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3] 우리말) 반죽과 변죽

조회 수 3544 추천 수 122 2009.10.13 11:42:19
변죽과 반죽은 발음이 비슷할 뿐
뜻은 전혀 다릅니다.

반죽이 좋지 변죽이 좋은 게 아니고,
변죽을 치지 반죽을 치지는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쁘네요.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하겠습니다.

오늘도 자주 웃으시면서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반죽과 변죽]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고향 친구 이야기를 좀 할게요.
수원에서 빵집을 하는 친구인데,
날마다 새벽 여섯 시에 나가서 자정에 들어올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합니다.
그러면서도 암에 걸린 장인어른을 모시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친구는 언제나 웃고 삽니다.
저와 함께 있을 때만 웃는 게 아니라,
기쁠 때도 웃고 슬플 때도 웃습니다.
심지어는 잘못을 해 놓고도 웃습니다. ^^*
그래서 그 친구에게는 곧 복이 따라다닐 겁니다.

흔히
"부끄러워하는 느낌이나 마음"을 '부끄러움' 이라고 합니다.
그런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 것을 반죽이 좋다고 합니다.
제 친구처럼...

'반죽'은
"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갬"이라는 뜻의 이름씨입니다.
쌀가루나 밀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놓은 것이죠.
이 반죽이 잘 되면 뜻하는 음식을 만들기가 쉽기에,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물건에 쓸 수 있는 상태를 반죽이 좋다고 합니다.
이 뜻이 변해,
지금은 쉽사리 노여움이나 부끄러움을 타지 아니하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이 반죽과 자주 헷갈리는 낱말이 변죽입니다.
'변죽'은
"그릇이나 세간,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를 뜻합니다.
한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입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변죽을 울리다인데,
"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둘러서 말을 하다."는 뜻입니다.

변죽과 반죽은 발음이 비슷할 뿐
뜻은 전혀 다릅니다.

반죽이 좋지 변죽이 좋은 게 아니고,
변죽을 치지 반죽을 치지는 않습니다.

제 친구는 지금 인생의 변죽을 울리고 있지만
반죽이 좋으니 곧 크게 웃을 날이 있을 겁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그 친구와 만나고 싶네요.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59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103
1496 [2010/10/08] 우리말) 어제 받은 편지 moneybook 2010-10-08 3568
1495 [2016/08/24] 우리말) '대로' 띄어쓰기 머니북 2016-08-29 3568
1494 [2007/11/26] 우리말) 드러눕다 id: moneyplan 2007-11-26 3569
1493 [2010/03/17] 우리말) 찌푸리다 id: moneyplan 2010-03-17 3569
1492 [2017/04/13] 우리말) 사전 이야기 머니북 2017-04-13 3570
1491 [2017/04/10] 우리말) 우리글 교양을 높이기 위한 시민강좌 머니북 2017-04-11 3571
1490 [2007/06/27] 우리말) 선거철이 벌써 시작되었나 봅니다 id: moneyplan 2007-06-27 3572
1489 [2014/10/29] 우리말) 찌게와 찌개 머니북 2014-10-29 3572
1488 seernews 운영자의 링크(link)가 있는 이야기 id: moneyplan 2008-11-11 3573
1487 [2009/06/16]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6-16 3573
1486 [2016/08/22] 우리말) 여튼, 여하튼, 여하간 머니북 2016-08-24 3573
1485 [2009/10/01] 우리말)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한가위로 보내시길 빕니다 id: moneyplan 2009-10-01 3574
1484 [2013/09/04] 우리말) 어제 받은 댓글 머니북 2013-09-04 3574
1483 [2013/10/29] 우리말) 싸다와 쌓다 머니북 2013-10-29 3575
1482 [2014/02/07] 우리말) 불임이 아니라 난임 머니북 2014-02-10 3575
1481 [2014/05/28] 우리말) 그을리다와 그슬리다(2) 머니북 2014-05-28 3575
1480 [2017/01/24] 우리말) 서덜/서더리 머니북 2017-01-24 3575
1479 [2008/11/28] 우리말) 발품과 손품 id: moneyplan 2008-12-01 3576
1478 [2013/04/22] 우리말) 보니 -> 천생 머니북 2013-04-22 3576
1477 [2007/12/27] 우리말) 맥쩍다와 맛적다 id: moneyplan 2007-12-27 3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