓰는 것 말고는...
올 계획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내년 계획은 또 세우셔야죠?
그 계획은 모두 이루시길 빕니다. ^^*
'중동무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하던 일이나 말을 끝내지 못하고 중간에서 흐지부지 그만두거나 끊어 버림."이라는 뜻의 이름씨(명사)입니다.
'에멜무지로'라는 어찌씨(부사)가 있습니다.
단단하게 묶지 아니한 모양을 뜻하는데
거리가 가까우니 그냥 에멜무지로 안고 가도 되오, 먼 길을 떠날 것이니 에멜무지로 대충 묶지 마시오처럼 씁니다.
또 "결과를 바라지 아니하고, 헛일하는 셈 치고 시험 삼아 하는 모양."을 뜻하기도 합니다.
한번 에멜무지로 해 본 일이 그렇게 잘될 줄은 몰랐다, 에멜무지로 보내 보는 것이니 너무 기대하지 마시오처럼 씁니다.
오늘 좋은 계획 세우셔서
내년에는 그 계획을 조금 힘들다고 중동무이를 하면 안 됩니다. ^^*
에멜무지로 세울 계획이라면 아예 세우지 마시고,
한번 계획을 세우셨으면 중동무이하지 마시고 끝까지 좋은 열매 맺기를 빕니다.
올 한 해 우리말 편지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나꿔채다 >> 낚아채다]
북한이 기어이 미사일을 쐈네요.
이제 월드컵도 거의 끝나갑니다.
며칠 전 한 경기를 보면서 들은 해설자의 말입니다.
"저 선수 저렇게 혼자 뛰어가도록 그냥 두면 안 됩니다. 공을 빨리 나꿔채야합니다."
"그렇죠. 수비수는 상대편 공격수의 공을 바로 나꿔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죠. 그렇게 해야죠. 그래야 점수를 안 주죠.
그러나 맞춤법은 좀 맞게 쓰시지...
"남의 물건을 재빨리 빼앗거나 가로채다"는 뜻의 낱말은,
'나꿔채다'가 아니라 '낚아채다'입니다.
돈 가방을 낚아채 달아나다, 공을 낚아채려고 하나...처럼 씁니다.
'낚아채다'는,
'낚다'와 '채다'가 합쳐진 말입니다.
'낚다'는,
"무엇을 갑자기 붙들거나 잡아채다"는 뜻이고,
'채다'?
"갑자기 세게 잡아당기다"는 뜻입니다.
'나꿔채다'는 북한 사전에 있는 낱말입니다.
'낚아채다'의 북한어죠.
말씀하실 때,
'나꿔채다'는 낱말을 쓰시면 북한 공작원이라고 국정원에서 잡아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