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5] 우리말) 야멸치다와 야멸차다

조회 수 6691 추천 수 88 2009.02.05 15:09:22
남의 사정은 돌보지 아니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것을 뜻하는 그림씨(형용사)가 '야멸치다'입니다.
야멸치게 쏘아붙이다, 그런 야멸친 소리를 하다니...처럼 씁니다.
이 야멸치다를 야멸차다로 쓰시는 분이 많으시네요.
아마도 '매몰차다'를 떠올리셔서 그렇게 쓰시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보낸 편지에서 실수가 있었네요.
일터에서 제가 하는 일이 과제관리다 보니 '과제'가 손에 익어 있나 봅니다.
'과자'라고 써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과제'라고 썼습니다.

또,
'포클레인'이 맞는데 '포크레인'이라고 잘못 썼네요.
오늘치 예전에 보낸 편지는 포클레인 이야기를 붙입니다.

우리말편지를 꼼꼼하게 확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제 인터넷 뉴스를 보니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인터넷 팬카페가 생겼다고 하네요.
카페 주인은 '살인범의 인권도 피해자의 인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다네요.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런 카페를 만든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카페에 뜻을 함께하여 가입하는 사람이 수천 명이라는 것도 이해가 안 됩니다.
아무리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이라지만
남들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인 것 같네요.
참으로 야멸친 사람들입니다.
살인범의 인권도 피해자의 인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요?
사람이 누리는 권리인 인권은
사람다운 행동을 했을 때만 받을 수 있는 거라고 봅니다.
개차반 같은 짓을 하고도 인권을 챙겨야 하는 건가요? 그게 민주주의인가요?

언젠가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유괴한 사람, 강간한 사람, 먹는 걸로 장난친 사람들은 햇빛을 보게 하면 안 된다고...

남의 사정은 돌보지 아니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것을 뜻하는 그림씨(형용사)가 '야멸치다'입니다.
야멸치게 쏘아붙이다, 그런 야멸친 소리를 하다니...처럼 씁니다.
이 야멸치다를 야멸차다로 쓰시는 분이 많으시네요.
아마도 '매몰차다'를 떠올리셔서 그렇게 쓰시는 것 같습니다.

강호순 팬카페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따뜻함이나 배려, 나눔 같은 것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매몰차고 야멸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인권은 더 찾겠죠?

저는 그런 사람 싫습니다.
딱 잘라 싫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포클레인/굴착기]

며칠 전 일입니다.
어떤 분의 부탁으로 짧은 글을 하나 써서 보냈더니,
몇 가지 교정을 해서 보내왔더군요.
그 중 하나가 제가 쓴 '포클레인'을 '굴착기'로 바꾼 겁니다.

제가 '굴착기'를 두 줄로 긋고 '포클레인'으로 다시 수정해서 보냈더니,
이번에는 전화를 하셨더군요.
'포클레인은 '굴착기'를 만드는 프랑스 한 회사의 이름일 뿐이다. 굴착기로 써야 한다.'

거기에 대고 제가 잔소리를 좀 했는데요. 여기에 소개하면,
1. 포클레인이 굴착기를 만드는 프랑스 회사이름인 것은 맞다.
2. 일본에서는 '굴착기'에서 어려운 뚫을 착(鑿) 자 대신에 발음이 [사쿠]로 같은 깍을 삭(削)자를 쓴다. 따라서 '굴삭기'라고 하면 안 된다. 그것은 일본에서 온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굴삭'은 '땅파기'로 바꾸고, '굴삭기'는 '굴착기'로 바꿔서 쓰도록 나와있다.
3. 표준국어대서전에서 '굴착기'를 찾아보면, '땅이나 암석 따위를 파거나 파낸 것을 처리하는 기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나온다. 우리가 생각하는 '포클레인'은 그 굴착기의 한 종류다.
굴착기에는 불도저, 삽차, 착암기, 심지어 준설선까지 다 포함된다. 굴착기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넓다.
4. 따라서, 흔히 우리가 말하는 오무렸다 폈다 하는 거대한 팔뚝에다 큰 바가지를 달아 흙을 파거나 옮기는 기계는 '포클레인'이라고 쓰는 게 맞다.
더군다나 표준국어대사전에 '포클레인'이 올라있다. 포클레인(Poclain) : 삽차. 포클레인을 조작하다/포클레인 한 대로 흙을 파헤치다.
포클레인처럼 일반명사화한 말은 굳이 다듬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주장을 했지만, 결국 제가 졌습니다.
그 사람이 만드는 책이니 그 사람 뜻에 따라 알아서 교정하겠죠.
여러분은 어떻게 쓰실래요?

저는 좀 다른 이야기나 하면서 오늘 편지를 마칠게요.
앞에서 제가 쓴 글에 몇 가지 교정을 해서 보내왔다고 했는데요.
'교정'이 뭐죠?
글을 고치는 것이죠?
교정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14가지 뜻이 나오는데, 출판과 관련된 뜻만 보면,

교정(校正)은,
'교정쇄와 원고를 대조하여 오자, 오식, 배열, 색 따위를 바르게 고침.'입니다.

교정(校定)은,
'출판물의 글자나 글귀를 검토하여 바르게 정하는 일.'입니다.

교정(校訂)은,
'남의 문장 또는 출판물의 잘못된 글자나 글귀 따위를 바르게 고침.'입니다.

비슷비슷하죠?
좀 쉽게 풀어보면,
교정(校正)은 가장 단순한 '바로잡기'고,
교정(校訂)은 문장 전체를 '뜯어 고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맞춤법 틀린 곳만 수정하는 게 아니라 문맥에 맞게 다시 쓰는 것도 포함하고 있죠.

여기에 교열(校閱)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문서나 원고의 내용 가운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고치며 검열함.'이라는 뜻으로,
교정(校定) 교정(校訂) 정도 될 것 같네요.

복잡하죠?
그냥 쉽게 '고침'하면 될텐데...


보태기)
이 편지를 받으신 분이 아래와 같은 답장을 보내오셨습니다.

이 말엔 저도 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농대 농공학과(지금은 지역건설공학과)에 근무합니다.
국어대사전을 이야기하시는 것 좀 웃깁니다.
우리말을 살려 쓴다면 이런 사전 인용하면 안 됩니다.
영덕 '대(大)게'는 큰 게라서 대게가 아닙니다.
게 이름이지요. 이건 생물학자에게 물어 보십시오.
영덕 게가 작으면 소게라고 해야 하나요.
모두 쓴다고 그게 표준말은 아닙니다.
그럼 모두 '멍게'라고 하니 멍게가 표준말인가요.
'우렁쉥이'가 표준말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포클레인(이건 회사이름 맞습니다)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power shovel, back hoe
우리말로 동력삽, 뒷호미(뒤로 파는 호미)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삽질과 호미질이 우리하고 반대입니다.
기계 본체 앞으로 파내는 기계는 back hoe,
기계로부터 앞으로 퍼 올리는 기계는 power shovel.
전에는 기계가 별도 였는데, 지금은 바가지(작업기) 바꾸면 둘 다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 구멍을 뚫기도 해요.
그렇다고 포클레인 하면 주방세재는 퐁퐁, 조미료는 미원...... 하는 것과 같지요.
좋은 우리말로 만들어 주시면 토목 건축현장에서 쓰도록 가르치겠습니다.

저는 파고뚫고퍼는 기계라는 뜻으로 '파뚫퍼기' 하면 좋겠는데
안 되나요.
용어제정 위원회 만들면 안 되나?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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