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5] 우리말) 배참

조회 수 3062 추천 수 93 2009.06.25 10:03:10
우리말에 '배참'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꾸지람을 듣고 그 화풀이를 다른 데다 함."이라는 뜻입니다.
너는 화가 났으면 났지 왜 내게 배참하니?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무척 덥네요.
오늘은 애들과 같이 걸어서 일터에 나왔습니다.
저 혼자 걸어오면 20분, 애들과 자전거로 오면 40분이 걸리는데,
오늘 아침에 애들과 같이 걸어보니 1시간이 꼬빡 걸리네요.
하긴 같이 걸어오면서,
붕어가 몇 마리 보이는지, 나팔꽃이 몇 개 피였는지, 살사리꽃 이파리가 몇 개인지를 세는 해찰을 부리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걸리네요.
아까시나무 잎 따서 가위바위보 하면서 겨루기도 하고... ^^*


오늘 아침 7:24, KBS뉴스에서 미국 한 주지사가 애인과 밀월여행을 다녀왔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밀월여행에서 밀월은 영어 허니문(honeymoon)에서 왔습니다.
honey가 꿀이고 moon이 달이잖아요.
그래서 꿀 밀(蜜) 자와 달 월(月) 자를 써서 밀월여행이라고 합니다.
꿀같이 달콤한 결혼 바로 뒤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겠죠.
그러나 밀월여행은 '蜜月여행'이지 '密越여행'이 아닙니다.
곧 달콤한 신혼여행을 뜻하지, 몰래 다녀오는 여행이라는 뜻은 없습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주지사가 애인과 몰래 다녀온 여행은 '밀월여행'이 아닙니다.


오늘도 무척 덥겠죠?
이렇게 더운 날씨에는 짜증이 나기 쉬우니 서로 배려하면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웃는 것은, 웃는 사람도 좋고, 보는 사람도 좋지만,
짜증 내는 것은, 내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 좋지 않잖아요.
기쁜 마음으로 즐기며 웃고 살기에도 짧은 날을 찡그리며 살 수 없잖아요. ^^*

우리말에 '배참'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꾸지람을 듣고 그 화풀이를 다른 데다 함."이라는 뜻입니다.
너는 화가 났으면 났지 왜 내게 배참하니?처럼 씁니다.
동에서 뺨 맞고 서쪽에서 화풀이한다나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는 뜻쯤 되겠네요.

이 '배참'을 배차기, 배창, 배채기라고도 쓰는데 이는 바른말이 아닙니다.
또, 배참하다를 배창내다고도 하는데 이 또한 바른말이 아닙니다.

표준어 규정에 보면,
뜻은 같은데 형태가 다른 낱말이 여럿 있을 때에,
그 가운데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곧,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이 국어를 풍부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어느 한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 것이죠.
그래서 배차기, 배창, 배채기는 버리고 '배참'만 표준말로 삼았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기쁘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면 뿌듯하고,
찡그리는 것보다는 웃는 게 훨씬 좋다고 봅니다.

오늘도 많이 웃읍시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여덟 시 삼 분]

안녕하세요.

저는 아침마다 오늘은 무엇으로 우리말 편지 밥상을 차리나...'라는 고민을 합니다.
오늘도 고민하면서 이 방에 들어왔는데, 다행히 제 딸내미가 그것을 풀어주네요.
실은 지금 목포에 와 있습니다. 그래서 떨어져 있는 딸내미가 보고 싶네요. ^^*

딸아이는 제 일터 어린이집에 다니느라 아침에 집에서 같이 나섭니다.
어제 아침에 차 속에서 시계를 가리키며,
"지금 몇 시야?"라고 물었습니다.
딸내미가
"팔 시 삼 분"이라고 말하데요.

"음. 점 앞에는 시이고 뒤는 분인데 앞에는 하나, 둘처럼 읽고, 뒤에는 일, 이, 삼으로 읽는단다.
그래서 지금(8:3)은 여덟 시 삼 분[여덜시 삼분]이라고 읽어야 한단다."
"왜 그렇게 읽어야 해요? 팔 시 삼 분이라고 하면 안 돼요?"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읽을 때는 그렇게 읽는단다."
"아빠 그럼 팔 시 세 분이라고 해도 안돼?"
"팔 시 세 분? 아, 여덟 시 삼 분을 그렇게 읽으면 안 되냐고? 안 되지..."
"왜 안되는데요?"
"음... 그건 말이다.... 아빠가 공부해서 나중에 알려줄게. 신호등 바뀌었다. 빨리 가자."

아침부터 진땀 뺐었습니다. ^^*

우리말에서 수를 쓰거나 읽는 방법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략적인 경향과 흐름만 있을 뿐입니다.
일, 시를 나타내는 경우 '시'나 '시간' 앞에서는 고유어계(하나, 둘, 셋...)로 읽지만
'월', '일'이나 '분', '초' 앞에서는 한자어계(일, 이, 삼...)로만 읽습니다.
왜 그럴까요?

시장에서 "사과 한 개 주세요."라고 하지 "사과 일 개 주세요."라고는 안 합니다.
사과 열 개라고 하지, 사과 십 개라고는 안 합니다.
그러나 50개는,
사과 오십 개라고 하지, 사과 쉰 개라고는 별로 안 합니다.

"한 지점에서 길이 네 방향으로 갈라져 나간 곳"을 '사거리'라고도 하고 '네거리'라고도 합니다.
둘 다 표준말입니다.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지 "꼬리가 구 개 달린 여우"라고는 안 합니다.

어떤 때는 하나, 둘... 하고,
어디까지 일, 이...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사거리보다 네거리가 더 좋은 것은 분명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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