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9] 우리말) 엉터리 자막 몇 개

조회 수 3528 추천 수 62 2009.01.19 11:24:37
오늘도 주말에 본 텔레비전에서 찾은 엉터리 자막 몇 개 소개할게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주말에 본 텔레비전에서 찾은 엉터리 자막 몇 개 소개할게요.

금요일 밤 10:46, MBC에서 '엑기스'라고 했습니다.
뽑아내다는 뜻의 extract를 일본말 투로 소리를 낸겁니다.
'진액'으로 다듬어서 쓰라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 8:24, KBS1에서 '오케바리'라고 했습니다.
오케이(OK)를 일본어투로 읽은 것이라고도 하고,
'결정했어'라는 뜻의 일본말 お決(おきまり, 오키마리)에서 왔다고도 합니다.
'좋아'나 '아주 좋아'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토요일 아침 8:30, KBS2에서 '땡땡이 무늬'라고 했습니다.
땡땡(ててん)은 점점(点点)의 일본소리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양, 물방울이 떨어진 모양"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말이 아닙니다.
여기에 어울리는 우리말은,
'물방울무늬'나, '점박이 무늬'입니다.

토요일 아침 8:51, MBC에서 인터뷰하면서 출연자가 자기 남편을 '아빠'라고 했습니다.
인터뷰하신 분이 잘못하신 것이지만, 방송국에서는 그 말을 내보내지 않거나, 인터뷰를 다시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토요일 저녁 7:05, KBS2에서 '잉꼬부부'라고 했습니다.
잉꼬는 鸚哥를 일본에서 いんこ라 쓰고[잉고]라 읽는 데서 왔습니다.
'원앙 부부'라고 하는 게 좋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잉꼬부부를 '원앙 부부'로 다듬어서 쓰라고 나와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 7:47, SBS에서 '제 3탄'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샘씨(수사) 앞에 붙어 "그 숫자에 해당하는 차례"를 뜻하는 '제(第)'는 앞가지(접두사)이니 다음에 오는 낱말과 붙여써야 바릅니다.

일요일 아침 7:46, MBC에서 '뇌두'라고 했습니다.
"인삼, 도라지, 더덕 따위의 뿌리에서 싹이 나오는 대가리 부분"은 노두(蘆頭)입니다.

일요일 아침 8:39, MBC에서 '깜짝 놀랬잖아'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놀랐잖아'가 맞습니다.

일요일 아침 8:46, MBC에서 '피로회복'이라는 말을 했는데, "원기회복과 피로회복에 좋다."고 말했습니다.
원기회복과 피로회복은 정 반대의 말인데 어떻게 같이 좋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편지를 쓰면서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방송국에는 문서편집기인 hwp하나도 없나 봅니다.
hwp에서 글을 쓰다 보면 엉터리 맞춤법은 거의 다 빨간 줄이 나오는데...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몹쓸/못쓸/못 쓸]

안녕하세요.

또 비가오네요. 제발...

이런 와중에 강원도 수해지역에서,
말리려고 내 놓은 살림을 가져가는 사람이 있다는군요.
정말 해도 너무합니다.
그런 몹쓸 짓을 하는 나쁜 사람을 혼내줄 방법 없나요?

남에게 고약한 말이나 행동을 할 경우
흔히 "못쓸 말을 했다" "못쓸 짓을 했다" 등과 같이 '못쓸'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경우 '못쓸'은 '몹쓸'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오늘은,
'몹쓸, 못쓸, 못 쓸'을 갈라볼게요.

먼저, '몹쓸'은,
"악독하고 고약한"이라는 뜻으로,
몹쓸 것, 몹쓸 놈, 몹쓸 말, 몹쓸 병, 몹쓸 사람, 몹쓸 짓,
술에 취해 아이에게 몹쓸 소리를 마구 해대고 말았다,
사랑이란 몹쓸 병에 걸렸다처럼 씁니다.

'못쓰다'는,
(주로 '못쓰게' 꼴로 쓰여)"얼굴이나 몸이 축나다"는 뜻입니다.
얼굴이 못쓰게 상하다, 그는 병으로 하루하루 못쓰게 돼 갔다처럼 쓰죠.
또 다른 뜻으로는,
(주로 '-으면', '-어서'와 함께 쓰여)
"옳지 않다. 또는 바람직한 상태가 아니다."는 뜻입니다.
거짓말을 하면 못써, 무엇이든 지나치면 못쓴다, 그는 너무 게을러서 못쓰겠다처럼 쓰죠.

따라서,
수해지역에서 말리려고 내 놓은 살림을 가져간 나쁜 사람들은,
못쓸 행동을 한 게 아니라,
몹쓸 행동은 한 것이고,
그런 사람은,
못쓸 사람이 아니라,
몹쓸 사람입니다.

나간 김에 조금 더 나가보면,
'못쓰다'와 '못 쓰다'의 다른점도 아셔야 합니다.

'못 쓰다'는,
'쓰다'에 부정문을 만드는 부사 '못'이 온 것으로,
냉장고를 못 쓰게 되었다, 못 쓰는 물건은 버려라처럼,
"사용하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몹쓸'은, "악독하고 고약한"이라는 뜻이고,
'못쓰다'는 "얼굴이나 몸이 축나다"는 뜻이며,
'못 쓰다'는 "(물건을) 사용하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가르실 수 있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7622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188
1556 [2008/10/24] 우리말) 아침결 id: moneyplan 2008-10-24 3597
1555 [2007/10/04] 우리말) 사열했다와 사열 받다 id: moneyplan 2007-10-05 3597
1554 [2012/12/24 우리말) 뜯어보다 머니북 2012-12-24 3596
1553 [2012/03/19] 우리말) 돋우다와 돋구다 머니북 2012-03-19 3596
1552 [2012/03/15] 우리말) 싱싱하다와 안슬프다 머니북 2012-03-15 3596
1551 [2016/01/21] 우리말) 갑부 머니북 2016-01-21 3595
1550 [2008/08/06] 우리말) 메밀꽃 id: moneyplan 2008-08-06 3595
1549 [2010/04/07] 우리말) 날름과 낼름 id: moneyplan 2010-04-07 3594
1548 [2010/03/10] 우리말) 잔다리밟다 id: moneyplan 2010-03-10 3594
1547 [2013/08/16] 우리말) 책 소개 '오염된 국어사전' 책 소개(2) 머니북 2013-08-19 3592
1546 [2007/07/10] 우리말) 금자탑 id: moneyplan 2007-07-10 3592
1545 [2012/02/21] 우리말) 쑥스럽다 머니북 2012-02-21 3591
1544 [2013/10/31]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머니북 2013-10-31 3591
1543 [2008/12/19] 우리말) 억장이 무너지다 id: moneyplan 2008-12-19 3591
1542 [2007/12/18] 우리말) 찰랑찰랑 id: moneyplan 2007-12-18 3591
1541 [2013/10/25] 우리말) 꿀리다 머니북 2013-10-25 3590
1540 [2012/06/08] 우리말) 센티미터 머니북 2012-06-08 3589
1539 [2013/01/14] 우리말) 동장군 머니북 2013-01-14 3588
1538 [2012/01/27] 우리말) 우리말 모임 두 개 소개 머니북 2012-01-27 3586
1537 [2007/08/08] 우리말) '각각'은 '따로따로' id: moneyplan 2007-08-08 3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