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02] 우리말) 대강 넘기려고...

조회 수 3676 추천 수 90 2009.11.02 08:56:06
어디 가서,
"요즘 일이 많아서 기획실의 모든 일을 대강 처리합니다."라고 말하면 남들이 저를 어떻게 볼까요?
저는 기본적인 줄거리만 제가 정리하고 나가고,
다른 분들이 세부적으로 꼼꼼하게 일을 챙기는 것을 두고 한 말인데... ^^*


안녕하세요.

지난 금요일에 보내드린 '새한마높'을 보시고 아래 댓글을 다신 분이 계십니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sam????@hanmail.net
우리말 새한마높의 어원을 찾아보았습니다.
우선 옛사람들은 동풍=춘풍(春風 봄바람), 서풍=추풍(秋風 가을바람), 남풍=하풍(夏風 여름바람), 북풍=동풍(冬風 겨울바람)으로 인식했습니다.
또,
동풍은 [동이 트다=날이 새다]에서 '새'를 가지고 와서 샛바람이라 합니다.
서풍은 [중국이 있는 방향에서 부는 바람=天風=하늘 바람]로 되어 하늬바람이라 합니다.
남풍은 [우리나라의 집들이 남쪽을 마주 바라다보고 있기에 마주 보이는 곳에서 부는 바람]이라 하여 맞바람=>마파람이 됩니다.
북풍은 [집 뒤에는 대개 산을 등지고 있기에 산 위 높은 곳에서 부는 바람]의 의미인 높바람이 됩니다.
다른 건 다 몰라도 하늬바람은 좀 찜찜합니다.


새한마높의 말뿌리를 찾아주신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편지입니다.

요즘 정말 바쁘네요. 지난주에도 편지를 못 쓸 정도로 바빴습니다.
무슨 일이 이렇게 쌓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로 이렇게 바쁜지를 여기서 말씀드리면 높은 곳에서 꾸중하실 것 같아서...)
그렇다고 명색이 기획실에서 일을 얼렁뚱땅 해치울 수도 없고...

'곰비임비'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어찌씨(부사)로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남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마치 요즘 저처럼 뭐 하나 끝내고 나면 다른 일이 또 일어나고, 그거 마치기도 전에 또 다른 일이 터지고...

일이 많이 쌓여 있으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죠?
급한 것부터 골라서 처리해야겠죠?
그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은 대강 넘기고...^^*

대강은 큰 대(大) 자와 벼리 강(綱)자를 씁니다.
큰 뼈대라는 뜻이죠. 따라서 대강은 큰 뼈대나 기본적인 부분만을 따 낸 줄거리라는 뜻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요지나 줄거리로 다듬어 놨습니다.
나쁜 뜻이 아닙니다.
본래 뜻은 그런데 요즘은 '건성건성'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어디 가서,
"요즘 일이 많아서 기획실의 모든 일을 대강 처리합니다."라고 말하면 남들이 저를 어떻게 볼까요?
저는 기본적인 줄거리만 제가 정리하고 나가고,
다른 분들이 세부적으로 꼼꼼하게 일을 챙기는 것을 두고 한 말인데... ^^*

이번주도 곰비임비 일이 생길 것 같아
저는 모든 일을 대강처리할건데...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개조식/서술식]

안녕하세요.

요즘은 뭐 이리 내라는 자료가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어제도 무슨 자료를 개조식으로 정리해서 주말까지 보내달라고 하네요.
개조식이라...

느낌에 우리말은 아닌 것 같은데...
개조식이 아니면 서술식일텐데
서술식도 사전에 없을 것 같고...

오늘은 개조식을 좀 뜯어볼게요.

개조(個條)는 '낱낱의 조목을 세는 단위.'라는 뜻의 의존명사로
12개조로 이루어진 회칙처럼 씁니다.
이 개조에
어떤 방식을 뜻하는 '-식(式)'을 붙여 개조식이라고 쓰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개조식은
'조목조목 쓰는 방식' 또는 '조목이나 조항을 나누어 쓰는 방식'정도의 뜻이 되겠죠.
또, 짧게 끊어서 중요한 요점이나 단어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개조식은 일본어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정확한 근거를 대지는 못 하겠네요.

아마 사회에서는 별로 쓰지 않는데,
권위를 좋아하는 공무원들만 쓰는 낱말일 겁니다.
이런 것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합니다.
제 딴에는 유식과 권위를 뽐내려고 쓰지만
그것은 오히려 자기의 무식을 드러낼뿐입니다.

하루빨리 학자들이 모여서 개조식을 다듬어서 좋은 우리말로 고쳐야할 겁니다.
저라면......
서술식은 풀어쓰기로,
개조식은 끊어쓰기로 바꾸고 싶네요.
그냥 제 생각입니다.

5년 전만 해도
IC나 인터체인지라는 말을 많이 썼습니다.
그때 '나들목'이라고 쓰는 사람은 아마 욕 좀 들었을 겁니다.
'너는 그러면, 비행기는 날틀이고, 이화여자대학교는 배꽃계집큰서당이라고 하냐? 세상을 너 혼자 사냐?'라는 말로 핀잔을 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나들목이라고 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느낍니다.
이렇게 조금씩 바꿔나가면서 깨끗한 우리말을 찾아내야 합니다.
한꺼번에 다 바꿀 수는 없기에 조금씩 조금씩 시나브로 다듬어 나가야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사전에 따라 개조식과 서술식이 올라있는 것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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