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4] 우리말) 동무와 벗

조회 수 3463 추천 수 79 2009.05.06 12:35:50
친구라는 낱말도 좋지만
동무나 벗도 잊지 말자는 말씀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멋진 말을 일부러라도 쓸 일을 만들어서 써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잊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아버님 제사 모시러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1.
오늘 아침 7:06, MBC뉴스에서 앵커가 "고속도로가 많이 막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기사를 전하는 기자는 '고속도로가 밀렸다.'고 했습니다.

'막히다'와 '밀리다'는 다른 말입니다.
'막히다'는 '막다'의 피동형으로 "길이나 통로 따위가 통하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통로가 막히면 나갈 수 없고, 하수구가 막히면 물이 빠지지 않죠.
고속도로가 막히면 그 길로 갈 수 없습니다.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합니다.

'밀리다'는 "처리하지 못한 일이나 물건이 쌓이다"는 뜻입니다.
방세가 두 달치나 밀렸고, 일요일에 밀린 빨래를 한꺼번에 해치우고, 대목이라 주문이 많이 밀릴 수 있죠.
고속도로에 차가 밀리면 늦지만 갈 수는 있습니다.

2.
어젯밤 천추태후에서 숭덕공주(채시라 연기)가
"음전한 척 하더니 발톱을 감춘 맹수였구나."라는 말을 했습니다.
'음전'은 "말이나 행동이 곱고 우아함. 또는 얌전하고 점잖음."을 뜻하는 이름씨 입니다.
멋진 우리말을 잘 써서 소개합니다. ^^*

우리 주위에는 이런 멋진 말이 참 많습니다.

3.
며칠 전에 보내드린 제가 아버지 친구 팔순 잔치에 다녀왔다는 편지를 보시고 한 분이 아래와 같은 댓글을 다셨습니다.

bom???@empal.com
(앞부분 지움)
내 초등학교 1학년때인가 "동무들아 오너라 달 따러가자..." 동요가 있었고.
우리 옛 시에 사군자를 가리키며 "내 벗 은 넷이라네..." 를 일찍이 보아 배웠는데 언제부터인가(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던때인가?) 친구로 바뀌어 그게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전 일부러 벗이나 동무를 쓰고 있답니다.
(뒷부분 지움)

친구라는 낱말도 좋지만
동무나 벗도 잊지 말자는 말씀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멋진 말을 일부러라도 쓸 일을 만들어서 써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잊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주 금요일 '동무'와 함께 양로원에 다녀왔습니다.
유리창도 깨끗하게 닦아 드리고,
고구마 순 심을 고랑도 내고, 더덕 순이 타고 올라가도록 지주도 설치해 드렸습니다.
함께 땀을 흘리는 '벗'이 저는 참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베스트 셀러]

안녕하세요.

벌써 토요일 입니다.
이곳 강릉의 가을산이 참 멋지네요. ^^*

며칠 전에 제가 책을 냈다는 말씀을 드렸었죠?
그동안 보낸 우리말 편지를 묶어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라는 책을 냈습니다.
http://www.yes24.com/searchCenter/searchResult.aspx?Page=&qstitle=&defOperator=|&dquery=&qsort=&reQuery=&qcategory=&inres=0&statgb=&fetchsize=20&filterdate=&dispno=&dtType=&qdomain=&query=&gNo1=1399528&gNo2=390275&gNo3=2711733&gNo4=2655673&gNo5=1979503&gNo6=1954003&gNo7=102114
뿌리와 이파리라는 곳에서 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봄과 여름을 엮어 1권, 가을과 겨울을 엮어 2권으로 냈습니다.
그 책이 이번에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뽑힌 겁니다.

쑥스럽지만 제 책을 좀 많이 사 주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뻔뻔하지만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 책을 팔아서 생긴 수익금 가운데 글쓴이 몫은 몽땅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제가 돈 벌고자 책을 쓰지 않았고,
책을 팔아 번 돈을 제 호주머니로 챙기지 않기에 떳떳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베스트 셀러'라는 말을 들어보셨죠?
"어떤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물건"이라는 뜻이고,
국립국어원에서 '인기 상품'으로 다듬었습니다.
베스트 셀러 책은 '인기 도서'로 다듬을 수 있겠네요.

비슷한 말로
"낙양의 지가를 올린다"는 익은말(속담)이 있습니다.

중국 진나라 때 좌사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얼굴이 못생긴데다 말까지 더듬어 밖에 나오기를 꺼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글쓰기에 뛰어난 깜냥이 있었습니다.
몇 년을 고생하며 위, 오, 촉 세 나라를 노래한 삼도부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이 워낙 뛰어나
많은 사람이 이 책을 베껴갔는데, 그러다 보니 진나라 도읍인 낙양의 종잇값이 뛰어올랐다고 합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낙양의 지가를 올린다는 말입니다.

요즘의 베스트 셀러에 해당하는 익은말 같아 소개했습니다.

제가 쓴 책이
낙양의 지가를 올릴 수 없고,
서울의 종잇값을 올리기에도 모든 명에서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많이 좀 사서 봐 주시고, 선물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우리말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책을 내 주신 출판사에도 조금이나마 도움되죠.

여러분은 모르시죠?
저는 지금 얼굴이 빨개진 채 쥐구멍을 찾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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