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3] 우리말) 반죽과 변죽

조회 수 3405 추천 수 122 2009.10.13 11:42:19
변죽과 반죽은 발음이 비슷할 뿐
뜻은 전혀 다릅니다.

반죽이 좋지 변죽이 좋은 게 아니고,
변죽을 치지 반죽을 치지는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쁘네요.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하겠습니다.

오늘도 자주 웃으시면서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반죽과 변죽]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고향 친구 이야기를 좀 할게요.
수원에서 빵집을 하는 친구인데,
날마다 새벽 여섯 시에 나가서 자정에 들어올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합니다.
그러면서도 암에 걸린 장인어른을 모시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친구는 언제나 웃고 삽니다.
저와 함께 있을 때만 웃는 게 아니라,
기쁠 때도 웃고 슬플 때도 웃습니다.
심지어는 잘못을 해 놓고도 웃습니다. ^^*
그래서 그 친구에게는 곧 복이 따라다닐 겁니다.

흔히
"부끄러워하는 느낌이나 마음"을 '부끄러움' 이라고 합니다.
그런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 것을 반죽이 좋다고 합니다.
제 친구처럼...

'반죽'은
"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갬"이라는 뜻의 이름씨입니다.
쌀가루나 밀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놓은 것이죠.
이 반죽이 잘 되면 뜻하는 음식을 만들기가 쉽기에,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물건에 쓸 수 있는 상태를 반죽이 좋다고 합니다.
이 뜻이 변해,
지금은 쉽사리 노여움이나 부끄러움을 타지 아니하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이 반죽과 자주 헷갈리는 낱말이 변죽입니다.
'변죽'은
"그릇이나 세간,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를 뜻합니다.
한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입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변죽을 울리다인데,
"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둘러서 말을 하다."는 뜻입니다.

변죽과 반죽은 발음이 비슷할 뿐
뜻은 전혀 다릅니다.

반죽이 좋지 변죽이 좋은 게 아니고,
변죽을 치지 반죽을 치지는 않습니다.

제 친구는 지금 인생의 변죽을 울리고 있지만
반죽이 좋으니 곧 크게 웃을 날이 있을 겁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그 친구와 만나고 싶네요.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482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0419
1316 [2008/05/30] 우리말) 무색 치마 id: moneyplan 2008-06-03 3416
1315 [2007/06/07] 우리말) 함박꽃 id: moneyplan 2007-06-07 3416
1314 [2013/08/08] 우리말) '우편 번호' 띄어쓰기 머니북 2013-08-08 3415
1313 [2012/08/09] 우리말) 석패/완패/숙적 머니북 2012-08-09 3415
1312 [2008/03/31] 우리말) 틀린 말 몇 개 id: moneyplan 2008-03-31 3415
1311 [2014/06/30] 우리말) 등쌀과 등살 머니북 2014-06-30 3414
1310 [2013/06/14] 우리말) 자장면과 짜장면 머니북 2013-06-14 3414
1309 [2011/08/10] 우리말) 배럴당 80달러 머니북 2011-08-10 3414
1308 [2008/08/11] 우리말) 애오라지 id: moneyplan 2008-08-13 3414
1307 [2015/11/16] 우리말) 은근과 은근히 머니북 2015-11-16 3413
1306 [2007/12/13] 우리말) 신 김치와 쉰 김치 id: moneyplan 2007-12-13 3412
1305 [2007/11/15] 우리말) 비리와 비위 id: moneyplan 2007-11-15 3412
1304 [2007/08/09] 우리말) 임용되다와 임용하다 id: moneyplan 2007-08-09 3412
1303 [2015/11/11] 우리말) 빼빼로 데이 머니북 2015-11-12 3411
1302 [2015/03/31] 우리말) 파머 가뭄 지수 머니북 2015-03-31 3411
1301 [2013/01/08] 우리말) 휴마트 머니북 2013-01-08 3411
1300 [2007/08/13] 우리말) 고추 이야기 id: moneyplan 2007-08-13 3411
1299 [2011/02/09] 우리말) 뉴스 자막 몇 개 moneybook 2011-02-09 3410
1298 [2009/03/23] 우리말) 와이셔츠 id: moneyplan 2009-03-23 3410
1297 [2008/05/09]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05-10 3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