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2] 우리말) 활개 치다와 활개 펴다

조회 수 6808 추천 수 91 2009.10.22 08:25:59
재밌는 것은
'활개(를) 치다'고 하면 긍정적인 뜻과 부정적인 뜻으로 같이 쓰인다는 겁니다.

긍정적으로는 "의기양양하게 행동하다."는 뜻으로
그는 그 동네에서는 제법 활개 치며 산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애들과 함께 나오는데,
애들이 곱게 단풍든 나무를 보고
왜 나무색이 저렇게 무지개색으로 바뀌냐고 물으면서
그런 것을 뭐라고 하냐고 묻더군요.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 주면서 '울긋불긋'이라는 낱말을 하나 알려줬습니다.
(울긋불긋 : 어찌씨(부사), 짙고 옅은 여러 가지 빛깔들이 야단스럽게 한데 뒤섞여 있는 모양.)

아침에 뉴스를 들으니
날씨가 차가워져 신종인플루엔자가 널리 퍼질 것 같고,
다음 주부터는 신종플루 백신접종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걱정입니다.

오늘은 활개를 알아보겠습니다.

'활개'는
"사람의 어깨에서 팔까지 또는 궁둥이에서 다리까지의 양쪽 부분"이라는 뜻입니다.
몸에서 팔과 다리로 갈라진 부분을 이르는데,
이 말의 뜻이 넓어져 "새의 활짝 편 두 날개"라는 뜻으로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활개(를) 치다'고 하면 긍정적인 뜻과 부정적인 뜻으로 같이 쓰인다는 겁니다.

긍정적으로는 "의기양양하게 행동하다."는 뜻으로
그는 그 동네에서는 제법 활개 치며 산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부정적으로는 "제 세상인 듯 함부로 거들먹거리며 행동하다."는 뜻과 "부정적인 것이 크게 성행하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폭력배가 활개 치는 세상에서는 마음 놓고 살 수 없다, 음란 비디오가 활개 치다처럼 쓰는 게 그런 경우입니다.

그러나 '활개를 펴다'고 하면
부정적인 뜻이 없이 긍정적인 뜻으로만 쓰입니다.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아니하고 떳떳하게 기를 펴다."는 뜻으로
외국에 나가셨던 아버지가 큰돈을 벌어서 돌아오신 후 우리 식구는 활개를 펴고 살게 되었다처럼 씁니다.

공공기관 이름이나 간판에 활개 치는 이상한 외국말이 다 없어지고,
깨끗한 우리말이 활개를 펴는 그런 세상이 빨리 오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편지를 쓸 때 어떤문이 문자를 보냈네요.
행복한 하루 되시라고...
그래서 제가 답장을 했습니다.
하루가 되기는 싫고, 그냥 행복하게 하루 보내겠다고... ^^*

고맙습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자막 틀린 거 몇 개]

될 수 있으면 텔레비전 자막을 꼬집지 않으려고 하는데...
오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네요. ^^*

지난 설날,
1.
2월 17일 6:20분 KBS2에서 '일가견'이라는 낱말을 썼습니다.
일본에서 一家見이라 쓰기도 하고,
一見識이라고 쓰며 いち-けんしき[이찌갱시끼]라고 읽는 이 낱말은
'한가락'이라고 쓰시는 게 좋습니다.

2.
2월 17일 6:52분 TYN에서 '결실을 맺다'는 말을 했습니다.
결실(結實)은 식물이 열매를 맺거나 맺은 열매가 여물다는 뜻이므로
뒤에 '맺다'를 붙이면 안 됩니다.
결실은 본다고 해야 맞고,
더 좋은 말은 '열매를 거두다'입니다.

3.
2월 17일 7:45분 SBS에서 '고스트 비젼'이라는 자막을 내 보냈습니다.
우리말 외래에 표기법에 따르면,
ㅈ과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텔레비젼이 아니고 텔레비전이며,
쥬스가 아니고 주스고,
챤스가 아니고 찬스며,('기회'로 다듬은 말입니다.)
비젼이 아니고 비전입니다.

4.
2월 17일 저녁 9:04분 KBS 9시 뉴스에,
"뒤에서 오는 차와 충돌했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충돌'은 이 차는 가고 저 차는 오면서 서로 맞부딪치는 것이고,
'추돌'은 이 차와 저 차가 같은 방향으로 가면서 뒤에 가는 차가 앞에 가는 차 꽁무니를 들이받은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뒤에서 오는 차와는 '충돌'이 아니라 '추돌'한 것입니다.

5.
참존화장품 광고에서
'맛사지'라는 낱말이 보이더군요.
massage의 한글 표기는 '맛사지'가 아니라 '마사지'입니다.

여러분 지금 이런 생각 하시죠?
"너는 얼마나 잘나서 이렇게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막이나 꼬집냐?"라고......

저는 더합니다.
어제 제가 정초부터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보도자료를 쓰면서
'172백만 원'이라고 써야 할 것을
'172억 원'이라고 써서 무려 100배나 뻥튀기를 해 버렸습니다.
그걸 모르고 여기저기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다 뿌렸죠.
나중에 그걸 찾아내서 고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꾸중은 꾸중대로 듣고, 창피는 창피대로 다 당하고......

제가 하는 짓이 이렇습니다.
그러니 굴퉁이라는 말이나 듣고 살죠.
바사기, 득보기, 멀건이, 멍추, 부기, 쑥, 제웅, 째마리...
이게 다 저의 별명입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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