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7] 우리말) 촌스럽다

조회 수 3376 추천 수 115 2009.12.07 08:24:23
농사를 짓기에 우리가 먹는 음식을 만들 수 있고,
농사를 짓기에 작물이 산소를 내 뿜어서 우리가 마시고 있으며,
농사를 짓는 논이 있기에 홍수 피해를 줄여주는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저는 지난 주말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어린 애들과 열 시간 넘게 차를 타고 다녀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고향에 다녀오면 그 온기가 몇 주는 가는 것 같습니다. ^^*
고향에 가서 시제도 모시고, 찬바람 들어오지 않게 고향집 문에 비닐도 치고 왔습니다.

거의 다 그렇겠지만,
저는 고향과 촌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제가 촌놈인가 봅니다. ^^*

우리말에 '촌스럽다'는 그림씨(형용사)가 있습니다.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촌스럽다는 말이 늘 걸립니다.
촌스럽다는 村스럽다에서 온 말입니다.
도시가 아닌 촌이 왜 덜 세련되고 어수룩한 거죠?
도시에 사는 사람은 다 똑똑하고 촌에 사는 사람은 다 어수룩한가요?
도시는 유행을 이끌고, 시골은 몇 년 지난 유행만 좇나요? 그래서 촌스러운 것인가요?

'촌스럽다'를 사전에 올려놓고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라고 풀었으면,
'도시스럽다'도 사전에 올리고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있고 어수룩한 데가 없다."라고 풀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요즘 시골은 무척 힘듭니다.
UR, DDA, FTA 따위 이상한 것들 때문에 먹고 살기가 팍팍합니다.
몇 분 고향을 지키시는 분들도 모두 연세가 많으신 분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문화와 전통을 지키려고 무진 애를 쓰면서 고향을 유지하는 게 바로 촌이자 시골입니다.
그런 촌을 덜떨어진 곳으로 치면 안 됩니다.
농사를 짓기에 우리가 먹는 음식을 만들 수 있고,
농사를 짓기에 작물이 산소를 내 뿜어서 우리가 마시고 있으며,
농사를 짓는 논이 있기에 홍수 피해를 줄여주는 것입니다.

농업이야말로 요즘 화두인 녹색성장과 딱 맞아떨어지는 산업입니다.
그런 농업을 낮추보고 천시하면 안 됩니다.
세상천지 어디에도 먹는 것을 함부로 다루는 곳은 없습니다.

우리가
나만 최고고 내가 아닌 모든 것은 다 덜떨어진 것으로 보지나 않는지 걱정입니다.

촌스러움의 가치를 알고 존중해 줄 때 우리 문화도 발전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자 제 온 힘을 다 쏟을 겁니다.
왜냐하면...
저는 촌놈이니까요. ^^*

고맙습니다.




보태기)
고향 생각나는 시 하나 붙입니다.
[명상편지]에서 따왔습니다.



제목 : 제가 호박 같다구요?


낮으로는 개구쟁이 놀림을 먹고
밤으로는 산짐승에 숨죽이는
깊은 인내를.

거친들 바닥에서 자랐어도
늘 방글 방글 웃음주는
넉넉한 밝음을.

늦 가을 오붓히 성장해도
손으로 퉁~ 퉁~ 튕겨 봄이
주인이 주는 칭찬의 전부라도
감사할 줄 아는 그 소박함을.

씨는 말려 심심풀이로
살은 불려 몸보신으로
누군가를 위해 전부를 내어
진실된 사랑을 하는...

제가 그런 호박을 닮았다구요?

아니요.
전 아직 호박이 가진 그 무엇도 닮지 못한걸요.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올 한 해를 뒤돌아볼까요 되돌아볼까요?]

안녕하세요.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 국방부 시계는 돈다더니,
벌써 2006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올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올 초에 새로운 일터로 옮겨오고 나서 이러저러한 실수도 많았고,
우리말 편지에도 몇 번의 실수가 있었습니다.
실은 그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지만
실수가 드러나는 그 순간은 참 힘들었습니다.
내년에는 정신 바짝 차려 그런 실수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오늘이 가기 전에 올 한 해를 되돌아보시길 빕니다.
지난 일을 돌이켜 되짚어보면 미처 챙기지 못한 것 가운데 배울 게 많거든요.

이제 우리말 편지로 돌아와서,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해 보다는 뜻의 낱말이
'되돌아보다'일까요, '뒤돌아보다'일까요?

뒤돌아보다는 뒤쪽을 돌아보다는 뜻 같고,
되돌아보다는 뭔가를 되돌리는 것 같고......^^*

'되돌아보다'나 '뒤돌아보다'나 다 같은 낱말입니다.
둘 가운데 어떤 것을 쓰셔도,
지나온 과정을 돌아보다는 뜻과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해 보다는 뜻이 있습니다.

저는 올 한 해 무척 행복했습니다.
새로운 동료도 만났고,
꾸준히 우리말 편지를 보낼 수 있게 건강했고,
우리말 편지를 책으로 펴내기도 했습니다.
네 살배기 딸과 두 살배기 아들이 도담도담 잘 크고,
아내와 크게 다투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많이 편찮으셨던 어머니가 기력을 찾으셔서 지금은 건강합니다.
이러니 제가 어찌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내년에도 이런 행복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람은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진다는 어떤 철학자의 말을 좇으며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06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627
1016 [2013/03/06] 우리말) 세꼬시는 뼈째회로 쓰는 게 좋습니다 머니북 2013-03-06 15783
1015 [2013/03/06] 우리말) 개그맨, 한글 박사가 되다 방송인 정재환 머니북 2013-03-06 14087
1014 [2013/03/07] 우리말) 가축하다와 눈부처 머니북 2013-03-07 4366
1013 [2013/03/08] 우리말) 감장하다 머니북 2013-03-08 3688
1012 [2013/03/11] 우리말) 명함 영문이름 머니북 2013-03-11 7951
1011 [2013/03/12] 우리말) 로마자 표기법 머니북 2013-03-12 3966
1010 [2013/03/12] 우리말) '외래어 표기법'과 '로마자 표기법' 머니북 2013-03-12 4090
1009 [2013/03/13] 우리말) 사달과 오두방정 머니북 2013-03-13 5016
1008 [2013/03/14]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머니북 2013-03-14 4753
1007 [2013/03/15] 우리말) 낯빛과 안색 머니북 2013-03-16 8190
1006 [2013/03/18] 우리말) 조선시대, 6~7살 이후는 아버지가 키워? 머니북 2013-03-18 3948
1005 [2013/03/19] 우리말) 바다나물과 먼산나물 머니북 2013-03-19 4037
1004 [2013/03/20] 우리말) '가사 피고가 경락을 경료해'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머니북 2013-03-20 9664
1003 [2013/03/21] 우리말) 표준국어대사전 머니북 2013-03-21 3967
1002 [2013/03/22] 우리말) 약 머니북 2013-03-25 5646
1001 [2013/03/25] 우리말) 비몽사몽과 어리마리 머니북 2013-03-25 10408
1000 [2013/03/26] 우리말) 입찬말 머니북 2013-03-26 3781
999 [2013/03/27] 우리말) 독도에 '한국 땅' 새긴다 머니북 2013-03-27 3757
998 [2013/03/28] 우리말) 늙수그레 머니북 2013-03-28 3738
997 [2013/03/29] 우리말) 셋째 태어나고 아내에게 쓴 편지 머니북 2013-03-29 3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