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7] 우리말) 들러리

조회 수 4598 추천 수 80 2009.11.17 10:07:50
예전에 보낸 편지를 붙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 뉴스에서 들으니 남부지방에 첫눈이 내렸고, 이는 예년보다 빨리 내린 것이라고 하더군요.
빠르다와 이르다는 다릅니다.
빠르다는 속도가 빠른 것이고,
이른 것은 시기가 이른 것입니다.
눈이 빨리 내린다는 것은,
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 됩니다.
만류인력 법칙에 따라 떨어지는 속도는 같은데... 가속도는 달라도... ^^*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들러리]

들러리가 뭔지 아시죠?
제가 얼마 전에 들러리를 선 일이 있어서 오늘은 들러리 말씀 좀 드릴게요.

'들러리'는
'들르다'에 사람의 뜻을 더하는 의존명사 '이'가 붙은 겁니다.
들르다의 뜻이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이므로,
들러리는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는 사람'이 되겠죠.
이 낱말은 본래 우리 문화에서 생겨난 말이 아닙니다.
서양 결혼식에서 생겨난 말입니다.

서양에서는 예부터 결혼식 날 행복한 신부를 질투해 잡귀들이 나쁜 마법을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잡귀들의 그런 마법에서 신부를 보호하고자
신부와 똑같은 복장을 한여자를 세워 귀신들을 헷갈리게 했다고 합니다.
바로 그, '신부와 똑같은 복장을 한여자'가 들러리입니다.
악귀로부터 진짜 신부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게 바로 '들러리'죠.

이러한 관습은 고대 로마까지 올라가는데요.
로마에서 신부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한 구혼자가 친구들을 동원해 신부를 납치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을 막고자 신부와 비슷하게 생긴사람을 골라 비슷한 옷을 입혀 납치당하는 것을 막은 거죠.

요즘은 그 뜻이 바뀌어,
'주된 인물 주변에서 그를 돕는 인물' 정도의 뜻으로 쓰입니다.
주인공이 아니라 그 옆에서 보조만 맞춰주거나 단역 정도의 일만 해주고 사라지는 사람들을 낮잡아 들러리라고 하는 거죠.

아무쪼록 제가 들러리를 섰던 그 분이 잘 되길 빕니다.
그래야 제 들러리 노릇도 빛이 나죠. ^^*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0331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5883
1216 [2010/11/11] 우리말) 서두르다 moneybook 2010-11-11 4617
1215 [2008/10/15] 우리말) 수군수군과 소곤소곤 id: moneyplan 2008-10-15 4617
1214 [2008/08/04] 우리말) 답은 터앝입니다 id: moneyplan 2008-08-04 4617
1213 [2010/12/28] 우리말) 사뜻하다 moneybook 2010-12-28 4615
1212 [2007/05/25] 우리말) 머드러기와 지스러기 id: moneyplan 2007-05-28 4614
1211 [2009/02/20] 우리말) 계란말이/달걀말이/두루마리 id: moneyplan 2009-02-20 4613
1210 [2008/08/13] 우리말) 나부끼다와 나붓기다 id: moneyplan 2008-08-13 4613
1209 [2017/09/20] 우리말) 땡깡(2) 머니북 2017-09-21 4612
1208 [2011/05/24] 우리말) 갑시다 moneybook 2011-05-24 4612
1207 [2012/10/31] 우리말) 되는대로 머니북 2012-10-31 4611
1206 [2015/04/07] 우리말) 본디와 본시 머니북 2015-04-07 4610
1205 [2007/05/08] 우리말) 튼실, 걀걍걀걍, 발싸심 id: moneyplan 2007-05-08 4610
1204 [2007/04/23] 우리말) 꽃 이름 id: moneyplan 2007-04-23 4610
1203 [2016/06/14] 우리말) 몹쓸 머니북 2016-06-15 4609
1202 [2008/08/07] 우리말) 모밀국수와 메밀국수 id: moneyplan 2008-08-07 4609
1201 [2008/02/25] 우리말) 가장자리 id: moneyplan 2008-02-25 4609
1200 [2007/11/21] 우리말) 편지에서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7-11-21 4608
1199 [2007/06/01] 우리말) 맹세와 다짐 id: moneyplan 2007-06-01 4608
1198 [2014/07/28] 우리말) 일찍이 머니북 2014-07-28 4607
1197 [2014/06/19]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머니북 2014-06-19 4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