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가엾고 설운 어린아이]
어제는 외국인들을 안내하느라 수원과 서울을 좀 싸대고 다녔습니다. 오랜만에 쓰는 영어라 혀에 쥐가 날뻔했습니다. ^^*
요즘 날씨 춥죠? 어제 전철을 타고 돌아오다 보니 이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구걸하는 어린이가 몇 명 있더군요. 가여운 마음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몇 푼이라도 넣고 돌아섰습니다. 오늘은 그런 가여운 어린이를 생각하면서 편지를 쓰겠습니다.
'딱하고 불쌍하다'는 뜻의 그림씨가 뭘까요? '가엽다'가 맞을까요, '가엾다'가 맞을까요?
답은, 둘 다 맞습니다. 복수표준어입니다. '가엽다'와 '가엾다'는 발음이 [가ː엽따]로 같습니다. 다만, 가엽다가 ㅂ불규칙활용이라 쓰임이 좀 까다롭습니다. 가엽다는 가여우니, 가엽고, 가여운으로 쓰고, 가엾다는 가엾으니, 가엾고, 가엾은으로 씁니다.
따라서, '추위에 떠는 가여운 사람'도 맞고, '추위에 떠는 가엾은 사람'도 맞습니다.
이런 게 또 있습니다. '서럽다'와 '섧다'입니다. 뜻이 같은 복수표준어입니다. '서럽다'는 '서러워, 서러우면, 서럽고, 서러운'으로 쓰고, '섧다'는 '설워, 설우면, 섧고, 설운'으로 씁니다.
저는 따뜻한 방에서 잡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러실 겁니다. 우리는 이렇게 따뜻한 방에서 맘 편하게 두 발 쭉 뻗고 자지만, 우리 주위에는 맘 편히 누울 집도 없는 가엽고(가엾고) 설운 어린아이가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모두 따뜻한 잠자리에서 하룻밤이라도 맘 편하게 잘 수 있길 빕니다. 저부터 부지런히 나눔의 손길을 뻗겠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어떤 분이 편지를 보내셔서 품사 이름을 명사, 형용사 따위로 쓰지 말고, 우리말인 이름씨, 그림씨로 써 달라고 하셨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오늘부터는 그렇게 쓰겠습니다.
최현배 님께서 한자 품사이름을 이렇게 다듬으셨습니다. 명사(名詞) → 이름씨 대명사(代名詞) → 대이름씨(갈음이름씨) 수사(數詞) → 셈씨 형용사(形容詞) → 그림씨 동사(動詞) → 움직씨 부사(副詞) → 어찌씨 관형사(冠形詞) → 매김씨 조사(助詞) → 토씨 감탄사(感歎詞) → 느낌씨 | |