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0] 우리말) 파렴치와 몰염치

조회 수 2670 추천 수 104 2009.04.10 17:38:35
그러나 이 낱말은 일반적인 현실 발음이 [파렴치]라서 이를 받아들여 '파염치'가 아닌 '파렴치'로 적습니다.
이런 예외로
미립자, 소립자, 수류탄 따위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뉴스가 참으로 가관입니다.
무슨 성접대 이야기에 돈 이야기에...
도대체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집에 가면 아내가 있고, 딸이 있으며, 누나와 여동생도 있을 텐데 부끄럽지도 않나 모르겠습니다.
정말 파렴치하고 몰염치한 사람들입니다.

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몰염치, 무염치, 파렴치입니다.

한글 맞춤법에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나 합성어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ㄴ'이나 'ㄹ'이더라도 두음법칙에 따라 적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선이자, 연이율, 열역학 따위가 이런 낱말입니다.

몰염치는 '몰 더하기 염치'로 두음법칙에 따라 '몰염치'로 적습니다.
따라서 파렴치도 '파 더하기 염치'로 봐서 '파염치'로 적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일반적인 현실 발음이 [파렴치]라서 이를 받아들여 '파염치'가 아닌 '파렴치'로 적습니다.
이런 예외로
미립자, 소립자, 수류탄 따위가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참 어려운 게 바로 이런 예외입니다.
왜 이런 예외를 많이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처럼 머리 나쁜 사람들 고생하게...

오늘 일터에 나오면서 라디오를 듣는데,
KBS에서 '안녕하세요 민경욱입니다'가 끝나고 바로 이어 고사성어를 소개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첫째,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불효하면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 후회)
둘째, 불친가족소후회(不親家族疏後悔=가족끼리 친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후회)
셋째, 소불근학노후회(少不勤學老後悔=젊어서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
넷째, 안불사난패후회(安不思難敗後悔=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 후회)
다섯째, 부불검용빈후회(富不儉用貧後悔=풍족할 때 검약하지 않으면 가난해진 다음 후회)
여섯째, 춘불경종추후회(春不耕種秋後悔=봄에 밭을 갈아 씨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
일곱째, 불치원장도후회(不治垣墻盜後悔=담장을 제 때 손보지 않으면 도둑이 든 뒤에 후회)
여덟째, 색불근신병후회(色不勤身病後悔=여색을 삼가지 않으면 병든 뒤에 후회)
아홉째, 취중망언성후회(醉中妄言醒後悔=술에 취해 함부로 말하면 술 깬 뒤에 후회)
열 번째, 부접빈객거후회(不接賓客去後悔=손님을 제대로로 대접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후회)
이 가운데 여섯 가지를 소개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어느 하나 틀린 말이 없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삽시다. 깨끗하게 삽시다. 정직하게 삽시다.
그리고 많이 웃으면서 삽시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나침판과 나침반]

안녕하세요.

서해바다가 걱정이네요.

요즘 고등학교 3학년의 고민이 많을 겁니다.
교육은 백 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는데 그러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고,
죄없이 흔들여야 하는 학생들이 불쌍합니다.

뭐가 뭔지 보이는 게 없어 지금은 바잡을 수밖에 없지만,
(바잡다 : 조마조마하고 두렵고 염려스럽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자글대고 있을 수만도 없습니다.
(자글대다 : 걱정스럽거나 조바심이 나거나 못마땅하여 마음을 졸이다.)

어떤 대학을 갈 것인가 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더 크게 생각하며 앞날을 설계하길 바랄 뿐입니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나침반을 써서 방향을 찾습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여러분의 나침반입니다.
아무쪼록 좋은 말씀 많이 듣고 바른 결정 내리길 빕니다.

자침이 남북을 가리키는 특성을 써서 만든,
"항공, 항해 따위에 쓰는 지리적인 방향 지시 계기"를 '나침반'이라고 합니다.
소리도 '나침반'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나침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 1998년에 사전을 만들면서 나침판도 표준어에 넣었습니다.
지금은 나침반과 나침판 모두 표준어입니다.
다만, 나침반은 羅針盤이지만 나침판은 羅針板이 아닌 그냥 '羅針판'입니다.

우리말에서 "판판하고 넓게 켠 나뭇조각"을 판자(板子)라고 합니다.
널빤지라는 우리말을 쓰면 좋겠지만, 많은 이들이 판자라고 합니다.
이것을 떠올리셔서 넓은 것은 다 '판'을 쓴다고 생각하셔서 나침판이라고 하시나 봅니다.

여러분 운전하세요?
차를 운전할 때 운전석 앞에 차의 상태를 알려주는 눈금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걸 뭐라고 하세요?
계기판? 계기반?

그건 계기반(計器盤)이 맞습니다.
밑받침 반(盤) 자를 써서 "계량기에 눈금이나 문자나 숫자가 들어 있는 면"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계기판이라고 하지 계기반이라고는 별로 하지 않습니다.
그에 따라 국립국어원에서는 계기판(計器板)과 계기반을 모두 표준어로 받아들였습니다.
어떤 것을 쓰셔도 됩니다.

좀더 나갈까요?
계기판을 영어로 dashboard[대시보드]나 dash panel[대시 패널]이라고 합니다.
dash는 물 따위가 튀기다는 뜻입니다. 바퀴 뒤에 있는 흙받이가 dash입니다.
따라서 dashboard는 흙받이 판 정도 되겠죠. 말 뿌리가 그렇다는 뜻입니다. ^^*

이제 계기반과 dashboard를 합쳐서 일본말로 읽어볼게요.
일본어로 보면 dash를 ダッシュ[닷슈]로 쓰고 계기반의 盤을 ばん[방]이라 쓰고 읽습니다.
한꺼번에 읽어보면 [닷슈방] 정도 됩니다.
다시 보면,
dash[대시]를 [다시]로 읽고 盤을 ばん[방]이라 읽으면 '다시방'이 됩니다.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지만
제 생각에 다시방이 이렇게 해서 나온 것 같습니다.
별로 좋은 뿌리는 아닌 것 같죠?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진로를 이야기하면서 나침반을 꺼냈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

아무쪼록 많이 고민하고 깊게 고민하시길 빕니다.
고민을 많이 하면 하는 동안은 힘들지만 나중에는 도움이 됩니다. ^^*

지금보니 서해바다에서 문제를 일으킨 배도 나침반 문제였나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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