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4] 우리말) 밥버릇과 식습관

조회 수 8161 추천 수 80 2009.12.04 09:40:23
언론에서 식습관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식습관보다는 밥버릇이 더 좋다고 봅니다.

        안녕하세요.

어딘가에서 보니 한 사람이 하루에 1.3공기 정도만 먹는다고 하네요.
하루 세 끼 가운데 한 끼 조금넘게 먹는 거죠.
이렇게 밥을 적게 먹으니 수천 년 쌀을 먹고 살아온 우리의 건강에 이상이 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우리는 밥 먹는 것을 식사한다고 합니다.
그냥 밥을 먹는다고 하면 되는데 그걸 굳이 식사한다고 합니다.
먹다를 드시다, 잡수다, 자시다고 마주한 사람에 따라 높임말을 달리 썼는데,
요즘을 그냥 식사한다고 합니다.
식사는 멋이 없는 말 같습니다.

언론에서 식습관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식습관보다는 밥버릇이 더 좋다고 봅니다.

저는 아침과 저녁을 애들과 같이 먹습니다.
밥 먹으면서 같이 이야기하고 애들 이야기도 들어줍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예절도 가르치려고 힘쓰죠. 그게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가지 반찬만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해 주고,
어린이집에서 누구를 좋아하는지도 물어봅니다.
그 시간이 하루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같습니다. ^^*

그런 아들과 어제부터 냉전 중입니다.
아들이 하도 말을 듣지 않아서 제가 애써서 외면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저녁에 먼저 말을 걸어봐야겠습니다. ^^*

식습관보다는 밥버릇이 좋고,
식사보다는 드시고, 잡수는 게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잡아보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보태기)
1.
'밥버릇'이라는 좋은 낱말이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사전에 오르길 바라는 마음으로 '밥 버릇'을 '밥버릇'이라 붙여 썼습니다.
2.
'식습관'도 사전에 오르지 않은 낱말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어제 시무식에서 들은 말]

새로운 해가 시작하자마자 웬 일이 이렇게 밀려오는지 모르겠네요.
날마다 컴퓨터에다 업무일지를 쓰라고 하네요.
그날 할 일과 한 일을......

업무일지 쓰느라 바쁘니
오늘은 짧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어제 시무식하셨죠?
시무식 자리에서 많이 들었을법한 이야기 가운데 잘못된 것을 짚어볼게요.
결코 제가 일하는 곳에서 들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

1. 2007년을 맞는 설레임으로...
>> '설레다'가 움직씨(동사)의 기본형이므로 모음 뒤에 '-ㅁ'이 붙은 '설렘'이 바른 표기입니다.
2007년을 맞는 설렘으로...

2.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의 앞날에...
>>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의 앞날에...

3. 사장님이 입장하고 계십니다.
>> 입장은 入場(にゅう-じょう)이라는 일본말 찌꺼기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들어감'으로 다듬었습니다.
사장님이 들어오고 계십니다고 하시면 됩니다.

4. 사장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 말씀이 계시는 게 아닙니다. 말씀이 있는 겁니다.
사장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나 사장님이 말씀하시겠습니다가 바릅니다.

5. 식이 끝나고 나가시는 출구는 이쪽이 되겠습니다.
>> 出口(でぐち)는 일본어 찌꺼기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나가는 곳', '날목'으로 다듬었습니다.
나가는 곳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이쪽이 되겠습니다도 말이 안 됩니다. 이쪽입니다가 바릅니다.
>> 식이 끝나면 이쪽으로 나가십시오나 식이 끝나고 나가시는 곳은 이쪽입니다가 좋습니다.

우리가 이렇습니다.
좋은 우리말을 두고도 이렇게 한자나 일본어 찌꺼기 투성이 말을 합니다.
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제가 이렇게 편지를 쓰고는 있지만 저도 가끔은 저도 모르게 일본말 찌꺼기를 지껄입니다.
올 한 해 고운 우리말을 많이 써서
더러움과 욕심에 찌든 제 마음을 좀 씻고 싶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출구의 반대가 되는 입구 (入口, いりぐち)도 일본어 찌꺼기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들목', '들어오는 곳', '어귀'로 다듬었습니다.
2.
시무식도 맘에 안 드는데, 마땅히 생각나는 낱말이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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