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30] 우리말) 엉이야벙이야

조회 수 4041 추천 수 94 2009.07.30 08:50:05
제 나이가 한창 일할 때라서 세월을 엄벙뗑 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엉야벙야 보내기는 더더욱 싫고...
그냥 열심히 있는 힘껏 사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


안녕하세요.

하는 일도 없이 벌써 7월이 끝나가네요.
맡은 일을 대충 하기는 싫어 꼼꼼히 보다 보니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일이 많다고 어영부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엉이야벙이야하고 넘길 수도 없고...

우리말에 '엉이야벙이야'라는 어찌시(부사)가 있습니다.
"일을 얼렁뚱땅하여 교묘히 넘기는 모양."을 뜻합니다.
자신의 실수를 엉이야벙이야 넘기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처럼 씁니다.

'엉이야벙이야'가 입에 익지 않고 소리내기가 좀 어색하죠?
그럴 때는 '엉야벙야'라고만 하셔도 됩니다.
'엉야벙야'가 '엉이야벙이야'의 준말이거든요. ^^*

제 나이가 한창 일할 때라서 세월을 엄벙뗑 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엉야벙야 보내기는 더더욱 싫고...
그냥 열심히 있는 힘껏 사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가시버시]

안녕하세요.

어제 저녁 7:02에 한 텔레비전에서 '간발의 차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간발(間髮, かんはつ[간바쯔])은 사이 간 자와 터럭 발 자를 써서
"터럭 하나 차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차이를 뜻하는 일본어투 말입니다.
간발의 차이로 빗나간 게 아니라 아깝게 빗나간 겁니다.

어제 편지에서 소개한 '가리산지리산'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셨네요.
우리말에는 그런 게 많습니다.
미주알고주알, 가시버시, 에구데구, 흥이야항이야, 곤드레만드레, 다짜고짜, 뒤죽박죽, 부랴사랴, 왁다글닥다글 따위가 그런 건데요.
이런 낱말에도 재밌는 게 숨어 있습니다.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만 있고 '고주알'은 없습니다.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이지만,
고주알은 미주알에 가락을 맞추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미주알고주알'은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라는 뜻의 어찌씨입니다.

'가시버시'도 '가시'만 있고 '버시'는 없습니다.
가시는
아내를 뜻하는 앞가지(접두사)이지만,
버시는 아무 뜻이 없이 가시에 가락을 맞출 뿐입니다.
(남편을 뜻하는 낱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시버시'는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한 낱말입니다.

'곤드레만드레'도 '곤드레'만 있고 '만드레'는 없습니다.
'뒤죽박죽'도 '뒤죽'만 있고 '박죽'은 없고,
'부랴서랴'도 '부랴(불이야)'만 있고 '서랴'는 없습니다.

한편
'가리산지리산'은
'가리산'이 있고 '지리산'도 있습니다.
'왁다글닥다글'도
'왁다글'도 있고 '닥다글'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짜고짜'는
'다짜'도 없고 '고짜'도 없습니다.
다만 '다짜고짜'만 있을 뿐입니다.

어지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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