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8] 우리말) 우리는 내일이 없는 민족?

조회 수 8170 추천 수 108 2010.01.18 09:10:07

내일... ^^*

 

안녕하세요.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
내일은 더 따뜻하길 빌며
,
오늘은 이봉원 님의 '내일'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




제가 1979년에 잠시 영화사 기획실장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임권택 감독의 영화 "내일 또 내일"을 홍보하면서 "하제 또 하제"란 선전 문구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
어디선지 진태하 교수가 그런 주장을 한 게 생각나서였죠
.

오늘 인터넷을 뒤져 보니 아래 글이 있군요
.
좋은 글이라서 보내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
정말 우리는 '내일'이 없는 민족일까요
?
[
올바른 우리 말글살이] 연재를 시작하며

김형태 객원기자
   
 

 "'
어제'라는 말도 한글이고, '오늘'도 한글인데 '내일'만 한자(來日)로 되어 있는 거 알아
?"
 "
그렇지. 근데
?"
 "
그래서 우리는 내일이 없는 민족이래
."
 
 
어렸을 때 들었던 우스개 소리 아닌 우스개 소리를 또 들었다
.
 
예전에는 이 말을 심각하게 받아 들여 무척 우울했었는데, 나이 먹고 들으니 아무렇지도 않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 역시 무척 여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
 
 "
그 대신 '모레'가 있잖아
."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우스개 소리입니다
.
 
 "
아니, 그러는 일본 지네들은 오로지 '내일'(아시따/아스)만 있다면서? 그래서 '내일' 가지고 그렇게 따졌나? '어제' '오늘'도 자국어로 못 가진 우리보다 더 한심한 민족 주제에 당최 주제 파악을 못해요
~."
 
 
이것은 한 누리꾼의 감정 섞인 댓글입니다

 
 
어제와 오늘을 가리키는 우리말은 존재하지만 내일이란 우리말은 없어서 오늘까지도 우리는 한자어 '내일(來日)'을 빌려서 쓰고 있습니다. '점심'(點心)을 뜻하는 우리말도 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
 
 
우리에게 내일과 점심이란 고유의 말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기막힌 사연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전통적으로 하루에 두 끼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할 정도로 가난했으며 오늘 하루 허덕이며 살기도 벅찼기에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
 
 
오직 눈물겹게 헤쳐 나온 어제와 또 다시 뚫고 나아가지 않을 수 없는 가난한 오늘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세월을 오래 보내다 보니 그간 형편이 많이 나아져서 하루 세끼에 참까지 먹으면서 점심과 내일이란 남의 말을 쓰게 된지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우리 민족은 여전히 과거지향적인 것입니다
.
 
 
내일을 향한 시선이 결여 되어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 사이에도 한 번 틀어지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구원(舊怨)으로부터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이 땅의 정치지도자들이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것도 역시 같은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
 
 
이름을 대면 알만한 목사님의 글입니다
.
 
 
일제의 식민사관이 무서운 모양입니다. 일본이 우리 민족을 비하시키려고 한 말을 아직까지 신주단지 모시듯 앵무새처럼 따라하지를 않나, 일부 많이 배웠다는 분들 중에서는 한술 더 뜨니 말입니다
.
 
 
역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께서도 위 목사님처럼, 이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하여 '우리 민족은 내일은 생각하지 않고, 당장 지금만을 즐기는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
 
 
그러면 정말 이분들 말마따나 우리는 정말 '내일'이 없는(었던) 민족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엄지, 집게, 가운데, ( ? ), 새끼손가락' 등 손가락을 가리키는 우리말 중에, 네 번째 손가락을 가리키는 고유어가 없습니다
.
 
 
그럼 처음부터 없었을까요? 분명히 예전에는 네 번째 손가락에 대한 명칭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네 번째 손가락을 가리키는 '고유어'보다 '한자어'를 더 선호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사라지고, 지금은 약지(藥指)라는 한자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
 
 
마찬가지로 내일에 해당하는 우리 고유어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것을 가볍게 여기고 한자를 더 귀하게 여기는 사이 없어진 것이지요
.
 
 '
토박이말 사전'에서 '내일'에 해당하는 낱말로 '올제', '하제', '후제' 등의 순우리말을 찾을 수 있습니다
.
 
 *
올제 : 오늘의 바로 다음 날. `내일`을 뜻하는 토박이 말
.
 
 
최초의 기록은 고려 때의 문헌인 <계림유사> '명일왈할재(明日曰轄載)'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내일에 대응되는 '할재(轄載)'의 소리값을 '하제, 올제, 후제' 등 사람마다 다르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
 
 
백기완 님은 '올제', 진태하 님은 '하제', 천소영 님은 '후제'로 추정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볼 수도 없고, 고려 사람들은 '할제(轄載)'를 과연 뭐라고 발음했을까요
?
 
 
조선광문회의 광문회사전 원고본에는 '내일'을 설명하며 '명일, 밝는 날, , 흘제' 등의 명칭도 보이고, 송강 정철의 '가사와 태산집요 언해' 등에는 '후제'라는 명칭이 보입니다. 이러한 기록들을 통해 내일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이 있었음이 확실해졌습니다
.
 
 
또한 외국인 로스는 1877년 우리말의 어휘를 모으며 '후체'라는 명칭을 사용했는데, 이로 보아 조선후기 사람들은 '흐제', '후제'라고 발음했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
 
 
그러나 어떤 이는 본디 우리말로는 '내일'이 아니고 ''이었다고 합니다. 그 근거로 ''의 본디 모습이 사투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지요
.
 
