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9] 우리말) 꿰맞추다

조회 수 3236 추천 수 146 2009.06.29 10:30:12
잡을 수 없는 추상적인 것에는 '꿰맞추다'를 쓰고,
구체적인 사물이 있을 때는 '끼워 맞추다'를 쓰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새벽에 시원한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은 더위가 한풀 꺾이겠네요. ^^*

6월이 이제 하루 남았네요.
뭘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간은 참 잘 갑니다.
그동안 한 일을 하나하나 꿰맞춰 보면 놀지는 않은 게 분명한데 딱히 내놓을 일은 없네요.

7월부터는 더 열심히 살고, 더 많이 웃자고 다짐하며
'꿰맞추다'와 '끼워 맞추다'의 다른 점을 알아볼게요.

먼저, 꿰맞추다는 움직씨로 "서로 맞지 아니한 것을 적당히 갖다 맞추다."는 뜻입니다.
범인은 자신의 주장에 알리바이를 꿰맞추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그네는 낭패한 듯 허둥지둥 말을 꿰맞추었으나...처럼 씁니다.
'끼워 맞추다'는 뭔가를 어떤 곳에 끼워서 맞춘다는 뜻입니다.
'끼우다'가 "벌어진 사이에 무엇을 넣고 죄어서 빠지지 않게 하다."는 뜻이므로,
창문 틈으로 햇빛이 들어와 종이로 끼워 맞췄다, 구멍이 커지자 나뭇조각을 끼워 맞추었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보면 '꿰맞추다'와 '끼워 맞추다'가 헷갈리시죠?
가르는 방법은 무척 쉽습니다.

잡을 수 없는 추상적인 것에는 '꿰맞추다'를 쓰고,
구체적인 사물이 있을 때는 '끼워 맞추다'를 쓰시면 됩니다.

범인의 알리바이나 말의 앞뒤를 조리 있게 맞추는 것은 추상적이므로 '꿰맞추다'를 쓰고,
창문 틈이나 구멍에 뭔가를 끼우는 것은 '끼워 맞추다'를 쓰시면 됩니다.

오늘도, 아니 이번 주도 많이 웃으시면서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비리공무원 100여명이 적발되었다고 해서...






[비리와 비위]

안녕하세요.

어제 문제 답은 '방망이'입니다.
편지 끝에서 살짝 뚱겨드렸었는데... 눈치채셨었죠? ^^*

방방이에는
두드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떤 일에 대하여 필요하고 참고될 만한 사항을 간추려 적은 책"이라는 뜻과,
"시험을 치를 때에 부정행위를 하고자 글씨를 잘게 쓴 작은 종이쪽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제 귀나 눈을 의심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국가 세금을 관리해야 할 국세청장이 뇌물을 받고......
유공자 업무를 보는 보훈처 차장이 유공자로 거짓 등록하고......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검찰이 떡값을 받았다고 하고......

제 할 일 다 안 하고 노는 공무원도 문제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다니는 공무원들도 큰 문제입니다.
세금으로 월급받으면서 그런 짓을 하면 백성은 누굴 믿고 살아야 할까요?
어느 그늘에 들어가야 비를 피할 수 있죠?

이런 못된 공무원들이 뉴스에 나올 때면 '비리 공무원'이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아닙니다. '비리 공무원'이 아니라 '비위 공무원'입니다.

비리(非理)는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입니다. 사회의 비리를 파헤쳐야죠.
비위(非違)는 "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뇌물 받은 국세청장과
유공자로 거짓 등록한 보훈처 차장은
공무원으로서의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했을 뿐만 아니라,
법을 어긴 겁니다.

공무원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면 '비리' 공무원이지만,
돈 받고 일을 봐 주는 공무원은 공무원의 도리를 떠나 뇌물을 받았으니 당연히 '비위' 공무원이 맞습니다.

삐딱선을 좀 타 볼까요?
'도리'는 "사람이 어떤 위치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입니다.
그렇다면,
뇌물 받은 국세청장을 '비리 공무원'이라고 하면,
뇌물 받은 게 바른 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죄도 아니라는 말이 됩니다.
그런가요?
돈 받은 국세청장에게 할 일을 다 하지 못했다고 욕만 하고, 벌을 줄 수는 없는 건가요?
그래요?

아닙니다.
돈을 받은 국세청장은 '비리'를 저지른 게 아니라 '비위'를 저지른 겁니다.
죄를 지은 거고,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슬슬 열을 받네요. 쩝...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047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969
2396 [2011/04/07]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moneybook 2011-04-07 3262
2395 [2014/04/10] 우리말) 정부 보도자료 평가단 머니북 2014-04-10 3262
2394 [2008/10/08] 우리말) 해외와 나라밖 id: moneyplan 2008-10-08 3263
2393 [2008/12/29] 우리말) 광명역 주차장에... id: moneyplan 2008-12-29 3263
2392 [2010/10/13] 우리말) 달걀노른자처럼 샛노란 색 moneybook 2010-10-13 3263
2391 [2017/01/25] 우리말) 공회전 머니북 2017-01-25 3263
2390 [2015/09/09] 우리말) 여탐과 예탐 머니북 2015-09-11 3264
2389 [2014/07/25] 우리말) 안전하지 않은 안전사고 머니북 2014-07-25 3265
2388 [2015/10/06] 우리말) 살무사와 살모사(2) 머니북 2015-10-06 3265
2387 [2009/07/23] 우리말) 옷깃 id: moneyplan 2009-07-23 3266
2386 [2009/09/09] 우리말) 어제 받은 편지를 소개합니다 id: moneyplan 2009-09-09 3266
2385 [2010/02/12] 우리말) 설날에 예법에 맞는 세배 해보세요 id: moneyplan 2010-02-12 3267
2384 [2016/10/28] 우리말) 어색한 표준말들 머니북 2016-11-01 3268
2383 [2009/02/27] 우리말) 일자리 나누기와 잡 셰어링 id: moneyplan 2009-02-27 3269
2382 [2009/05/06] 우리말) 삼희성과 줄탁동시 id: moneyplan 2009-05-06 3270
2381 [2010/06/10] 우리말) 책장사와 책장수 moneybook 2010-06-10 3270
2380 [2012/02/28] 우리말) 투잡은 겹벌이로 다듬어 씁시다 file 머니북 2012-02-28 3271
2379 [2008/10/23] 우리말) 타래송곳 id: moneyplan 2008-10-23 3272
2378 [2008/11/18]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11-18 3273
2377 [2009/05/21] 우리말) 이모씨 id: moneyplan 2009-05-21 3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