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3] 우리말) 옷깃

조회 수 3177 추천 수 94 2009.07.23 10:42:46
예전에 보낸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
편지를 보내주시는 오즈메일러에 연결이 되지 않아 편지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이제 연결이 되네요. ^^*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옷깃을 스치면 인연?]

오늘 낮은 좀 따뜻할 거라고 하네요.
요즘 저는 사람을 참 많이 만납니다.
저 같은 사람 만나봐야 나올 게 아무것도 없는데......

흔히 사람을 만나면서 하는 말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데... 앞으로 잘 해 봅시다... 뭐 이런 말입니다.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셨죠?

이 말은 뭔가 좀 이상합니다.
옷깃은 "윗옷에서 목둘레에 길게 덧붙여 있는 부분"입니다.
옷깃을 세우다, 옷깃을 바로잡다처럼 씁니다.
쉽게, 고개 뒤와 귀밑에 있는 게 옷깃입니다.

그럼
언제 이 옷깃이 스칠 수 있죠?
그냥 지나가다 이 옷깃이 스칠 수 있나요?

지나가다 누군가 제 옷깃을 스치면 저는 막 화를 낼 것 같습니다.
뭐 이런 삐리리가 있냐면서...

우리가 지나다니면서 복잡한 길에서 사람들과 마주칠 때 스칠 수 있는 것은,
옷깃이 아니라 옷자락이나 소매입니다.
옷자락은 "옷의 아래로 드리운 부분"으로
옷자락이 길다, 아이가 어머니의 옷자락을 붙잡고 떼를 쓴다처럼 씁니다.
소매는
"윗옷의 좌우에 있는 두 팔을 꿰는 부분"으로
짧은 소매, 소매 달린 옷, 손등까지 덮은 긴 소매, 소매로 눈물을 닦다처럼 씁니다.
곧,
옷 끝에서 나풀대는 곳이

따라서,
우연히 부딪칠 수 있는 곳은 옷자락이나 소매지
결코 옷깃이 아닙니다.
옷깃은......
남녀가 어떻게 하면 옷깃을 스치게 할 수 있죠? 거 참......^^*

아마도 우리 조상님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시면서 이런 익은말(속담)을 만드셨는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남여가 '옷깃을 스친' 뒤,(그게 그리 쉽지 않고...)
이제는 '인연'이 되어 버렸으니,(어쩔 수 없이...)
잘 알아서 하라는 말을 에둘러 그렇게 한 게 아닐는지......

그냥 웃자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는 저와 옷깃을 스친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제 식구 말고는...^^*

조선시대
진묵(震默)스님의 게송이 생각나네요.

하늘을 이불로, 땅을 자리로, 산을 베개로 삼으며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를 술동이로 만들어
크게 취해 옷깃을 떨쳐 일어나 춤을 추니
긴 소맷자락 곤륜산에 걸리지나 않겠는가
天衾地席山爲枕
月燭雲屛海作樽
大醉居然仍起舞
却嫌長袖掛崑崙

진묵 스님이 하신 말씀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마셔서 정신이 몽롱해지면 '술'이요,
마셔서 정신이 맑아지면 '차'라.

저는 차를 좋아합니다.
술은 싫어합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48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006
2556 [2007/01/30] 우리말) 발자국과 발자욱 id: moneyplan 2007-01-31 6250
2555 [2007/03/19] 우리말) 설거지와 설것이 id: moneyplan 2007-03-19 6234
2554 [2006/09/11] 우리말) 납골당 >> 봉안당 id: moneyplan 2006-09-11 6213
2553 [2009/10/06] 우리말) 내숭 id: moneyplan 2009-10-06 6203
2552 [2012/07/11] 우리말) 왔다리 갔다리 머니북 2012-07-11 6183
2551 [2007/11/06] 우리말) 할는지와 할런지 id: moneyplan 2007-11-07 6178
2550 [2013/09/30] 우리말) 굉장히 머니북 2013-09-30 6173
2549 [2006/10/02] 우리말) 낯선 편지 id: moneyplan 2006-10-02 6173
2548 [2006/09/15] 우리말) 게슴츠레 졸린 눈 id: moneyplan 2006-09-15 6143
2547 [2007/01/12] 우리말) '들쳐메다'가 아니라 '둘러메다'입니다 id: moneyplan 2007-01-12 6140
2546 [2006/09/12] 우리말) 필자가 아니라 글쓴이! id: moneyplan 2006-09-12 6139
2545 [2006/12/20] 우리말) 세모가 아니라 세밑! id: moneyplan 2006-12-20 6118
2544 [2006/12/13] 우리말) 시간 참 잘가죠? id: moneyplan 2006-12-13 6116
2543 [2009/03/31] 우리말) 꾀와 꽤 id: moneyplan 2009-03-31 6110
2542 [2006/11/16] 우리말) 난이도가 있다? 난이도가 높다? id: moneyplan 2006-11-16 6108
2541 [2007/09/06] 우리말) 지킴이와 지기의 반대말 id: moneyplan 2007-09-06 6102
2540 [2006/09/20] 우리말) 살사리꽃이 하늘거릴까 하늘댈까? id: moneyplan 2006-09-20 6101
2539 [2014/08/08] 우리말) 딸따니 머니북 2014-08-11 6095
2538 [2006/10/14] 우리말) 가을이 오는 속도 id: moneyplan 2006-10-14 6088
2537 [2006/11/14] 우리말) 사의 표명! 반려? id: moneyplan 2006-11-14 6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