 "
사돈, 언제가 장날여
?"
 "
낼이 장날여
"
 "
, 그려어. 그라문 낼 장에서 만나
."
 
 
위의 대화에서 보듯이 ''이 본디 우리말이라는 것입니다. ''은 쓰임에 따라 '낼이', '낼은', '낼이여' 따위로 바뀐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쓰이던 ''이 한자의 영향 때문에, 한자말인 명일과는 달리 소리 값이 비슷한 '내일(來日)'로 굳어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
 
 
이것은 마치 '새·하늬·마·높'이라는 본디 우리말이 지배 집단의 오랜 한문 숭상 때문에 '동·서·남·북'으로 바뀐 거와 같다는 것이지요. 이미 있어 온 우리말을 밀어내고 한자말을 주로 쓰게 한 그릇된 말글살이 정책 때문에 '' '내일'로 바뀌게 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
 
'
사랑은 움직인다'는 말처럼 "언어도 생물"입니다. 우리는 외래종 황소개구리로 인해 토종 참개구리의 숫자가 적어지자, 한동안 황소개구리를 잡자며 법석을 떨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다 참개구리를 다 잃고 나면 '황새 복원 작업'처럼 또 난리를 치를까요
?
 
 
우리의 말글은 우리 겨레의 얼이자 원형질입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누가 소중히 여겨주겠습니까? 요즘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영어공용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문화의 중심은 "우리 말과 글"입니다. 만주족은 중원을 차지했으나 그 속에 묻혀 버렸습니다. 그들의 말과 글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우느라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애를 먹고 있습니다. 물론 영어든 한자든 부지런히 배우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다만 그것을 배우는 열정 이상으로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애정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다행스럽게도, 요즘 영향력 있는 매체마다 '우리말 바로 알고 바로 쓰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저도 앞으로 <민중의 소리>를 통해 <올바른 우리 말글살이>를 연재를 하고자 합니다. 물론 저는 국어를 전공했지만, 그럼에도 다시 배우는 자세로 우리말글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틀린 표현을 고쳐 드리는 등 한글학회와 국립어학원의 도움을 받아 우리 겨레의 얼을 지켜나가는데 조그만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
 
 
내일에 해당하는 낱말 하나를 잃어버려 '내일이 없는 민족'이라고 조롱은 조롱대로 당하고, 뒤늦게야 부랴부랴 사라진 순우리말을 찾겠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어리석음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앞에서 살펴본 대로 우리는 결코 내일이 없는 민족이 아닙니다. 어제도 있고 오늘도 있고, 한자어, 일본어, 영어에는 없는 '그저께', '그그저께', '모레', '글피', '그글피'까지 있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저력 있는 민족이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입니다
.

*
김형태님은 신춘문예 출신 문인이자, 인터넷 카페 <리울 샘 모꼬지>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현재 양천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계십니다
.


[
붙임글] 명지대 진태하 교수 주장


 '
내일'을 의미하는 우리말 고유어는 원래 있었지만 중간에 소실되어 없어지고,
 
고려초의 기록인<계림유사(鷄林類事)>에만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

       
前日 曰 記載 ..........<그제(前日)를 기재(記載)라 한다
>
       
昨日 曰 訖載 ..........<어제(昨日)를 흘재(訖載)라 한다
>
       
今日 曰 烏載 ..........<오늘(今日)을 오재(烏載)라 한다
>
       
明日 曰 轄載 ..........<내일(明日)을 할재(轄載)라 한다
>

 
여기서의 '할재'란 단어가 오랜 시간 동안 변형되어 "하제"라는 단어로 굳어진 듯하다
.




좋은 글을 보내주신

전국 국어 운동 대학생 동문회 이봉원 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고맙습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
저축하다'는 뜻의 순우리말은 '여투다'입니다
]

연휴 잘 보내셨나요
?
저는 해남, 광주, 담양, 구례 등지를 식구와 함께 싸돌아 다니다 왔습니다
.
무려 1,000km를 달렸네요
. ^^*

해남에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올라오는 길에
,
고향 선배님이 진찰을 받고 계신다는 병원에 들렀습니다
.
식구와 함께 갔더니 그 불편하신 몸에도 애들에게 만 원짜리 한 장씩을 쥐여주시더군요
.
하루빨리 그 선배님이 일어나시길 빕니다
.

저희 집 애들은 이제 두 살과 네 살이라서 돈을 모릅니다
.
그 선배님이 주신 돈은 아내가 애들 이름으로 만든 통장에 저축하겠죠
.
오늘은 그 '저축'을 알아볼게요
.
저축은 '절약하여 모아 둠'이라는 뜻의 이름씨(명사)입니다
.
이를 움직씨(동사)로 바꾸면 '저축하다'가 되겠죠
.
저축의 뜻은 좋은데 한자네요
.

이와 딱 떨어지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
바로 '여투다'입니다
.
'
돈이나 물건을 아껴 쓰고 나머지를 모아 두다.'는 뜻의 움직씨로
,
용돈을 여투다/할머니는 쌀을 여투어 두었다가 불쌍한 사람에게 주셨다처럼 씁니다
.

선배님
!
선배님이 주신 돈은 잘 여투어 두었다가 애들에게 쓰겠습니다
.
그 애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시려면
,
하루빨리 병을 털고 일어나세요
.
이제 겨우 40대 중반이시잖아요
.
선배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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