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29] 우리말) 높임말

조회 수 10446 추천 수 81 2009.01.29 08:53:23
오늘은 전주에 사시는 유광수 님이 쓰신 우리말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편지를 써서 보내주시면 우리말 편지에서 소개해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전주에 사시는 유광수 님이 쓰신 우리말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편지를 써서 보내주시면 우리말 편지에서 소개해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성박사님 대신에 제가 한 가지 말하는 격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성박사님도 설 연휴에는 좀 쉬어야 하니까요.

우리말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물게 상대에 따라 말하는 법이 엄격하게 구별되어 있습니다.
즉 높임말과 반말과 낮춤말이 그것입니다.
영어에도 존칭을 나타내는 단어가 있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아버지'에 대해서도 호칭을 'you'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하면 '당신' 또는 '너'가 되겠지요.
우리나라에서 만약 그랬다간 버르장머리 없다고 혼이 나겠지요.

높임말은 높이어 이르는 말입니다. 존대말, 공대말이라고도 하지요.
반대로 낮춤말은 낮춤으로 된 말입니다.
예를 들어 "~하게" 또는 "~해라"와 같이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말할 때 쓰는 말이지요.

그러면 반말은 무엇입니까?
말 그대로 반(半)-말입니다.
높임말도 아니고 낮춤말도 아닌, 어정쩡한 절반 정도의 말이라고 해서 반말이라고 합니다.
말끝이나 조사(助詞) 같은 것을 줄이거나 또는 분명하게 달지 않고,
존경 또는 하대하는 뜻이 없이 어름어름 넘기는 말이 반말입니다.
자녀가 "엄마! 학교 다녀 오겠습니다."하고 집을 나서면 높임말을 한 것이고,
"엄마! 학교 갖다 올게요"라고 하면 반말을 한 것입니다.
그냥 "학교 갔다 올게"라고 했다면, 자녀가 부모에게 낮춤말을 한 것이니, 버릇이 없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가끔 반말의 정확한 뜻을 잘 몰라서 무의식적으로 존대말을 한다는 것이 반말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기사님! 이 버스 서울역으로 가요?" 이것은 반말입니다.
"밥 먹었어요?" 이것도 반말.
모르는 사람이나 손윗사람에게 이런 투의 반말지거리를 함부로 하는 것이 흔한 일입니다.
존대말, 높임말을 제대로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는 탓이겠지요.
말은 한번 습관이 되어 버리면 고치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길거리 등에서 가끔 시비가 일어나기도 하지요.
자녀들이 버릇이 없어서 공공장소나 식당 같은 곳에서 종종 시비가 일어납니다.
식당에서 가만히 있지 않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런 경우 다른 손님이 이를 제제하거나 좀 큰소리로 말을 하게 하게 되면,
그 아이의 부모는 미안하다는 말 대신 발끈 화를 냅니다.

"당신이 뭔데 상관이야?"
"아니? 그런데 어따 대고 반말이야?"하며 언성을 높이고, 인상을 쓰지만.
사실 알고 보면 자기한테 반말을 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은 낮춤말을 한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급기야 주먹다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서로 말을 삼가고 조심해야겠지요.

반말의 구조를 유심히 보면 대개 낮춤말 끝에 겨우 "요"자 한 마디가 붙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어디 가-요?"
"영화 재미 있었어-요?"
"식사 맛있게 했어-요?"
딴에는 존대말을 한다고 했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반말입니다.
그런데도 이것을 반말지거리 한다고 화를 내는 경우도 없다는 것이지요.
무엇이 높임말이고, 무엇이 반말인지 구별도 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갑니다.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과 예의바른 언어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중이지요.

설 명절에 온집안의 어른과 아이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오손도손 덕담을 나누게 되겠지요.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손자가 반말을 한다면 한참 잘못 된 것이겠지요?
대문을 들어서면서 손자가, "할머니! 잘 있었어-요?"라고 반말하지 않도록,
자녀의 말 습관을 평소에 잘 가르쳐 주어야 하겠습니다.

불교에서도 사람이 알게 모르게 죄업을 짓는데,
몸과 마음으로 온갖 죄를 지으면서, 또 입으로도 무수한 죄를 짓게 되니 조심하라고 하였습니다.
세 치 혀를 잘 못 놀려 죄를 짓고 망신을 당하고 화를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입을 조심할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구산거사 들풀이었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자리끼/밤잔물]

오늘이 말복입니다.
"복날마다 벼는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줄기마다 마디가 있는 벼는
복날마다 마디가 하나씩 늘어나는데
이것이 곧 벼의 나이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본거죠.
이 마디가 셋이 되어야만 비로소 이삭이 패게 됩니다.
오늘이 복날이니 이제 곧 벼에 이삭이 패겠죠?

진짜로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날씨 덥죠?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밤에 자다가 일어나 물을 찾게 됩니다.

바로 그런 물,
"밤에 자다가 마시기 위하여 잠자리의 머리맡에 준비하여 두는 물"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 있습니다.
바로 '자리끼'인데요.

'자리'는 잠자리의 준말이고,
'끼'는 끼니를 말합니다.
말 그대로,
"잠자리에서 먹는 끼니"가 바로 '자리끼'입니다.

그리고 "밤을 지낸 자리끼"는 '밤잔물'이라고 합니다.
밤에 잠을 잔 물이니 '밤잔물'이 맞잖아요.

우리말 참 멋지죠?

한 대접의 물일 뿐인 자리끼,
그렇지만 마시는 사람에게는 목마름을 씻어주는 자리끼.

저도 누군가의 목마름을 씻어줄,
시원한 자리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 꿈이 너무 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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