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2] 우리말) 스킨십

조회 수 3326 추천 수 99 2009.03.03 16:20:44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를 받아들일 때
'정체불명의 비행체'라고 하지 않고 '비행접시'라고 했습니다.
정체불명의 비행체나 미확인 비행물체는 다른 나라의 UFO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고,
비행접시는 다른나라의 UFO에 우리의 삶과 얼을 넣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토요일에 강화도 석모도에 다녀왔습니다. 애들과 함께 보문사에도 오르고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뛰어놀기도 했습니다.
될 수 있으면 토요일과 일요일 가운데 하루는 애들과 놀아주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네요.
아이와 스킨십을 자주 하는 게 애들 정서에도 좋다지만,
제가 애들과 이렇게 어울릴 기회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스킨십(skinship)은 "피부의 상호 접촉에 의한 애정의 교류"라는 뜻으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스킨십을 '살갗 닿기', '피부 접촉'으로 다듬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1.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말터라는 누리집이 있습니다.(http://www.malteo.net)
우리말을 다듬는 터라는 뜻일 겁니다.
2004년에 리플을 댓글로 바꿨고,
웰빙을 '참살이'로, 스팸 메일을 '쓰레기 편지'로 바꾼 게 바로 이 누리집에서 한 일입니다.
2006년 8월 25일부터 30일까지 스킨십을 갈음할 우리말을 찾았는데,
'닿음정', '살갗정(나눔)', '살어름', '살정(나눔)', '피부교감' 이렇게 다섯 낱말을 대상으로 투표하여
스킨십을 '피부교감'으로 다듬었습니다.

2.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낱말 끝에 오는 [∫], [t∫]를 '시, 치'로 적어야 합니다.
따라서 리더'쉽'이 아니라 리더'십'이 맞고,
스킨'쉽'이 아니라 스킨'십'이 맞습니다.
skinship을 미국사람들이 어떻게 소리 내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쓰는 말을 우리끼리 어떻게 쓰고 읽을지가 중요합니다. 그 원칙을 세운 게 외래어표기법입니다.
그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skinship은 스킨십이라 써야 하고, 이를 우리말로 다듬으면 피부교감이나 살갗정, 닿음정 따위가 됩니다.

3.
저는 컴퓨터를 샘틀로 바꾸자 거나 학교를 서당으로 바꾸고, 이화여자대학교를 배꽃계집큰서당으로 바꾸자고 외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세상이 넓고도 좁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낱말이 들어오는 게 있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낱말을 받아들일 때,
다른 나라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우리 삶과 우리 문화를 넣어서 받아들이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를 받아들일 때
'정체불명의 비행체'라고 하지 않고 '비행접시'라고 했습니다.
정체불명의 비행체나 미확인 비행물체는 다른 나라의 UFO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고,
비행접시는 다른나라의 UFO에 우리의 삶과 얼을 넣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skinship을 받아들이면서 누군가 피부교감이나 살갗정, 또는 닿은정이라고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아침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보니
자연은 당신의 꿈을 이루어 주는 징검다리이고, 강인한 체력은 당신의 꿈을 이루어 주는 징검다리라고 하네요.
즐겁게 보내시고 건강하게 사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지난 편지 댓글에서 함께하고 싶은 글을 골라 여기에 옮깁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납골당이 아니라 봉안당]

아직도 손이 떨리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고향에 가서 벌초하고 왔거든요.
저 혼자 해야 하는 14봉 중에 8봉만 하고 왔습니다.
나머지는 다음에 하려고...너무 힘들어서...
빨리 한 곳으로 모셔야 하는데...

1년 전입니다.
2005년 5월 말,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이라는 곳에서,
"유골을 모셔 두는 곳"을
'납골당'이라고 하지 말고 '봉안당'이라고 하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납골당(納骨堂, のうこつどう[노우고츠도우])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거든요.

산업자원부에서 권하는 봉안당은?
실은 이 봉안도 奉安(ほう-あん, [보우앙])이라는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제 생각에 산업자원부에서 납골당 대신 봉안당을 권하는 까닭은,
납골은 "'뼈를 거두어들인다"는 뜻이지만,
봉안은 받들 봉(奉) 자와 편안할 안(安) 자를 써서,
"신성한 어떤 존재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신다"는 뜻이 있으므로,
고인을 공경하고 모신다는 뜻으로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둘 다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국가기관, 그것도 대한민국 표준을 만드는 기관에서
'납골당'을 다듬는답시고 '봉안당'이라고 만들었습니다.
이왕 다듬을 것, 다듬을 때 정성을 더 들여 순우리말로 다듬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국민 세금으로 그런 일 하는 거 아닌가요?

국립국어원에서는 납골이나 봉안 모두 아직 다듬지 않았지만,
곧 다듬을 겁니다. 그렇죠? 믿어도 되죠?

저희 어머니 소원이,
"나 죽기 전에 납골당에 조상님을 모시는 것"인데,
언제 기회를 봐서, 아니 병원에서 정신 좀 차리시면,
'납골당'과 '봉안당', 그리고 우리말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드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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