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3] 우리말) 반죽과 변죽

조회 수 5527 추천 수 122 2009.10.13 11:42:19
변죽과 반죽은 발음이 비슷할 뿐
뜻은 전혀 다릅니다.

반죽이 좋지 변죽이 좋은 게 아니고,
변죽을 치지 반죽을 치지는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쁘네요.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하겠습니다.

오늘도 자주 웃으시면서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반죽과 변죽]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고향 친구 이야기를 좀 할게요.
수원에서 빵집을 하는 친구인데,
날마다 새벽 여섯 시에 나가서 자정에 들어올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합니다.
그러면서도 암에 걸린 장인어른을 모시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친구는 언제나 웃고 삽니다.
저와 함께 있을 때만 웃는 게 아니라,
기쁠 때도 웃고 슬플 때도 웃습니다.
심지어는 잘못을 해 놓고도 웃습니다. ^^*
그래서 그 친구에게는 곧 복이 따라다닐 겁니다.

흔히
"부끄러워하는 느낌이나 마음"을 '부끄러움' 이라고 합니다.
그런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 것을 반죽이 좋다고 합니다.
제 친구처럼...

'반죽'은
"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갬"이라는 뜻의 이름씨입니다.
쌀가루나 밀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놓은 것이죠.
이 반죽이 잘 되면 뜻하는 음식을 만들기가 쉽기에,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물건에 쓸 수 있는 상태를 반죽이 좋다고 합니다.
이 뜻이 변해,
지금은 쉽사리 노여움이나 부끄러움을 타지 아니하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이 반죽과 자주 헷갈리는 낱말이 변죽입니다.
'변죽'은
"그릇이나 세간,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를 뜻합니다.
한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입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변죽을 울리다인데,
"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둘러서 말을 하다."는 뜻입니다.

변죽과 반죽은 발음이 비슷할 뿐
뜻은 전혀 다릅니다.

반죽이 좋지 변죽이 좋은 게 아니고,
변죽을 치지 반죽을 치지는 않습니다.

제 친구는 지금 인생의 변죽을 울리고 있지만
반죽이 좋으니 곧 크게 웃을 날이 있을 겁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그 친구와 만나고 싶네요.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553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1096
1516 [2015/08/25] 우리말) 간이 크다와 붓다 머니북 2015-08-25 5545
1515 [2007/09/27] 우리말) 가없는 사랑 id: moneyplan 2007-09-27 5546
1514 [2007/11/21] 우리말) 편지에서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7-11-21 5546
1513 [2010/03/15] 우리말) 세단기와 세절기 id: moneyplan 2010-03-15 5550
1512 [2017/03/29] 우리말) 씨양이질 머니북 2017-03-30 5550
1511 [2012/10/31] 우리말) 되는대로 머니북 2012-10-31 5551
1510 [2008/04/01] 우리말) 인삿말이 아니라 인사말 id: moneyplan 2008-04-01 5552
1509 [2015/06/26] 우리말) 산수갑산은 어디일까? 머니북 2015-06-26 5552
1508 [2007/07/25] 우리말) 공멸은 피해야 합니다 id: moneyplan 2007-07-25 5553
1507 [2008/12/26] 우리말) 흥청거리다와 흔전거리다 id: moneyplan 2008-12-26 5555
1506 [2008/10/07] 우리말) 염치와 얌치 id: moneyplan 2008-10-07 5556
1505 [2007/08/06] 우리말) 아직도 엑기스??? id: moneyplan 2007-08-06 5560
1504 [2007/12/01] 우리말) 날아놓다 id: moneyplan 2007-12-01 5560
1503 [2014/03/20] 우리말) 엊그제 머니북 2014-03-20 5560
1502 [2007/08/15] 우리말) 엉터리 id: moneyplan 2007-08-16 5561
1501 [2017/01/31] 우리말) 벼슬과 볏 머니북 2017-01-31 5561
1500 [2012/06/14] 우리말) 관심은 가지는 게 아니라 두는 것 머니북 2012-06-15 5562
1499 [2015/11/27] 우리말) 숫눈과 숫눈길 머니북 2015-11-27 5562
1498 [2013/10/25] 우리말) 꿀리다 머니북 2013-10-25 5563
1497 [2015/01/22] 우리말) 들뜨다와 달뜨다 머니북 2015-01-22 5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