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2] 우리말) 처신과 채신

조회 수 2988 추천 수 79 2009.06.12 09:04:33
채신은 처신(處身)에서 온 말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이 처신입니다.
이 '처신'이 바뀌어 '체신'이 된 것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틀린 겁니다.
아마도 체신이라는 한자 體身을 떠올려서 그렇게 쓰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체신이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차비와 채비 이야기하면서 제가 저를 주책없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채비나 주책처럼 한자에서 온 낱말로 채신이 있습니다.

채신은 처신(處身)에서 온 말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이 처신입니다.
이 '처신'이 바뀌어 '체신'이 된 것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틀린 겁니다.
아마도 체신이라는 한자 體身을 떠올려서 그렇게 쓰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체신이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처신에서 온, 처신을 낮잡아 이르는 말은 '채신'입니다.
처신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는 '채신머리'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채신보다 채신머리가 더 낮잡은 말 같습니다.

여기에 없다가 붙어 '채신없다'나 '채신머리없다'가 되면,
"말이나 행동이 경솔하여 위엄이나 신망이 없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어제 제가 주책없이 군것을 두고도 채신머리없다고 할 수 있죠. ^^*

한자에서 온 말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배추도 백체에서 온 낱말이고,
지렁이도 지룡에서 온 낱말이라고 합니다.

주말입니다.
많이 웃으시면서 편히 쉬시고 월요일을 즐겁게 맞이합시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부탁드립니다.
편지 받는 주소를 바꾸실 분은 저에게 편지를 보내주십시오.
어디에서 어디로 바꿔달라고... 그 한 줄만 써서 보내주십시오.
새로운 주소로 받고자 예전에 받던 주소를 '수신거부'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저는 우리말편지의 수신거부율이 높아지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런 수치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 제 가슴이 아픕니다.

7월부터는 공무원들의 메일이 korea.kr로 통합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에 받던 주소를 korea.kr로 바꾸시면서 예전 주소를 '수신거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저에게 편지를 보내주시면 제가 바꿔드리겠습니다.
제가 아무리 바빠도 그 정도 시간은 있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새로운 일터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일하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3년 전에 이곳으로 오면서 썼던 편지를 붙입니다.








[더펄이/곰살갑다/구순하다]

이번에 제가 직장을 잠시 옮기게 되었습니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 잠시 떠나 다른 곳에서 일하는 거죠.
어제부터 새로운 일터에서 일하고 있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오늘 편지는 보름 전부터 써 놓은 겁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하나라도 더 넣고자,
여러 번 깁고 보탰습니다.
몇 개쯤 기억해 두셨다가 써 보시기 바랍니다.

새 직장이 워낙 바빠서 힘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말 편지는 꾸준하게 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시라도 가끔 빼먹더라도 좀 봐 주세요. ^^*


저는 더펄이에다, 성격이 곰살갑거나 구순하지도 못하고,
(더펄이 : 성미가 침착하지 못하고 덜렁대는 사람)
(곰살갑다 : 성질이 보기보다 상냥하고 부드럽다.)
(구순하다 : 서로 사귀거나 지내는 데 사이가 좋아 화목하다.)
너울가지까지 없어서,
(너울가지 : 남과 잘 사귀는 솜씨. 붙임성이나 포용성 따위를 이른다.)
새 직장에서 잘 가말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가말다 : 맡은 일을 헤아려 처리하다.)

제 깜냥을 제가 알고 있기에, 새로운 일이 겁나기도 하지만,
(깜냥 : 스스로 일을 헤아림. 또는 헤아릴 수 있는 능력)
꼿꼿하게 중심을 세워,
꼼수 쓰지 않고,
(꼼수 :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
따리 붙거나, 발라맞추지도 않고,
(따리 : 알랑거리면서 남의 비위를 맞추는 짓이나 말)
(발라맞추다 : 말이나 행동을 남의 비위에 맞게 하다.)
서털구털 지껄이거나, 떠세부리지 않으며,
(서털구털 : 말이나 행동이 침착하고 단정하지 못하며 어설프고 서투른 모양)
(떠세 : 재물이나 힘 따위를 내세워 젠체하고 억지를 쓰는 짓)
무람없는 짓이나 상없는 짓으로 생게망게하지는 않겠습니다.
(무람없다 : 예의를 지키지 않아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없다.)
(상없다 : 보통의 이치에서 벗어나 막되고 상스럽다.)
(생게망게 : 하는 행동이나 말이 갑작스럽고 터무니없는 모양)

새 일터가 당장은 판설겠지만,
(판설다 : 어떤 일의 사정에 아주 서투르다.)
데면데면하지 않고 맡은 일을 잘 곰파,
(데면데면 : 성질이 꼼꼼하지 않아 행동이 신중하거나 조심스럽지 않은 모양)
(곰파다 : 사물이나 일의 속내를 알려고 자세히 찾아보고 따지다.)
오달지고 쩍말없으며 종요롭게 일해서,
(오달지다 : 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알차다.)
(쩍말없다 : 썩 잘되어 더 말할 나위 없다.)
(종요롭다 :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매우 긴요하다.)
제 꿈이자 바람인,
한뉘를 결곡한 모습의 드레진 학자로 살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고 오겠습니다.
(한뉘 : 한평생)
(결곡하다 : 얼굴 생김새나 마음씨가 깨끗하고 여무져서 빈틈이 없다.)
(드레지다 : 사람의 됨됨이가 가볍지 않고 점잖아서 무게가 있다.)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데,
새 직장에서는 늘 끌밋하게 다녀야 한다네요.
(끌밋하다 : 모양이나 차림새 따위가 매우 깨끗하고 헌칠하다.)
저는 양복을 거의 입지 않아서, 지금은 덜름한 옷 몇 벌 뿐인데...
(덜름하다 : 입은 옷이 몸에 비하여 길이가 짧다.)
실은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보태기)
여기에 쓴 낱말은 모두 요즘 국어사전에 올라있는 낱말입니다.
고어가 아닙니다. 잘 살려 써야할 아름다운 우리말이죠.
사전에서 낮잠 자는 이런 낱말은
우리가 부려 쓰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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