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3] 우리말) 생각과 生覺

조회 수 3269 추천 수 106 2009.06.03 08:50:23
생각은 한자 生覺이 아닙니다.
생각은 순 우리말 그냥 생각입니다.
방구들을 '온통' '돌'로 깔아 놨다고 해서 '온돌'인데,
이를 굳이 溫突/溫이라고 한자에서 왔다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풀어놓은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보낸 편지에 죽음을 뜻하는 말이 몇 개 겹쳤네요.
여기저기서 따오다 보니 중복된 걸 미처 몰랐습니다.

어떤 분은 굳이 그런 한자를 소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네요.
오늘은 한자 이야기를 해 볼게요.

언젠가 읽은 한 시집에
'네 生覺에 잠못이루고...'라는 월이 있었습니다.

1.
굳이 생각을 生覺이라 써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글로 쓸 수 있으면 되도록 한글로 쓰는 게 좋다고 봅니다.

2.
생각은 한자 生覺이 아닙니다.
생각은 순 우리말 그냥 생각입니다.
방구들을 '온통' '돌'로 깔아 놨다고 해서 '온돌'인데,
이를 굳이 溫突/溫이라고 한자에서 왔다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풀어놓은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우레라는 순 우리말을 雨雷(우뢰)라고 억지를 쓴 적도 있었습니다.
한자가 나오기 전부터 써온 우리말에다 나중에 나온 한자말을 곁들여,
마치 그 한자말에서 우리말이 말미암은 것처럼 해 놓을 필요가 있을까요?
내 것을 깔보고 남의 것을 떠받드는 그런 버릇은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고 봅니다.

3.
한자는 거의 3000년 전에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한자가 있기 훨씬 전부터 말을 쓰고 살았습니다.
그 말이 밀, 콩, 가루, 찬물 같은 깨끗한 우리말입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밀이라 쓰지 않고 소맥(小麥)이라 쓰며,
콩이라 쓰지 않고 대두(大豆)라 쓰고,
가루라 쓰지 않고 분말(粉末)이라 씁니다.
찬물 마시고 속 차려야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찬물이라 안 하고 냉수(冷水)라고 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4.
누군가 그러더군요.
우리말에 한자가 70% 정도 된다고...
그게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설사 맞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있는 한자말 70% 가운데는 온돌, 생각처럼 우리말에 억지로 한자를 입힌 것도 있을 것이며,
평소에 거의 쓰지 않는 한자말도 많을 겁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소장'을 찾아보면 아래처럼 18개가 나옵니다.
소장01(-場) 쇠장02
소장02(小將)[소ː-] 부장04(副將)
소장03(小將)[소ː-]『북한어』장령급의 맨 아래 군사 칭호. 또는 그 칭호를 받은 장령.
소장04(小腸)[소ː-] 작은창자.
소장05(少壯)[소ː-] 젊고 기운참.
소장06(少長)[소ː-] 젊은이와 늙은이를 아울러 이르는 말.
소장07(少將)[소ː-] 장성 계급의 하나. 중장의 아래, 준장의 위이다. ≒이성 장군.
소장08(所長)[소ː-] 연구소, 강습소, 출장소 따위와 같이 '소(所)'라고 이름 붙인 곳의 우두머리.
소장09(所長)[소ː-] 자기의 재능이나 장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재주.
소장10(所掌)[소ː-] 맡아보는 일.
소장11(所藏)[소ː-] 자기의 것으로 지니어 간직함. 또는 그 물건.
소장12(消長) 쇠하여 사라짐과 성하여 자라남.
소장13(素帳)[소ː-] 장사 지내기 전에 궤연(筵) 앞에 치는 하얀 포장.
소장14(素粧)[소ː-] 화장으로 꾸미지 않고 깨끗이 차림.
소장15(梳匠) 조선 시대에, 관아에 속하여 머리빗을 만드는 일을 맡아 하던 사람.
소장16(疏章) 상소하는 글.
소장17(訴狀)[-짱] 소송을 제기하기 위하여 제일심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
소장18(蘇張) 중국 전국 시대의 세객(說客)인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를 아울러 이르는 말.
이걸 우리가 다 알아야 할까요?
그것도 한자로 다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 것이 소중한 것입니다.
세계화의 첫걸음도 우리 문화를 바로 아는 데부터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가풀막지다]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온 전화를 받다 보니 정신이 없네요.

오늘이 수요일입니다.
내일이 목요일. 제 일터인 농촌진흥청이 국정감사를 받는 날입니다.
국정감사 준비하느라 몇 날 며칠 잠을 거의 못 잤더니 이제는 어질어질하네요.
타임머신 타고 며칠 뒤로 훌쩍 뛰어넘고 싶네요. ^^*

오늘도 멋진 우리말을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가풀막지다'는 낱말로 그림씨(형용사)입니다.
"땅바닥이 가파르게 비탈져 있다."는 뜻과
"눈앞이 아찔하며 어지럽다."는 뜻입니다.
쪼그려 앉았다 일어설 때 눈앞이 가풀막지는 것이 아무래도 빈혈기가 있는 듯했다처럼 씁니다.  
저는 빈혈기는 없지만,
바로 지금의 저, 딱 저를 나타내는 낱말입니다.
거의 날마다 새벽에 집에 갔다가 아침에 나오니 정신이 아물거리네요. ^^*

가풀막지다는 핑계로 한소리 더 할게요.
우리나라 국어의 두 축은 국립국어원과 한글학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었고, 한글학회에서는 우리말큰사전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말큰사전에서 가풀막지다를 찾아보면 그 준말이 '가풀지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가풀지다'를 찾아보면 "가풀막지다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어떤 사전이 맞는 거죠?

머리아프네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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