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2] 우리말) 살살이와 살사리

조회 수 3209 추천 수 98 2009.10.12 10:13:24
제가 걷는 천변에는 코스모스가 만개했습니다.
아니... 다시할게요.
제가 걷는 냇가에는 살사리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가을바람이 서늘하니 참 좋네요. ^^*

지난 금요일 보내드린 편지를 보시고 댓글을 다신분이 많으시네요.

1. 선플라워보다는 해바라기가 멋지고, 클로버보다는 시계풀이 예쁘고, 코스모스보다는 살살이가 더 곱습니다.
라고 살짝 비꼬았는데,
시계풀이 아니라 토끼풀이 맞다고 꼬집어 주신 분이 많으셨습니다.
맞습니다.
어렸을 때 꽃 두 개를 따서 줄기의 가운데에 다른 줄기를 넣어 손목에 찼던 그 풀은 시계풀이 아니라 토끼풀입니다.
http://user.chollian.net/~k95092/doc/s-clover.html

2. 우리말편지에서 코스모스를 살살이라고도 썼고 살사리라고도 썼는데 어떤 게 맞냐는 말씀도 많으셨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살살이'만 올라 있고 "간사스럽게 알랑거리는 사람."이라고 뜻을 풀어놨습니다.
살사리꽃을 찾아보면 코스모스를 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 보면, 살사리는 "살살 다니면서 간사스럽게 알랑거리는 사람"이라 풀어놨고, 살살이는 살사리를 보라고 나와 있습니다.
살사리꽃은 코스모스를 보라고 나와 있습니다.

북한 표준어인 문화어에는 '살사리꽃'이 코스모스 꽃이라고 나와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코스모스는 '살사리'가 맞고 코스모스꽃은 '살사리꽃'이 맞다고 봅니다.

3. 우리말편지에서 '천변을 걷다보니...'라고 했는데,
천변보다는 냇가라고 쓰는 게 더 좋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천변보다는 냇가가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코스모스가 만개한 게 아니라 활짝 핀 게 더 멋있다고 봅니다.

제가 걷는 천변에는 코스모스가 만개했습니다.
아니... 다시할게요.
제가 걷는 냇가에는 살사리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꽃샘 추위가 물러갈 거라네요]

안녕하세요.
출근길에 눈을 보니 기분이 참 좋네요.
이제 곧 날씨가 풀릴 거라죠?

저는 꽃샘추위는 싫지만,
'꽃샘추위'라는 낱말은 참 좋습니다.
시샘이 아닌 꽃샘이잖아요.
봄에 밀려났던 추위가 돌아서서 보니 화창한 봄이 왠지 좀 싫었겠죠.
그래서 몰고 온 한바탕 추위를 우리 선조는 '꽃샘추위'라고 했습니다.
봄을 시샘해서 오는 추위지만 그것을 시샘추위라고 하지 않고 꽃샘추위라고 한 선조가 고맙습니다.

일기예보를 들으니,
"꽃샘추위가 물러갈 예정입니다"이라고 하네요.

여기에는 '예정'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예정'은
도착할 예정, 떠날 예정, 일이 예정대로 진행되다처럼 씁니다.
곧, 주체가 사람이거나 사람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꽃샘추위는 사람이 아니고 사람의 뜻대로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꽃샘추위가 물러갈 예정입니다"가 아니라,
"꽃샘추위가 물러갈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해야 합니다.

내친김에
'추위가 누그러져, 추위가 풀려'도 좋은 표현입니다.

추위는 싫지만 꽃샘추위라는 낱말은 좋았는데,
그게 물러간다니 조금은 서운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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