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토요일에는 편지를 보내드리지 않지만,
가끔은 제 이야기를 쓰기도 합니다. 오늘처럼...

어제 어머니가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겨우 이삼 일 계시다 다시 고향으로 가시겠지만
그래도 어머니를 보는 것은 언제나 좋고 기쁜 일입니다.
실은 곧 제 생일인데, 그 핑계 대고 손자, 손녀 보러오시는 거죠. ^^*

예전에 어머니가 쓴 편지를 우리말편지에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편지를 다시 보내드립니다.


[맞춤법이 엉망인 어머니 편지]

벌써 토요일입니다.
제가 언젠가 맞춤법을 잘 모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저에게 답장 보내기가 껄끄럽다는 분이 계신데요.
그러지 마십시오.
저는 남이 보낸 편지를 가슴으로 읽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유부남(유달리 부드러운 남자)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답장 보내주세요.


오늘은 맞춤법 이야기가 아니라 저의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맞춤법을 잘 모르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제가 가장 아끼는 편지는 맞춤법이 엉망인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7년 전이네요.
1999년 9월 9일, 아침 출근길에 어머니가 웬 곱게 접은 쪽지 하나를 호주머니에 넣어주시면서
잠시 후 9시 9분 9초에 읽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정말로 9시 9분 9초 그 쪽지를 꺼내서 읽었습니다.
그게 바로 이겁니다.




실은
그날이 9자가 9번 겹치는 날이라고 언론에서 많이 떠들어,
어머니가 그날을 그냥 넘기고 싶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쓸 수 있는 가장 깨끗한 종이인 편지봉투 뒷면에
어머니가 아들에게 바라는 글을 적어주신 것이죠.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를 썼는데도 9자가 여덟 번밖에 나오지 않아
맨 뒤에 '9명 왕자'라고 덧붙였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독자라서 아들 욕심에...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신 어머니가
정성을 담아 아들에게 써준 편지에서 어찌 감히 맞춤법을 따지겠습니까.
바로 이 편지가 제가 가장 아끼는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곱게 코팅해서 지금도 제 책상 밑에 넣어두고 있습니다.


이런 어머니가 지금 병원에 계십니다.
간경화로 아주대병원에 입원하신 지 한 달 가까이 되네요.
그 때문에 제가 요즘 집에서 자지 못하고 병원에서 한뎃잠을 잡니다.
낮에는 일터에 나오지만 밤에라도 함께 있고 싶어서...


병상에 계신 어머니가 빨리 일어나셔서
맞춤법이 엉터리인 편지를 다시 한번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훌훌 털고 일어나셔서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를 또 보내주세요.


우리말123






[어머니 ‘생왈수기’]

며칠 전에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1999년 9월에 어머니가 쓰신 쪽지를 보여드린 적이 있는데요.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오늘도 맞춤법이 엉망(?)인 어머니 글 하나 소개할게요.


몇 년 전, 어머니 칠순 잔치에 오신 분께 어머니가 쓰고 계시는 생활수기를 보여드리면서,
10년 뒤 팔순 잔치 때는 어머니 글을 책으로 엮어서 잔치에 오신 분께 드리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틈 날 때마다 생활수기를 쓰고 계십니다.
아마 어렵게 살아오신 삶을 어떤 기록으로 좀 남기고 싶으셨나 봅니다.
현재 3쪽 쓰셨는데,
그 편지 맨 앞장을 소개합니다.




  

그냥 웃으시라고 보내드리는 겁니다.
지난번 쪽지는 편지지 뒷면에 쓰셨던데,
이번 생활수기는 제가 대학 다닐 때 쓰다 버린 '레포트용지'에 쓰셨네요.

오늘도 행복하게 잘 보내세요.



보태기)
'레포트용지'는 ‘리포트 용지’가 맞는데, 원래 종이에 그렇게 써 있어서 ‘ ’속에 넣어 ‘레포트’라고 썼습니다.

본 메일은 2009년3월5일 기준,
회원님의 수신동의 여부를 확인한 결과 회원님께서 수신동의를 하셨기에 발송되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7832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394
2416 [2017/05/26] 우리말) ㅍ 받침을 쓰는 말들 머니북 2017-05-29 4947
2415 [2011/12/02] 우리말) 한글의 우수성 머니북 2011-12-02 4947
2414 [2006/10/20] 우리말) 닦달하다 id: moneyplan 2006-10-20 4946
2413 [2014/09/17] 우리말) 구어먹다 보다는 구워먹다 머니북 2014-09-17 4939
2412 [2013/05/08] 우리말) 어버이와 관련된 글 머니북 2013-05-08 4925
2411 [2011/09/22] 우리말) 더펄이/곰살갑다/구순하다 머니북 2011-09-22 4899
2410 [2012/06/15] 우리말) 토박이말 살려쓴 이름 머니북 2012-06-15 4894
2409 [2009/12/10] 우리말) [바른말 고운말] 표어 공모전을 소개합니다 file [4] id: moneyplan 2009-12-10 4894
2408 [2011/10/17] 우리말) 걸리적거리다와 거치적거리다 모두 맞습니다 머니북 2011-10-17 4885
2407 [2011/07/27] 우리말) 칠삭둥이 머니북 2011-07-27 4885
2406 [2017/06/09] 우리말) 부치다와 붙이다 머니북 2017-06-13 4882
2405 [2012/08/27] 우리말) 여지껏/여태껏 머니북 2012-08-27 4874
2404 [2017/11/06] 우리말) 우리나라와 저희나라 머니북 2017-11-06 4871
2403 [2006/09/27] 우리말) 유감에 유감? id: moneyplan 2006-09-28 4868
2402 [2006/11/13] 우리말) 싸가지/소갈머리 --> 늘품/늧 id: moneyplan 2006-11-13 4866
2401 [2011/10/24] 우리말) 빨간 단풍 머니북 2011-10-24 4856
2400 [2006/11/27] 우리말) 저희 집 애들은 참 띠앗이 참 좋습니다 id: moneyplan 2006-11-27 4856
2399 [2006/12/28] 우리말) 용서하고 풀치고... id: moneyplan 2006-12-28 4852
2398 [2017/11/13] 우리말) 금도 머니북 2017-11-16 4851
2397 [2008/01/24] 우리말) 초등학교 교육을 영어로 하겠다고요? id: moneyplan 2008-01-24 4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