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4] 우리말) 웨하스와 웨이퍼

조회 수 3220 추천 수 74 2009.02.04 13:52:26
이는 일본에서 wafers 를 ウェハ-ス[웨하즈]라 쓰기 때문입니다.
wafers를 일본에서 웨하즈라 쓴 것을 우리는 웨하스로 받아서 쓰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어제저녁에 집에서 저녁을 들면서 텔레비전을 봤는데, 여전히 제 눈을 피곤하게 만드네요.
6:56, KBS1, '우리 사는 세상'이라는 방송이었는데,
출연자는 포크레인이라고 했는데, 자막은 굴삭기라고 나왔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굴삭기를 굴착기로 다듬었습니다.
포크레인은 회사의 상표 이름에서 왔지만 지금은 이름씨로 쓰이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습니다.
곧이어 6:59, 같은 방송에서 '외가집'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어머니의 친정은 '외갓집'이라 쓰고 [외:가찝]이나 [웨:갇찝]으로 읽습니다.

어제는 오후에 주전부리를 좀 했습니다.
같이 일하는 주향 씨가 과자를 사 와서 같이 나눠 먹었습니다.
오늘은 과제 이야기나 해 볼게요.

먼저 영어 낱말 하나 보죠.
wafers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뉴스에서 보면 가끔 전자회사 사람들이 하얀 옷을 입고 마스크 쓰고 금색의 둥그런 원판을 만지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그게 바로 웨이퍼입니다.
제가 알기에는 그 원판에 반도체 회로를 올리고 그걸 아주 잘게 잘라서 반도체를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웨이퍼에는 "살짝 구운 얇은 과자"라는 뜻도 있습니다.
전자산업에서 반도체를 만들 때
마치 한 덩어리의 빵을 얇게 써는 것과 비슷해서 실리콘 원판을 그렇게 불렀는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 웨이퍼가 왜 웨하스가 되었냐는 겁니다.
이는 일본에서 wafers 를 ウェハ-ス[웨하즈]라 쓰기 때문입니다.
wafers를 일본에서 웨하즈라 쓴 것을 우리는 웨하스로 받아서 쓰는 겁니다.

'산도'라는 과자도 이런 경우입니다.
'sandwich'에서 앞부분인 'sand'만을 잘라 내 サンド라 쓰고 '산도'라 읽은 데서 온 겁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산도를 만드는 회사에서 과제 이름을 샌드로 바꾸려고 했으나
이름을 바꾸자마자 매출이 뚝 떨어져서 다시 산도로 쓴다고...

우리가 흔히 먹는 과제에도 이런 가슴 아픈 과거가 있답니다.

주향 씨!
어제 과자 잘 먹었습니다.
오늘도 기대해도 되나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어머니 '친정'은 '외가'가 맞지만
'외갓집'도 표준어로 인정하여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처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가집'이 아니라 '처갓집'으로 '처가'와 함께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고참의 구타]

며칠 전에 탈영했다가 자살하려 한 군인이 깨어났나요?
조금만 참지... 그걸 못 참아 인생을 송두리째 수렁 속으로 집어넣는지...
탈영 원인이 뭔지는 모르지만,
왜 선임을 두 명이나 총으로 쏘고 갔는지...

다행스럽게도 언론에서 '고참'이라고 안 하고 '선임'이라고 하네요.
참 다행입니다.
어제 약속한 대로 얼마 동안 일본어투 말을 주로 소개드릴게요.

'고참'이 뭔지 아시죠?
'오래전부터 한 직위나 직장 따위에 머물러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국립국어원에서 '선임', '선임자', '선참', '선참자'로 다듬은 낱말입니다.

실은 이 '고참'은 古參(こさん, [고상])이라는 일본어에서 왔거든요.
당연히 다른 낱말로 바꿀 수 있으면 바꿔야죠.

또, 군대 이야기하면서 자주 나오는 '구타'도 일본어 毆打(おうだ, [오우다])에서 온 말입니다.
아직 국립국어원에서 '때림'과 같은 낱말로 다듬지는 않았지만,
될 수 있으면 쓰지 않는 게 좋겠죠.

편지를 쓰면서도 가슴이 답답하네요.
한 은이의 인생이 불쌍해서 답답하고,
일본어 투 낱말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어서 답답하고......

그래도 우리는 많이 웃어야겠죠?
오늘은 비가 와서 이 더위를 좀 식혀줄 것 같습니다.
지금 3초만 웃고 나서 하루를 시작합시다.

우리말123

보태기)
'고참'과 상대적인 뜻이 있는 '신참'도 일본어 新參(しんざん, [신상])에서 왔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진작 '새내기'로 다듬었습니다.
'풋내기'도 좋은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0251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774
2396 [2011/03/16] 우리말) 잎샘 moneybook 2011-03-16 3245
2395 [2013/04/08] 우리말) 봄 축제 머니북 2013-04-08 3245
2394 [2008/10/08] 우리말) 해외와 나라밖 id: moneyplan 2008-10-08 3247
2393 [2015/04/03] 우리말) 지반침하와 땅꺼짐 머니북 2015-04-03 3247
2392 [2010/10/13] 우리말) 달걀노른자처럼 샛노란 색 moneybook 2010-10-13 3248
2391 [2011/04/07]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moneybook 2011-04-07 3248
2390 [2014/07/25] 우리말) 안전하지 않은 안전사고 머니북 2014-07-25 3249
2389 [2017/01/25] 우리말) 공회전 머니북 2017-01-25 3250
2388 [2008/12/29] 우리말) 광명역 주차장에... id: moneyplan 2008-12-29 3251
2387 [2010/10/20] 우리말) 틀린 말 몇 가지 moneybook 2010-10-20 3251
2386 [2009/09/09] 우리말) 어제 받은 편지를 소개합니다 id: moneyplan 2009-09-09 3253
2385 [2012/02/28] 우리말) 투잡은 겹벌이로 다듬어 씁시다 file 머니북 2012-02-28 3253
2384 [2016/10/28] 우리말) 어색한 표준말들 머니북 2016-11-01 3253
2383 [2008/10/23] 우리말) 타래송곳 id: moneyplan 2008-10-23 3254
2382 [2009/02/27] 우리말) 일자리 나누기와 잡 셰어링 id: moneyplan 2009-02-27 3254
2381 [2012/04/12] 우리말) 농업 속 우리말 머니북 2012-04-12 3255
2380 [2015/10/06] 우리말) 살무사와 살모사(2) 머니북 2015-10-06 3255
2379 [2008/12/04] 우리말) 호주머니 id: moneyplan 2008-12-04 3256
2378 [2009/03/25]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3-25 3256
2377 [2010/06/10] 우리말) 책장사와 책장수 moneybook 2010-06-10 3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