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7] 우리말) 제비집

조회 수 4211 추천 수 101 2009.06.17 10:24:12
어제 낸 문제 답은 '제비집'입니다.
제비집은 사전에 오르지 못한 낱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낸 문제 답은 '제비집'입니다.
제비집은 사전에 오르지 못한 낱말입니다.

1.
제가 그 문제를 낸 까닭은 우리나라 사전을 꼬집고자 함입니다.
살사리꽃을 보면 코스모스로 가라며 우리말을 버리고 외래어는 받아들이며,
책갈피에 엉뚱한 갈피표 뜻을 담아 낱말 뜻을 흐리게 만들고,
청설모는 털임에도 날다람쥐를 포함시켜 엉뚱한 낱말을 만들어 버리는 실수를 저지른 게 우리 사전입니다.
우리말은 자주 써야 입에 익습니다.
'제비집'을 사전에 올려 자주 쓰게 해야 우리 문화속에 그 낱말이 녹아듭니다.
사전에 못 오르면 '제비 집'이라 써야 하고, 사전에 오르면 '제비집'이라 써도 됩니다.
이런 멋진 우리말이 왜 사전에 못 올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비족은 올랐으면서...
그래서 제비집이 사전에 없다는 것을 꼬집고 싶었습니다.
사전은 말글살이의 기준입니다. 그 사전이 바로 서야 말글살이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2.
어제 문제로 낸 낱말이 모두 사전에 있다고 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저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고 문제를 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제비집'이 낱말로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전에는 정말 제비집이 있더군요.
헷갈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억울해서 못살겠다고 생각하신 분은 저에게 주소를 알려주십시오.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3.
선물은 갈피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당첨되신 분은 아래 세 분입니다.
chil???
ange???
inot???
오늘 점심때쯤 우체국에 가서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포도와 클러스터]

안녕하세요.

오늘 오후에 비가 많이 내릴 거라고 합니다. 걱정이네요.

어제 문제의 답은 새치부리다입니다.
모두 열 분께 작은 선물을 보내드렸습니다.

어제 오후에는 포도로 주전부리를 했습니다.
포도... 포도하면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오늘 좀 조심하면서 편지를 쓸게요. ^^*

먼저,
저 대학 다닐 때, 뉴럴, 퍼지, 제네틱 따위의 알고리즘을 배웠습니다.
뉴럴이야 신경망이론이라는 것을 다 아실 것이고,
퍼지도 많이 들어보셔서 아실 겁니다.
Fuzzy는 복숭아 털에서 나왔습니다.
복숭아에는 잔털이 많잖아요. 이 잔털 때문에 어디까지가 복숭아이고 어디부터 털이라고 해야 할지 쉽게 가를 수 없습니다.
바로 이렇게 확실하게 가를 수 없는 것을 퍼지라고 합니다.

클러스터는 포도에서 왔습니다.
Cluster는 포도송이를 뜻합니다.
포도에는 여러 알맹이가 붙어 있잖아요. 그렇게 여러 알맹이가 붙어 하나의 송이를 이루는 것을 클러스터라고 합니다.
다발이나 뭉치를 말하는 것이죠.
정보통신 쪽의 갈말로는
"유사성의 개념을 바탕으로 몇 개의 집단으로 분류한 정보의 집합"정도 될 겁니다.
(갈말 : 전문용어)

이 클러스터를 관공서에서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사업 전개, 기술 개발, 부품 조달, 인력과 정보의 교류 등에서 상승효과를 이끌어 내고자 한군데 모여서 서로 간에 긴밀한 연결망을 구축하는 일, 또는 그런 상태로 씁니다.
혁신 클러스터, 산업 클러스터니, 지식 클러스터...... 심지어는 R&D 클러스터...

아마 이 클러스터를 가방끈 긴 사람들이 처음 썼을 겁니다.
그분들이 다발, 꾸러미, 송이를 썼으면 어땠을까요?
산업 클러스터보다는
산업 다발, 산업 꾸러미, 산업 송이...
지금은 낯설지만 여러 번 들으면 익을 것 같은데...

국립국어원에서는 '클러스터'를 '산학 협력 지구'로 다듬었습니다.

이 정도 쓰면 욕 듣지 않겠죠? ^^*

저는 가끔 UFO이야기를 합니다.
UFO는 Unidentified Flying Object의 약자인데,
이것을 있는 그대로 번역하면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됩니다.
그러나 누군가 이것을 '비행접시'라고 번역했습니다.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정체불명의 비행체'나 'UFO'보다 '비행접시'가 더 낫지 않나요?

저는 혁신 클러스터나 산업 클러스터가 아닌 다른 낱말을 그리워합니다.
애타게 그리워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 괜찮죠? 욕 들을 정도 아니죠?

떨리네요.
"친구야, 나 떨고 있니?"
모래시계에서 끝 부분에서 나왔던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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