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9] 우리말) 낯익다와 귀 익다

조회 수 3167 추천 수 138 2009.03.09 10:52:46
이렇게 낯익다와 낯설다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주로 씁니다.
아침에 제가 들은 노래는 귀로 듣는 겁니다.
따라서 낯익은 노래라고 하면 뭔가 좀 어색합니다.


안녕하세요.

기분 좋은 월요일 아침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어머니와 함께 잘 보냈습니다. 일요일에는 부천과 이천에 사는 누나 내외까지 저희 집에 오셔서 재밌게 보냈습니다.
어머니가 오실 때 낙지와 꼬막, 모시조개 따위를 가지고 오셔서 맛있게 먹었죠. ^^*

저는 아침에 일터에 나올 때 애들과 같이 나옵니다. 차에서 애들 심심하지 않게 동요를 틀고 같이 들으면서 오죠.
오늘 아침에 아빠 힘내세요라는 동요를 들었는데 그 노래를 자꾸 중얼거리게 되네요.

낯익다는 말을 아시죠?
낯이 얼굴이니까 여러 번 보아서 눈에 익거나 친숙하다는 뜻입니다.
얼굴은 낯익은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막연히 낯익다는 느낌뿐 얼른 알아볼 수 없었다처럼 씁니다.
반대말은 당연히 낯설다입니다.
설다가 제대로 익지 않거나 뭔가 좀 모자란 것을 뜻하므로
낯설다는 "서로 알지 못하여 어색하고 서먹서먹하다."는 뜻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 낯선 사람이 아는 체를 한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낯익다와 낯설다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주로 씁니다.
아침에 제가 들은 노래는 귀로 듣는 겁니다.
따라서 낯익은 노래라고 하면 뭔가 좀 어색합니다.
이럴 때는 귀에 익었다고 하시면 됩니다.
아침에 제가 들은 노래는 낯익은 노래가 아니라 귀에 익은 노래입니다.

실제 '귀익다'가 한 낱말로 사전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관용구로 '귀(에) 익다'는 말은 씁니다.
들은 기억이 있다, 어떤 말이나 소리를 자주 들어 버릇이 되다는 뜻입니다.

오늘은 아빠 힘내세요를 중얼거리며 즐겁게 보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아빠 힘내세요라는 노래 노랫말입니다.
다 아시는 노래죠?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눈문이 납니다. 즐겁고 기쁘게 불러야 하는데...

아빠 힘내세요

딩동댕 초인종 소리에 얼른 문을 열었더니
그토록 기다리던 아빠가 눈앞에 서계셨죠
너무나 반가워 웃으며 아빠 하고 불렀는데
어쩐지 오늘 아빠의 얼굴이 우울해 보이네요
무슨 일이 생겼나요 무슨 걱정있나요
마음대로 안되는일 오늘 있었나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즐거운 비명?]

점심 맛있게 잘 드셨나요?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그냥 넘어가기 싫은 게 있어서...

윤달에 묘를 옮기면 좋다는 속설 때문에,
이장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네요.

조선일보 기사인데,
이 기자는 '비명'의 뜻을 모르고 기사를 쓴 겁니다.
아니면 흔히 남들도 쓰기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썼거나...

비명은
슬플 비(悲) 자에 울 명(鳴) 자를 써서,
"슬피 욺, 또는 그런 울음소리, 일이 매우 위급하거나 몹시 두려움을 느낄 때 지르는 외마디 소리."라는 뜻입니다.
놀라거나 슬플 때 지르는 소리지
기뻐서 지르는 소리가 아닙니다.

기뻐서 지르는 소리는,
환성(歡聲)이나 환호성(歡呼聲)입니다.
환성이 기뻐할 환(歡) 자에 소리 성(歡) 자를 쓰잖아요.

'즐거운 비명'은
'즐겁다'와 '비명'이 어울리지 않아서 틀린 말이고,
'즐거운 환호성'이라고 해도,
즐겁다와 환호성의 뜻이 겹쳐서 틀린 말입니다.

그냥 '환호성을 지른다'고 하면 됩니다.
괜히 글을 쓰면서 멋을 부리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쓰는 겁니다.

또 하나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납골당입니다.
며칠 전에 우리말편지에서 소개해 드렸듯이,
'납골당'이 아니라 '봉안묘'입니다.
기자가 기사를 쓰면서 그런 것도 확인하지 않고 쓰나요?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라고 해서 다 옳은 게 아니고,
또 그 말들이 다 사전에 오르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잘못 쓰는 낱말은 학자들이나 언론에서 바로잡아줘야 합니다.
그래서 기자는 단 한 줄의 기사를 쓰더라도 고민을 하면서 써야 합니다.

몇 번 강조하지만,
학자나 기자들은 자기들만의 전문용어로 '밀담'을 나누고,
전문학회에서는 어려운 말로 범벅이 된 논문을 발표하는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부류의 인간이 아닙니다.

내가 배운 것은 남과 함께 나누고,
사회에 있는 잘못된 곳을 꼬집을 줄 알아야 합니다.
비록 지금 당장은 어디선가 한 대 얻어맞더라도,
옳은 길이라면 꿋꿋하게 갈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학자이고 언론인입니다.

이제 곧 한글날입니다.
예전처럼 언론에서는 우리말 우리글을 쓰자고 난리를 치겠죠.
제발 이번만큼은 그런 말이 한글날로 그치지 않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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